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외인이' 레예스는 자신을 버렸다 '삼성 밖에 없다'... '3G 318구' 미친 투혼의 비결 [KS3 현장]

대구=안호근 기자  |  2024.10.26 08:41
삼성 데니 레예스가 25일 KIA와 KS 3차전 7회초 이닝을 끝내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이런 외국인 선수가 또 있을까. 시즌 때보다 더 완벽한 투구를 펼치며 진정한 가을 사나이로 거듭나고 있다. 매 경기 100구 이상을 던지며 국내 선수여도 힘든 투혼으로 삼성 라이온즈의 가을 기적에 앞장서고 있다.

데니 레예스(28)는 2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KS·7전 4선승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107구 5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비자책) 완벽투를 펼쳤다.

타선도 홈런 4방을 지원하며 4-2 승리, 레예스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만 벌써 3승을 챙겼다. 팀이 거둔 4승 중 75%를 홀로 거뒀다.

올 시즌 26경기 144이닝 동안 11승 4패 평균자책점(ERA) 3.81로 잘 던졌지만 코너 시볼드, 원태인에 이어 3선발로 평가를 받던 레예스는 가을야구 들어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 외국인 투수로 거듭나고 있다.

플레이오프(PO)에서 2경기 13⅔이닝 동안 단 1자책점만 기록하며 2승을 따냈고 시리즈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한 레예스에게도 KS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2경기에서 각각 101구, 110구를 뿌렸고 올 시즌 KIA전에선 3경기 2패 ERA 8.31로 가장 약했기 때문이다.

레예스가 KS 3차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그러나 '가을 레예스'는 달랐다. 이날 7회까지 107구를 뿌리면서도 자책점은 없었다. 이전과 다른 패턴의 투구로 KIA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속구 최고 구속은 149㎞를 찍었고 직구(36구)에 비해 훨씬 많은 변화구(71구)를 뿌리며 KIA 타자들을 압도했다.

삼자범퇴로 1회초를 시작한 레예스는 2회 1사에서 나성범과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빠른 공을 몸쪽으로 붙였으나 KIA 타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방망이를 휘둘러 안타를 만들어냈다. 빠르게 패턴을 변화했다. 레예스는 커터로 서건창에게 병살타를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3회엔 변화구 비중을 더 높였다. 김태군에게 연속으로 슬라이더를 던져, 최원준에겐 4구 연속 체인지업을 던져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박찬호에겐 1구로 체인지업을 던진 뒤 3구 몸쪽 빠른공을 던져 3루수 땅볼로 이닝을 마쳤다.

5회 나성범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김선빈의 희생번트, 서건창의 볼넷으로 1사 1,2루에 몰렸으나 에이스의 엄청난 투혼에 야수들도 힘을 보탰다. 김태군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최원준에게 날카로운 타구를 내줬지만 좌익수 김헌곤이 몸을 날리며 타구를 걷어냈다.

6회 1사 1루에서 김도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으나 박찬호의 도루 시도 때 강민호의 송구를 유격수 이재현이 놓쳤고 최형우에게 맞은 안타 때 첫 실점을 했다. 그럼에도 실책 이후 나온 실점이라 자책점으로 기록되진 않았다. 이후 타선의 화끈한 대포쇼 속에 7회까지 완벽히 마친 뒤 8회부터 임창민에게 공을 넘겼다.

경기 후 이범호 KIA 감독은 "레예스를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다. 5,6회엔 내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PO 때 던진 패턴과 완전 반대로 던졌다. 몸쪽 커터가 아닌 체인지업 패턴으로 던져 그런 부분에서 미스를 했다. 마지막에 레예스가 걸릴 수도 있기에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5회초 김헌곤의 호수비에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하고 있는 레예스. /사진=김진경 대기자
솔로 홈런을 4방이나 맞았다는 말에는 "홈런 하나씩 맞아서 4점을 준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런 것까지 다 두려워하면 안 된다. 볼넷을 주고 연타를 맞는 것보단 괜찮다"면서도 "솔로 홈런 맞은 게 아닌 레예스의 공을 공략하지 못한 게 패인"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연이은 100구 이상 투구에 피로감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박진만 감독은 7회에도 레예스를 올려보낸 이유에 대해 "(교체를) 고민했는데 구위가 괜찮다고 판단해서 올려놓고 7회에 가서 상황을 보고 투구수가 110개 이상 넘어가기 전에 그런(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좌완 이승현을 준비했는데 마무리를 잘해줬다"고 설명했다.

레예스는 "솔직히 살짝 피곤함이 있다. 그래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잘 준비했다"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생각에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의 입에서 '책임감'이라는 말이 나왔다. 아무리 뛰어난 투구를 펼치는 선수들이라도 워크에식에서 문제가 되는 선수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코너의 부재 속 책임감을 갖고 연일 역투를 펼치는 레예스가 고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삼성이다. 가을야구 매 이닝 100구 이상을 투구하며 3경기에서 무려 318구를 던질 수 있었던 건 자신을 버리고 팀의 어려운 상황만을 생각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레예스는 "(가을야구 전에) 팀에 상당히 중요한 선수라는 생각으로 팀 승리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자고 생각하고 준비했다"며 코너의 이탈에도 "선발 한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부담감을 갖지 않고 열심히 성실히 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임했다"고 전했다.

레예스(오른쪽)가 승리 후 박진만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선발진이 허약한 삼성이다. 그럼에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게 바로 레예스와 원태인 에이스 듀오의 존재 덕분이다. 박진만 감독은 "레예스가 워낙 잘 던져줬다"며 "레예스, 원태인이 나가면 무조건 이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겨서 반전이 됐고 앞으로 좋은 흐름으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범호 감독이 언급한 것처럼 영리함도 갖췄다. 레예스는 "정규시즌에 KIA 타선 상대했던 영상을 경기 전에 돌려봤고 좋은 결과를 못 냈다고 기억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보완하고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고 공격적으로 던지려고 하다 보니 승리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포수 강민호도 인정한 가을 사나이다. 강민호는 "오늘 (레예스의 공이) 좋았다. 큰 경기에서 잘 던지는 것 같다"며 "경기 전에 '어차피 여기서 지면 끝이다', 편안하게 공격적으로 두려워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는데 잘 던졌다"고 칭찬했다.

이제 주사위는 원태인과 다른 투수들에게 넘어갔다. 레예스는 나흘 쉬고 7차전 혹은 사흘 쉬고 6차전 선발 혹은 불펜으로 나설 수 있지만 당장은 원태인이 이겨줘야 그려볼 수 있는 시나리오다.

레예스는 "전력분석 미팅 때 다 같이 들어가서 충분히 게임 플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고 코치, 포수들과도 많은 얘기를 한다"며 "거기에 집중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내일 선발이나 그 다음날 선발에게도 오늘 있었던 일을 얘기해줄 것"이라고 더그아웃에서 팀 승리를 위해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전했다.

KS 3차전 승리 투수가 된 레예스가 데일리 MVP를 수상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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