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도 소름 돋은 빨간 물결, 효자 외인은 '광클' 부탁했다 "정말 감동이었다, 지난해 KS도 이 정돈 아니었는데..."

잠실=김동윤 기자  |  2024.10.07 07:41
'2024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KT전이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팬들이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6회말 2사 1, 3루 상황 두산 양석환을 삼진으로 잡아낸 kt 선발 쿠에바스가 포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손)동현이 말처럼 나도 무척 감동이었다. 남은 경기에도 더 많이 오셨으면 좋겠다."

KT 위즈 선수들에게는 소름 돋는 광경이었다. 잠실야구장 3루를 가득 채운 빨간 물결에 KT 효자 외인 윌리엄 쿠에바스(34)는 또 한 번 광클(미친듯이 클릭하는 것)을 부탁했다.

KT는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진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LG 트윈스에 2-7로 패했다. 이로써 1승 1패로 시리즈 동률을 이룬 KT는 하루 휴식 후 홈구장 수원KT위즈파크에서 LG를 불러들이게 됐다.

실책으로 내준 경기였다. 4회 문상철이 오지환의 땅볼 타구를 바로 잡지 못하면서 출루를 허용했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6회에는 손동현이 박해민의 희생번트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좌익수 김민혁이 신민재의 적시타를 뒤로 흘리며 대량 실점을 허용해 무너졌다.

하지만 희망도 남겼다. KT 이강철 감독은 선발 투수 엄상백이 4이닝 4실점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필승조 조기 투입이 아닌, 그동안 나오지 못한 선수들을 활용하면서 힘을 비축했다. 4회 2실점 이후 끌려가는 경기를 했으나, KT는 경기 내내 긴장감 있는 경기력을 보였다. 5회 우익수 멜 로하스 주니어는 정확한 홈 송구로 2루에서 쇄도하는 신민재를 잡아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9회 막판에는 만루 찬스를 만들며 LG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이렇듯 KT 선수들이 경기 끝까지 치열하게 할 수 있던 배경에는 잠실야구장 3루를 채운 팬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지난 1일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부터 KT 팬들은 형형색색 응원봉과 빨간 수건을 들고 구장 한쪽 면을 가득 메웠다. 야간 경기면 응원봉이 구호에 맞춰 빛났고 주간 경기에서는 빨간 물결이 3루를 뒤덮었다.

그 결과 지난해 KT와 LG의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이날 준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9경기 연속 만원 관중 동원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은 경기 시작 4시간 전에 일찌감치 매진을 달성해 더욱 뜨거워진 KT 팬들의 응원 열기를 알 수 있게 했다.

KT 팬들이 지난해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2024 KBO 한국시리즈에서 응원하고 있다.
KT 팬들이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2024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응원하고 있다.

2015년 1군에 참가한 막내 구단인 KT는 올해 관중 동원에 있어 비약적인 성과를 냈다. 지난 28일 키움 히어로즈와 홈 최종전에서 시즌 12번째 매진을 기록, 구단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종전 2023년 5회)을 세웠다. 또한 올해 최종 관중수 84만 3942명을 달성하며 창단 후 처음으로 한 시즌 홈 경기 80만 관중을 돌파했다. 올해 프로 스포츠 사상 첫 단일시즌 1000만 관중 시대를 연 뜨거운 야구 열풍도 있었지만,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한 저력과 정조대왕 유니폼, 응원봉 등 팬 친화적, 연고지 밀착 마케팅의 힘도 팬들을 끌어모았다. KT 구단 관계자는 6일 스타뉴스에 "올해 확실히 팬분들이 상당수 늘어난 걸 느낀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응원전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것 같다.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라운드에 나와 있는 선수들이 확실히 체감했다. 지난 5일 1차전 승리 후 만난 손동현은 "아무래도 불펜에 있으면 응원 소리가 더 잘 들릴 수밖에 없는데, 정규시즌 때도 그렇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엄청나게 크게 들린다"고 소름 돋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이어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도 정말 많은 팬분이 오셨지만, (1차전) 클리닝 타임 때 몸 풀러 나갔을 때 지난해보다 더 우리 팬들이 있는 구역이 넓어진 걸 느꼈다. 그걸 보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선수들도 더 힘을 받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6일 2차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쿠에바스도 손동현의 말에 100% 동의했다. 그는 "(손)동현이 말처럼 나도 무척 감동이었다. 확실히 지난해보다 많은 KT 팬이 잠실야구장에 온 게 느껴진다. 그런 팬들을 보면서 우리 선수들은 더 큰 아드레날린을 느끼고 정말 기운을 많이 받는다"고 강조했다.

KT 손동현이 지난 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로 이끈 뒤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2차전' 두산-KT전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 선발 벤자민이 5회말 2사 2루에서 두산 김기연의 투수 앞 땅볼을 직접 처리한 후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는 2019년 KT에 합류해 한국에서만 6시즌째 뛰고 있는 효자 외인이다. 2021년 1위 타이브레이커(1위 결정전) 경기에서 이틀 휴식 후 7이닝 무실점 호투로 KT의 창단 첫 정규시즌 1위를 결정지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7⅔이닝 1실점 호투로 첫 우승을 이끌었다. 얼마 전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역투로 KBO 사상 첫 5위 팀의 업셋을 견인했다. 그만큼 KT 자부심이 남다르다.

쿠에바스는 "3년 전 1위 결정전이나 올해나 KBO 역사에 남을 경기였다. 가장 좋았던 건 내가 그 역사에 KT와 함께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영광스럽게 하는 부분이고 내겐 너무 뜻깊고 가슴으로 많이 와닿는 경기"라며 "지금 우리 클럽하우스 분위기가 너무 좋다. 선수들이 엄청 긍정적이다. 누가 실책을 하든 안타를 못 치든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서로 응원해 준다"고 활짝 웃었다.

어느덧 KT의 장수 외인이 된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분위기 메이커다. 조용한 성격의 웨스 벤자민도, 손동현, 박영현 등 어린 선수들도 어느새 그처럼 삼진을 잡거나 경기를 마칠 때면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게 됐다.

이에 쿠에바스는 "평소에 내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수들에게 많이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팀원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면 그걸로도 만족한다"며 "팬분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오셔서 (손)동현이 등 선수들이 더 잘 던질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좋겠다. 앞서 말했듯 난 (큰 경기에 임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에너지가 엄청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남은 경기서 내 승리보다 팀의 승리를 우선해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T의 윌리엄 쿠에바스가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2024 KBO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2차전' 두산-KT전이 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KT가 두산에 1-0으로 승리하며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후 마운드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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