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연간 1000억' 환경개선 투자금 어디에 사용됐나

김혜림 기자  |  2024.11.20 12:30
-영풍의 환경 개선 사업 투자금, 과장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 ↑
-정치권에서도 '낮은 잔재물 처리율' 비판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이 실적 관련 수치가 모두 하락했다. 특히 3분기 적자와 관련, 2021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환경개선에 투자하고 있어서라는 이유를 내놓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지난 14일 영풍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56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3999억 원)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179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또한 올해 3분기 말 공장 가동률은 53.4%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영풍은 "지난 2021년부터 약 7000억원 규모의 환경개선 혁신 계획을 수립해 매년 1000억원 이상 환경개선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라며 "사업이 완료될 때까지 수치상으로 보이는 실적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은 실적을 포기하고 환경 개선에 진심"이라며 "현재 저조한 실적은 조만간 사업이 완료되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해명과 달리 업계에서는 영풍의 사업보고서 내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 변화'를 살펴보면 2021년부터 환경 개선 사업에 매년 1000억 원 이상씩 투자했다는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충당부채란 지출 시기와 규모는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지출 자체는 확정된 부채를 의미한다. 충당부채를 설정하면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영풍 사업보고서를 보면 환경 개선 투자와 관련해 충당부채로 비용 처리한 규모는 667억 원으로 영풍이 밝힌 규모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환경 개선에 진심'이라는 해명과 달리 최근에도 환경법을 위반해 60일 조업 정지 확정에 이어 또 다른 위반 사항과 관련한 판결이 이어질 예정이다.

실제 영풍은 2020년에 처음으로 토지 정화와 석포제련소 주변의 하천 복구를 위해 총 608억 원의 충당부채를 설정했다.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따지면 최근에 밝힌 시점(2021년)보다 한 해 앞서 환경 개선 사업에 투자금을 책정한 것이다. 이후 환경오염물질 처리와 지하수 정화·복구 비용이 추가되면서 2021년에 806억 원, 2022년에 1036억 원, 2023년에 853억 원, 2024년에 1억 원의 충당부채를 추가로 설정했다.
이렇게 2020년부터 설정한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는 총 3305억 원으로, 연평균 661억 원 규모다. 과거와 비교해 환경 개선을 위한 충당부채를 지속해서 설정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최근 영풍이 밝힌 '매년 1000억 원 이상'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욱이 올해 영풍이 추가로 설정한 충당부채는 1억 원에 불과하다.

비판은 정치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석포제련소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 8개월간 처리한 제련 잔재물의 비중은 전체 잔재물의 23.7%에 불과하다. 임 의원실 관계자는 "잔재물 처리 속도가 너무 느려, 내년 말까지 잔재물을 전부 처리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 2022년 말 환경부는 석포제련소에 통합환경허가를 내주면서 2025년 말까지 제련 잔재물을 모두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어떤 과정을 통해 환경 개선 사업비를 7000억 원으로 책정했는지, 매년 어디에 쓰고 있는지, 효과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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