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SSG는 1위 팀 KIA 타이거즈(12승 6패·승률 0.667)보다 높은 0.706(12승 1무 5패)의 승률을 기록했다. 8위로 추락했던 이달 초를 떠올리면 상상하기 힘들 대반전. 그 중심에는 토종 에이스 김광현의 역할이 컸다. 사실 올 시즌 김광현의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9월 16일까지 김광현은 28경기 9승 10패 평균자책점 5.36, 146이닝 136탈삼진으로 규정 이닝을 소화한 19명의 투수 중 19위였다.
그러나 지난 17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부터 다시 힘을 내기 시작했다. 이 시점 SSG는 탄력을 받은 때였다. 외국인 원투펀치를 내세운 9월 14~15일 인천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SSG는 이틀 연속 만루홈런을 맞고도 극적인 역전승을 해냈다.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던 상황.
이때부터 김광현은 더 신중해지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1위를 확정하기 위해 베스트 멤버로 나선 KIA를 상대로 상위 타선부터 하위 타선까지 한 타자로 허투루 상대하지 않았다. 기존의 김광현이었다면 에이스로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많은 직구를 던져 완급조절을 했을 터. 하지만 철저히 바깥쪽 승부와 낮은 존 공략을 통해 장타 확률을 최소화했다.
시즌 중반부터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커브가 빛을 발했다. 주 무기 슬라이더로 바깥쪽을 공략해 카운트를 잡고 뚝 떨어지는 커브로 상대의 방망이를 헛돌렸다. 강한 구위로 눌러야 하는 상대가 나오면 특유의 빠른 직구로 허를 찔렀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에 아슬아슬하게 벗어나는 볼도 많았고 자연스레 볼 개수가 늘다 보니 많은 이닝 소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게 최근 3경기 동안 내준 볼 개수가 총 13개다. 하지만 그만큼 실점은 없었다.
김광현은 우승 확정을 위해 달려든 1위 KIA와 직접적인 5강 경쟁팀 KT 위즈를 상대로 실점하지 않았다. 28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도 1회 2실점 이후 무실점으로 6회까지 버텨내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9월 들어 살아난 팀 타선 역시 선발 투수가 실점 없이 버티고 있자, 조금 더 편하게 점수를 냈고 이는 승리로 이어졌다.
이닝이 아닌 오직 실점 최소화에 초점을 맞춘 김광현의 분투는 SSG의 선순환으로 이어졌다. 가장 부진했던 8월(8승 17패·리그 9위)에 SSG의 3연승은 한 차례밖에 없었다. 8월 11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부터 8월 15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으로 각각 오원석-드류 앤더슨-로에니스 엘리아스가 나섰던 경기다.
이처럼 앤더슨-엘리아스 외국인 원투펀치가 연패의 흐름을 끊어도 매번 국내 투수들의 등판에서 끊겨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그러나 김광현이 어떻게든 실점 없이 버텨 승리를 챙기기 시작하면서 SSG의 가을 DNA도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힘들어 보였던 단 하나의 가능성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김광현이 5⅓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시즌 12승을 챙긴 날, KT도 승리해 72승 2무 70패로 2024년 정규시즌을 마무리하면서 SSG는 0.5경기 차 6위가 됐다.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하는 30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SSG는 앤더슨을 선발 투수로 예고한 상황. 이 경기서 승리하면 SSG는 10월 1일 KT와 2022년 제정 후 한 번도 성사되지 않았던 5위 타이브레이커 경기를 가진다. 수원에서 열릴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서도 승리한다면 바로 다음 날 4위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다. SSG는 에이스가 만든 기회를 잘 살려 2년 연속 가을야구로 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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