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은 지난 19일 "KIA부터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그리고 현금 10억 원을 받고 투수 조상우를 보내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번 트레이드로 구단은 2026년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함으로써 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최근 2년 동안 유망하고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다수 확보한 구단은 팀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다. 이 선수들이 도전과 경쟁을 통해 팀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예상보다 빨랐지만 예고된 시나리오였다. 트레이드 자체는 구단 운영적인 측면에서 이해의 여지가 있었다. 키움은 표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뿐, 지난해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부상을 기점으로 사실상 리빌딩 모드에 들어갔다.
토종 1선발이었던 최원태(27)를 LG 트윈스로 트레이드했고 올해는 2차 1라운드 유망주 김휘집(22)을 2025 신인 지명권 1라운드, 3라운드 두 장에 NC 다이노스로 보냈다. 2024시즌 종료 후에는 또 다른 주축 김혜성(25)까지 메이저리그 진출을 도전한 상황에서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희망을 걸기란 어려웠다. 5강 경쟁이 어려울 것이 유력한 상황에서 국가대표 마무리는 사치였다.
키움은 이미 시즌 중 조상우 트레이드를 고민했다. 선수가 선수인 만큼 기본적으로 1라운드 지명권을 깔고 간 탓에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고 가진 않았으나, 몇몇 구단이 문의를 한 건 사실이었다. 갈수록 상위 라운드 지명권 가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키움의 트레이드 난도도 그에 비례해 올라가고 있었다. 최근 키움의 3연속 1라운드 지명권 트레이드로 인한 구단들의 거부감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랬던 만큼 키움으로서도 '우승팀' KIA가 최적의 트레이드 상대였다는 것이 야구계 시선이다. 시즌 중에도 조상우에게 관심을 보였던 KIA는 올해 우승으로 내년 지명권 순번이 10순위가 되면서 조금 더 과감한 선택을 할 수 있었다. 보통 같은 1라운드라도 상위 순번과 10순위는 성공 확률에서 차이가 있다는 시선이 있다. 우승이 아니었다면 조상우 트레이드는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주축 선수들의 노쇠화가 뚜렷한 KIA는 최강 전력이라 평가받는 향후 몇 년간 연속 우승을 원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주축 선수들의 FA와 샐러리캡 상한선을 고려하면 FA 보강이 여의찮았다. 일차적으로 외국인 선수 업그레이드로 전력 강화를 노렸다. 그러나 필승조 장현식(29)이 우승 경쟁팀 LG 트윈스로 FA 이적하고, 2위 팀 삼성 라이온즈도 최원태를 FA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보강을 하면서 추가 영입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 결과가 조상우 트레이드였다. KIA 심재학 단장이 지난 13일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키움 고형욱 단장에게 먼저 제의했고, 16~17일 워크숍에서 급물살을 탄 뒤 18일 트레이드가 결정됐다.
왜 꼭 지명권이어야 했을까. 리빌딩을 원하는 키움으로서는 유망주를 선택할 수도 있었다. 이에 고형욱 단장은 트레이드 직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선수 대 선수로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선수를 받는다면 즉시 전력감을 원한다. 하지만 그런 선수는 상대 팀에서도 풀지 않는다. 유망주를 준다고 해도 우리가 만족할 만한 유망주를 내놓지 않는다"며 "그렇다면 신인 지명권으로 우리가 직접 선택해서 우리 팀 색깔에 맞게 성장시키는 것이 좋다고 봤다"고 답했다.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냈다면 또 다른 유망주를 붙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키움은 또 한 번 유망주를 선택했다. 현금 10억 원은 2024년 연봉이 3억 4000만 원인 조상우가 2025시즌 후 FA를 선언했을 때 나올 보상금을 고려한 금액이었다.
고형욱 단장은 "그 이상의 금액은 우리가 더 부담스러웠다. 그보단 지명권을 하나 더 요구했다"며 "우리도 순번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현재 고등학교 선수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은 성장이 빠르기 때문에 동계 캠프가 끝나면 기량이 올라온 선수들이 분명히 나온다. 또 10번과 11번을 연속으로 뽑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해당 순번에서도 좋은 선수를 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공들여 키운 선수를 떠나보내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도 쉽진 않다. 하지만 최근 10년 중 2017년을 제외한 모든 시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흐름이 끊긴 것에 위기감을 느꼈다. 그렇게 다가온 리빌딩의 시기를 조금 더 절박한 심정으로 단축하고자 했다.
고형욱 단장은 "매번 선수를 보낼 때마다 아쉽고 힘들다"면서도 "하지만 어렵더라도 선택을 해야 한다. 매년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이번 트레이드 같은 과정을 통해 꾸준히 뎁스를 강화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리빌딩에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과감한 선택을 통해 그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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