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결승전은 오프닝 라운드 B조 대만-한국의 경기와 비슷한 흐름이었다. 대만은 한국전에서 선발투수 고영표(33·KT)를 상대로 홈런 2방을 터트렸던 것과 같이 일본전에서도 상대 선발에게 홈런 2개를 쏘아 올렸다.
일본은 선발투수 도고 쇼세이(24·요미우리)가 5회초 선제 홈런을 허용하고 이후 안타와 볼넷을 내줬지만 투수를 바꾸지 않았다. 마치 한국이 대만전에서 고영표가 홈런을 맞고 다시 안타를 허용한 뒤에도 투수 교체를 하지 않았던 상황과 똑같았다. 결국 도고는 곧바로 스리런 홈런을 얻어맞아 승기를 대만에 넘겨줬다.
반면 대만은 일본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한국전에도 마운드에 올랐던 선발 투수 린위민(21·리노 에이스)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불펜진에서도 장이(30·푸본 타이탄스)와 천관위(34·라쿠텐 몽키스)가 날카로운 제구력을 선보이며 대만의 승리를 지켜냈다.
일본 야구대표팀의 국제대회 27연승 행진을 끊은 대만 선수들의 특징은 해외 경험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린위민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의 트리플 A팀 리노 에이스에서 활약 중인 유망주다.
린위민에 이어 3이닝 동안 일본 타선을 꽁꽁 묶은 장이는 대만에서 중학교 졸업 후 일본으로 건너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야구 선수로 뛰었으며 2016년에는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에 입단해 활약했다. 일본에서 야구 선수로 성장한 장이는 이번 결승전에서 마치 일본 투수처럼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다양한 키킹 모션을 선보이며 상대 타선을 봉쇄했다.
천관위도 장이처럼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한 지일파다. 그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활약하다 2021년부터 대만 프로야구 라쿠텐 몽키스로 이적한 좌완 투수다.
일본과 결승전에서 5회초 3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선수(MVP)상을 수상한 전제셴(30·7-Eleven라이온스)도 대만의 대표적 지일파 타자다. 그는 일본 오카야마현 교세이 고등학교 출신으로 일본에서 장거리 타자로 성장한 선수였다. 비록 일본 프로야구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이후 대만으로 건너와 2018년과 2020년 대만 프로야구 타격왕에 올랐다.
대만의 야구 평론가 천스정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한 대만 팀에서 지일파의 역할을 치켜 세웠다. 그는 24일 대만 일간지 '자유시보'와 인터뷰에서 "불펜 투수로 큰 활약을 한 장이와 천관위는 제구력 등 과거 일본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 뛰어나다"며 "(대표팀) 코칭스태프가 투수 기용을 잘 했다"고 분석했다.
5회초 선제 우월 솔로 홈런으로 대만의 기세를 살린 포수 린자정은 드래프트를 통해 미국프로야구에 최초로 진출한 대만 야구선수였다. 미국에서 고교와 대학시절 야구 선수로 활약했던 그는 2019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입단해 현재 애리조나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뛰고 있다.
대만 프로야구는 최근 6개 구단으로 늘어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도 5억 원 안팎의 연봉을 받고 있다. 프리미어12에 뛰었던 박동원(34·LG)이나 고영표와 같이 20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선수는 대만 프로야구에는 없다. 그래서 대만의 야구 유망주들은 일찌감치 일본이나 미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록 이들이 해외에 나가 성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이같은 흐름은 대만 야구의 국제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이번 프리미어12에서 해외파 출신 선수들의 활약으로 대만이 우승을 차지한 것도 대만 야구 유망주들의 해외 진출 풍토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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