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축구 제일 못하는 나라. 한 골만 넣어도 기뻐하던 산 마리노가 마침내 해냈다. A매치 참가 34년, 211경기 만에 거둔 원정 승리로 인구 3만 4000여 명의 소형 국가 산 마리노가 들썩였다.
로베르토 세볼리 감독이 이끄는 산 마리노는 19일(한국시간) 리히텐슈타인 파두츠에 위치한 라인파르크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4~2025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 리그 D 조별리그 1조 경기에서 리히텐슈타인에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조별리그를 2승 1무 1패(승점 7)로 마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0위(최하위)의 산 마리노는 197위의 지브롤터를 제치고 조 1위를 차지했다. 그러면서 리그 C 승격을 확정했다.
세계 축구 최약체 산 마리노는 이날도 실점하고 시작했다. 전반 40분 리히텐슈타인의 아론 셀레에게 골을 허용하고 0-1로 후반전을 맞이했다. 하지만 로렌조 라짜리가 후반 시작 50초 만에 상대 센터백 사이를 돌파해 골키퍼를 제치고 동점 골을 넣으면서 기적의 서막이 열렸다.
후반 21분에는 니콜라 나니가 페널티킥 득점으로 역전을 만들었고, 그로부터 10분 뒤 알레산드로 골리누치의 강력한 슈팅으로 쐐기 골을 뽑아내면서 산 마리노는 역사적인 원정 첫 승을 거뒀다. 또한 산 마리노의 첫 한 경기 3득점 경기이기도 했다.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소형 국가 산 마리노의 대반란이었다. 산 마리노는 1986년 처음으로 국가대표팀을 창설해 1987년 FIFA에 가입하고 1990년 유로 대회에서 첫 A매치를 치렀다. 이후 30년 넘게 유럽을 대표하는 승점 자판기 국가로 불렸다.
BBC, 토크스포츠 등 주요 영국 매체에 따르면 산 마리노는 이 경기 전까지 211경기에서 199패(2승 10무)를 기록했다. 한 경기 10실점 이상한 A매치도 무려 7차례나 있었다.
역사적인 첫 원정승을 이끈 세볼리 감독은 "전반전을 0-1로 마친 건 축구에 대한 모욕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훌륭했고 그들이 이뤄낸 성과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고 총평했다.
산 마리노 축구연맹의 마르코 투라 회장 역시 "(이번 승리로) 심장마비의 위험이 있었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건 오늘 밤 이 선수들이 역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고 북받친 감정을 추스르며 "선수들과 함께 울었다. 그들은 사람으로서, 운동 선수로서, 남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줬다"고 눈물의 소감을 남겼다.
비록 최약체끼리의 대결이었지만, 역사적인 승리에 산 마리노 대표팀 공식 계정부터 난리가 났다. 산마리노 공식 SNS는 전반전을 0-1로 마치자 "하느님은 우리를 미워하신다"고 우울해하더니 라짜리의 동점 골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기 종료 5분 전부터는 "우리가 1년에 2경기를 이기다니, 이건 꿈이 아니다. 완전히 미친 짓이다. 역사상 최고의 팀"이라고 흥분하더니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산 마리노"라며 기뻐했다.
산 마리노 선수단은 승리 후 팬들이 있는 응원석에 달려가 함께 기쁨을 누렸다. 스포츠바이블에 따르면 한 산 마리노 팬은 "만약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산 마리노가 1년 동안 2경기를 이기고 승격한 순간 당신이 살아있다는 걸 기억해"라는 말을 남겼다. 또 다른 팬은 "UEFA에 어떤 공치사도 하고 싶지 않지만, 네이션스 리그를 창설한 건 그들이 낸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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