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은 29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최종전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2004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정우람의 개인 통산 1005번째 경기이자, 현역 마지막 경기. 더불어 한화 이글스가 39년의 추억을 뒤로 하고 이글스파크(1964년 개장)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날이기도 했다. 이글스파크 1만 2000석이 매진됐다. 정우람은 그동안 익숙했던 불펜이 아닌 선발 투수로 마운드를 밟았다. 생애 첫 선발 등판 경기. 사령탑인 '명장' 김경문 감독과 한화 이글스 구단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플레이볼에 앞서 정우람이 포수 자리로 향했다. 정우람이 배터 박스에 서 있는 작은 아들 정민후 군의 볼을 어루만졌다. 포수 자리에 앉은 정우람. 이어 시구자로 나선 큰아들 정대한 군이 힘차게 공을 던졌다. 공은 한 번에 정우람의 글러브 안으로 쏙 들어왔다. 정우람 특유의 투구 모습이 정대한 군의 투구 동작에서도 보이는 듯했다. 정우람이 그런 큰아들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환하게 웃었다.
이어 연습 투구를 펼친 정우람. NC의 선두타자 최정원이 타석에 들어섰다. 정우람의 초구 128km 속구가 바깥쪽 볼이 됐다. 그리고 2구째. 이번에는 127km 속구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 라인에 절묘하게 걸쳐 들어왔다. 여전한 정우람의 정교한 제구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공이었다. 3구째는 다시 바깥쪽 코스로 들어온 129km 볼. 최정원은 3차례 계속해서 배트를 내지 않고 정우람의 공을 그냥 가만히 지켜봤다.
이어 4구째. 한가운데 다소 높은 코스로 들어온 127km 속구를 최정원이 힘차게 배트를 휘돌리며 깨끗한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정우람과 한화 더그아웃에 있는 동료들도 아쉬운 미소를 지었다. 최정원은 마지막으로 그라운드를 떠나는 레전드 선배를 향해 최선을 다하는 타격을 펼치며 예우했다.
정우람의 투구는 여기까지였다. 이미 경기 전부터 한 타자만 상대하기로 했던 정우람이었다. 먼저 포수 최재훈과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 정우람. 더그아웃에서 양상문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잠시 정우람이 외야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정우람은 1루수 채은성, 2루수 안치홍, 유격수 이도윤, 3루수 노시환과 일일이 포옹을 나눴다. 모두 모자를 벗은 채였다.
정우람이 발걸음을 더그아웃으로 옮겼다. 그런 정우람을 향해 이글스파크에 운집한 한화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정우람은 모자를 벗으며 인사했다. 마운드를 이어받은 제이미 바리아와 악수를 나눴다. 바리아도 꾸뻑 허리를 굽히며 예우했다. 더그아웃에서는 류현진과 장민재가 나란히 가장 앞으로 나와 정우람을 맞이했다. 류현진이 장난스럽게 안타를 친 최정원 쪽을 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정우람의 은인 중 한 명. 바로 SK와 한화에서 함께한 김성근 감독이다. 정우람은 경기 도중 MBC스포츠플러스와 중계석 인터뷰에서 "제가 제일 오랫동안 모시고, 우승도 함께했던 김성근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또 한화에 와서 가을야구를 하고, 저 역시 세이브왕에 오른 2018년도 기억난다"면서 "며칠 전 김성근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 감독님께서 '야구 더 하지, 왜 그만두냐. 너 몇 살이냐'고 물으시더라. 제가 '40살 됐습니다' 했더니, '아직 젊다, 45살까지 해야지. 왜 벌써 그만두려 하느냐'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감독님' 하고 설명을 드렸다"며 뒷이야기를 전했다.
정우람은 한국 야구의 살아있는 레전드다. 부산 출신인 정우람은 하단초-대동중-경남상고를 졸업한 뒤 2004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2차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입단했다. 그리고 2016시즌을 앞두고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으며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다. 한화로 이적하기 전까지 SK에서 12시즌 동안 600경기에 출장, 37승 21패 128홀드 62세이브 평균자책점 2.85를 기록하며 국내 최정상급 불펜 투수로 활약했다. SK에서 뛰던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도 3차례 경험하며 왕조를 이끌었다.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뒤 올 시즌까지 9시즌 동안 베테랑으로 독수리 군단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500경기, 600경기, 700경기, 800경기, 900경기 출장 모두 최연소 기록의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10월 2일에는 KBO 리그 역사상 최초로 투수 1000경기 출장이라는 위업을 이뤄냈다. 2008년(25홀드)과 2011년(25홀드) 홀드왕을 차지한 정우람은 2018년에는 35세이브를 올리며 세이브왕 타이틀을 따냈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정우람은 구단의 플레잉 코치 제안을 받아들이며 잔류군 투수 코치로 후배들을 지도해 왔다. 그리고 이날 영원히 정들었던 그라운드와 작별 인사를 했다.
정우람은 프로 21시즌 통산 1005경기에 출장해 64승 47패 145홀드 197세이브 평균자책점 3.18, 총 977⅓이닝을 던지면서 814피안타(70피홈런) 360볼넷 45몸에 맞는 볼 937탈삼진 371실점(345자책)의 성적을 기록했다. 1005경기는 단일리그 아시아 투수 최다 출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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