드래프트 장이 차로 10분 거리라니... 행운의 두산 2R 신인 "집에서 보다 바로 뛰어왔어요" [드래프트 현장]

잠실=김동윤 기자  |  2024.09.11 20:01
'KBO 2025 신인 드래프트'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렸다. 두산에 지명된 박준순(왼쪽)과 최민석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두산 베어스 1라운드 신인 박준순(18·덕수고)은 하마터면 구단 신인 단체 촬영 때 홀로 찍을 뻔했다. 하지만 마침 드래프트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살던 최민석(18·서울고)이 극적으로 도착해 행운의 투 샷을 남길 수 있었다.

2025 KBO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26순위로 불린 순간 서울고 투수 최민석(18)은 드래프트 현장에 없었다.

최민석은 11일 오후 2시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털 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6번으로 두산에 지명됐다.

두산 구단에 따르면 최민석은 최고 시속 140㎞ 후반의 빠른 공에 제구력을 갖춘 우완 투수다. 하지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초청은 받지 못해 잠실의 집에서 드래프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이날 두산이 지명한 선수는 박준순을 제외하면 모두 초청받지 못해 드래프트 장에 없었다.

최민석은 "원래도 2라운드 후반에서 3라운드 초반 정도에 뽑힐 거라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빨리 뽑혔다"며 "같이 보던 엄마도 너무 놀라서 우셨다"고 지명 순간을 떠올렸다.

지명을 받고 서울고 코치의 연락을 받아 최민석은 곧장 드래프트 장으로 향했다.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막힌 시간대에도 걸린 시간은 차로 10분 정도였다.

서울고 김동수 감독을 비롯해 코치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나열한 최민석은 "(김)영우형이랑 동현이에게 너무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못 뽑힌 친구들도 아쉽지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친구들부터 챙겼다.

"스스로 공이 빠르진 않지만, 컨트롤이 되는 투수"라고 소개한 최민석은 "중학교 2학년 때 사이드암이었는데 오버스로로 바꾸고 나서 구속이 올라왔다. 올해 슬라이더와 커브를 제일 많이 던졌다. 제구가 안 될 때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자신 있게 던질 수 있어서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꼽고 싶다"고 말했다.

롤모델은 메이저리그의 강속구 우완 투수 제이콥 디그롬(텍사스 레인저스)이었다. 디그롬은 2018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평균 시속 160㎞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다.

만나고 싶은 팀 선배는 김택연, 상대하고 싶은 선배는 서울고 선배 강백호(KT 위즈)를 꼽았다. 강백호는 KBO 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고 김택연은 올해 신인왕 1순위로 꼽히는 라이징 스타다.

최민석은 "김택연 선수가 던지는 걸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완전 베테랑처럼 공이 좋다. 말도 안 되는 구위"라고 감탄했다. 이어 "강백호 선배는 서울고에서는 레전드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 상대해 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마침 올해 드래프트가 근처에서 열리는 덕에 극적으로 인터뷰도 할 수 있게 된 행운의 신인은 차분하게 단계적으로 나아갈 뜻을 밝혔다.

최민석은 "일단 모든 일엔 순서가 있으니 1군 스프링캠프에 먼저 참가하고 싶다. 그다음 개막전 엔트리나 시범경기 출전을 먼저 하고 싶다"며 "선발 투수를 하고 싶지만, 일단 자리부터 잡으려 한다. 한 번만 반짝이지 않고 꾸준히 반짝이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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