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에 이런 원투펀치가 있었나 싶었다. SSG 랜더스가 최고 시속 155㎞를 넘기는 진정한 우완 파이어볼러들로 KBO 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 투수 구성을 완료했다.
올해 SSG는 KBO 최초 5위 타이브레이커 게임까지 가는 기나긴 페넌트레이스 끝에 정규시즌 6위로 아쉽게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 건 시즌 내내 흔들렸던 선발진이었다. 그나마 조병현(22)-노경은(40)이란 필승조가 버티던 불펜과 달리 선발 로테이션은 시즌 막판이 가서야 겨우 안정됐다. 올해 SSG 선발 평균자책점은 5.26으로 리그 10위, 불펜 평균자책점은 5.25로 7위였고, 투수진 전체 평균자책점 5.25로 10위였다. 마운드 붕괴에 있어 선발진의 역할이 컸다는 이야기다.
외국인 투수들부터 흔들렸다. 많은 기대를 받고 온 로버트 더거(29)가 6경기 0승 3패 평균자책점 12.71의 최악의 성적으로 약 두 달 만에 가장 먼저 퇴출당했다. 고령의 로에니스 엘리아스(36)은 시즌 중 왼쪽 내복사근 부상으로 두 달간 이탈해 한때 중도 교체설도 나돌았다. 다행히 더거를 대신해 영입된 드류 앤더슨이 뛰어난 구위로 빠르게 에이스로 자리 잡고, 돌아온 엘리아스가 중심을 잡아주며 시즌 끝까지 5위 경쟁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SSG는 5위 경쟁에서 만족할 수 없었다. 국내 1선발 김광현(36)이 미국서 복귀 후 갈수록 성적이 하락했다. 올해는 큰 부상이 없었음에도 31경기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커리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제2의 김광현으로 기대됐던 좌완 영건 오원석(23)은 4년 연속 풀타임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끝내 6이닝의 벽을 넘지 못하고 얼마 전 김민(25)의 반대급부로 KT 위즈에 트레이드됐다.
다른 대안이 뚜렷하게 있는 건 아니었다. 올해 가능성을 보여준 송영진(20)과 비FA 다년계약 듀오 문승원(35), 박종훈(33)이 주요 선발 후보로 언급되지만, 여전히 불투명하긴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추가 영입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샐러리캡을 비워내야 하는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건 외국인 투수 업그레이드였다.
다행히 짧은 기간에도 역대급 퍼포먼스를 보여준 앤더슨이 한국 잔류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지난 5월 입국한 앤더슨은 최고 시속 157㎞의 강속구로 정규시즌 24경기 11승 3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고, 115⅔이닝 동안 리그 탈삼진 공동 7위에 해당하는 158탈삼진을 잡아냈다.
구위는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했는데 앤더슨의 9이닝당 탈삼진은 12.29개로 2위 카일 하트(NC 다이노스)의 10.43개와 차이가 컸다. 65이닝 만에 100탈삼진을 돌파해 KBO 역대 최소 이닝 100탈삼진 신기록도 작성했다. 43년 프로야구 역사를 통틀어서도 단일 시즌 9이닝당 탈삼진이 12개를 넘은 선발 투수는 앤더슨이 유일하다.
SSG 구단 관계자는 최근 스타뉴스에 "사실 시장에 앤더슨만 한 선수도 없다. 앤더슨 대신 다른 선수를 찾는 것보다 앤더슨의 구종 장착이나 변화구 완성도 등 적응을 돕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 앤더슨이 건강하게 2선발 역할을 해준다면 우리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앤더슨 역시 "SSG와 다시 함께하게 돼 설렌다. 좋은 제안을 해준 SSG 구단에 감사드린다. 내년 시즌이 벌써 기대되는 것 같다. 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SSG는 앤더슨과 외국인 타자 기예르모 에레디아(33)와 재계약을 추진하는 동시에 앤더슨보다 더 나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는 1선발감 외인을 찾았다. 그 주인공이 LA 다저스 톱 유망주 출신 우완 강속구 파이어볼러 미치 화이트(30)였다.
화이트는 201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로 LA 다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한때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로부터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69위에 선정되는 등 톱 유망주로 분류됐다. 2022년 토론토 블루제이스 이적 후 하락세를 탔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거쳐 올 시즌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시즌을 마쳤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71경기에 출전해 185이닝을 투구했으며 4승 12패 평균자책점 5.25를 기록했다. 마이너리그에서는 126경기에 출전해 471⅔이닝 동안 26승 21패 평균자책점 3.93의 성적을 거뒀다.
부진한 성적에도 화이트는 메이저리그 팀들에 여전히 긁어볼 만한 복권이었다. 화이트는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회전력 좋은 평균 152㎞, 최고 156㎞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투심 패스트볼은 큰 각도와 예리한 움직임을 보여줬고 스위퍼도 나쁘지 않았다. 올 한 해에만 두 팀이 화이트를 영입할 정도였고 어떤 형태의 계약이든 메이저리그 도전을 한다면 얼마든지 미국에 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잦은 강등과 콜업에 화이트는 지쳐 있었다. 꾸준히 화이트를 노리고 있던 SSG는 그 빈틈을 잘 파고들었다. SSG 구단 관계자는 "화이트 선수가 FA로 풀린 10월 초부터 매주 연락했다"며 "화이트 선수가 최근에 팀을 자주 옮기면서 선수가 지쳤다. 그래서 메릴 켈리(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사례를 들어 화이트 선수를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의 선발 경기를 보기 위해 미국으로 3차례 직접 찾아간 정성과 끈질긴 연락 끝에 SSG는 지난 16일 총액 100만 달러 전액 보장을 조건으로 화이트를 붙잡았다. KBO에서 보기 힘든 역대급 파이어볼러 듀오의 탄생이었다. 국내 투수 평균 구속이 시속 145㎞도 되지 않는 KBO 리그 환경에서 최고 시속이 156㎞, 157㎞인 원투펀치는 보기 드문 사례다. 이들은 단순히 최고 구속만 높은 건 아니라서 화이트는 평균 시속이 152㎞, 앤더슨은 151㎞(스탯티즈 기준)인 진정한 강속구 투수로 분류된다. 또한 앤더슨은 이미 한국에서의 적응을 마쳤고, 화이트는 한국인 외조부모 밑에서 한국식 가정환경에서 자란 한국계 3세로 빠르게 팀에 녹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 끝까지 5위 경쟁하던 SSG가 가장 부족한 부분을 폭발적인 구위의 외국인 듀오로 메우면서 벌써 2025시즌을 기대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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