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전 감독은 18일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기가 막힌 일이다. 어딘가 잘못된 것 같다"고 입을 열면서 안타까운 마음부터 내비쳤다.
김 전 감독은 "야구라는 게 그렇다. 때로는 일반 팬들도 자신의 잣대로 감독처럼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야구가 재미있는 거다. 때로는 오래된 팬들이 (정답을) 맞힐 수도 있는 게 야구다. 그래서 야구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이라면서 "마찬가지로 감독과 코치도 자기가 생각하는 야구가 옳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또 거기에서 빨리 탈피해야 안주하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국제대회라는 게 단기전이다. 같은 조의 상대 팀들이 결정되면 어느 팀을 잡아야 우리가 상위 라운드에 진출할지 계획이 선다. 이번 대표팀에 선발 투수가 없는 대신 불펜 자원이 많았다면, 그 불펜 투수 중 반 정도를 최정예 필승조로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우리가 제일 상대하기 힘든 팀과 맞붙을 때 그들(최정예 필승조)을 붙여야 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대표팀의 선발 자원은 고영표(KT)와 곽빈, 최승용(이상 두산), 임찬규(LG)까지 4명밖에 되지 않았다. 대신 정해영, 최지민, 곽도규(이상 KIA), 유영찬(LG), 김택연(두산), 박영현(KT), 조병현(SSG), 김서현(한화) 등 각 팀을 대표하는 위력적인 불펜 자원이 즐비했다.
김 전 감독은 "단기전을 치르면서 반드시 잡아야 할 경기가 있다. 승리하면 올라가고, 패하면 떨어지는 경기다. 그런 경기에 선발과 불펜의 개념이 어디 있는가. 도대체 왜 박영현이 대만전이나 일본전에서 안 던졌는가. 박영현이 가장 강력한 구위를 갖고 있다면 투입이 돼야 하는 거 아닌가. 꼭 뒤에 나와 던지라는 법이 있는가"라며 탄식한 뒤 "당연히 페넌트레이스라면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하므로 무리하면 안 된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서는 몇 경기를 하나. 조별예선 5경기를 다 나가라는 것도 아니다. 그 중요한 경기에서 몇 이닝 정도는 던질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쓴소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박영현이라는 최강의 카드를 가장 중요한 대만전이나 일본전에서 아예 써보지도 못한 채 패하고 말았다. 박영현은 쿠바(1이닝), 도미니카공화국(1⅔이닝), 호주(1이닝)전에 등판해 3⅔이닝 무실점했고, 한국은 3경기를 모두 이겼다.
김 전 감독은 "선발 투수가 없었다고 한다면 불펜에서 가장 강한 투수를 활용해야 하는데, 이미 불이 나서 다 타버린 다음에 나가면 어떻게 하나. 평가전을 치를 때처럼 불펜 투수가 '이닝 쪼개기' 식으로 나갈 수도 있지 않나. 일단 위기에서 실점을 최소화하고 넘어가야, 뒤에 가서 역전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과거에 제가 지휘봉을 잡을 때 국제대회에서 일본, 대만과 맞붙은 적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까지도 대만이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에 약하고, 일본이 좌완 투수에 약하다는 터무니 없는 분석이 왜 나오는가. 그런 분석과 정보 측면에서도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김 전 감독은 프리미어12 초대 대회 우승 감독이다. 2015년 첫 대회에서 김인식 감독이 이끈 한국은 조별 예선 통과 후 8강에서 쿠바를 물리쳤다. 일본과 4강전에서는 0-3으로 뒤진 9회초 4득점을 올린 끝에 4-3 대역전승을 일궈냈다. 여전히 명승부로 회자되고 있는 이 경기는 이른바 '도쿄 대첩'으로 불리고 있다. 결국 미국과 결승전에서 한국이 8-0 완승을 거두며 초대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이어 김경문(66·현 한화)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9년 제2회 대회에는 일본의 벽에 막히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프리미어12 대회에서는 슈퍼라운드(4강)에도 진출하지 못한 채 오프닝 라운드 탈락이라는 쓴맛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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