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 대신 신인 지명권' 키움, 이정후-김혜성-안우진 이후 끊긴 명맥... 이번엔 다를까

안호근 기자  |  2024.12.22 08:32
올 시즌까지 키움에서 활약한 뒤 KIA로 트레이드 된 조상우. /사진=김진경 대기자
키움 히어로즈가 또 한 번 스토브리그의 이슈 메이커가 됐다. 구단의 미래를 위해 당장의 보이는 가치를 포기하고 가능성에 투자를 했다.

이번엔 팀의 마무리로 맹활약했던 조상우(30)를 내줬다. 키움은 지난 19일 2026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을 받는 조건으로 조상우를 KIA에 보냈다.

리빌딩을 원하는 팀들이 선택하는 전략이다. 2022년 2위까지 달성했던 키움이지만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어 김혜성까지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었고 이 같은 결정을 하게 됐다.

지난해에도 토종 1선발이었던 최원태(27·현 삼성)를 LG 트윈스로 트레이드하며 내야수 이주형과 투수 김동규에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올해는 2차 1라운드 유망주 김휘집(22)을 2025 신인 지명권 1라운드, 3라운드 두 장에 NC 다이노스로 보냈다.

이어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다시 한 번 유망한 신인을 더 데려올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트레이드 직후 고형욱 키움 단장은 스타뉴스와 통화를 통해 "이번 트레이드로 구단은 2026년 상위 라운드 지명권을 확보함으로써 팀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며 "최근 2년 동안 유망하고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다수 확보한 구단은 팀의 미래를 위한 준비를 착실히 해 나가고 있다. 이 선수들이 도전과 경쟁을 통해 팀의 핵심 전력으로 성장해 나가길 기대하고 있으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와 올해 트레이드로 키움을 떠난 최원태(왼쪽)와 김휘집. /사진=뉴스1, OSEN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을 두지 않고 '네이밍 스폰서' 형식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히어로즈는 재정적으로 풍족한 상황은 아니다. 더불어 핵심 선수들이 줄 이탈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미래를 내다보는 결정을 내리는 것은 지극히 현실적일 수 있다.

다만 키움이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데려온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소 의문스러운 부분이 있다. 2017년 1차 지명 이정후와 2차 1라운드 김혜성, 2018년 1차 지명 안우진 이후엔 핵심 전력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할 만한 이들이 없었다. 올 시즌 후반기 클로저로 변신해 14세이브(4승 6패 5홀드)를 달성한 2022 1차 지명 주승우(24)가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이 중엔 KIA에서 받은 2023 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으로 영입한 포수 김동헌, LG에서 받아온 1라운드 지명권으로 2024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1라운드 투수 전준표 등도 있었으나 아직까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5년 1차 지명 최원태, 2022년 2차 1라운드로 지명한 김휘집을 보내며 얻은 결과이기에 그만큼 기대효과도 크다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트레이드 결과, 특히 신인 지명권에 대해선 단기간에 평가를 내리기 어렵다. 더 멀리보는 안목을 갖고 바라봐야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연이어 주축 선수들과 작별하며 느끼는 팬들의 허탈감도 고려해야 한다는 걸 팀으로서도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조상우라는 확실한 고점을 보였던 투수를 내주며 받은 KIA의 1라운드 지명권이 전체 10순위이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큰 기대를 걸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결국엔 이러한 과감한 선택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길 밖에 없다. 고 단장의 말처럼 유망하고 재능 있는 젊은 선수들을 다수 확보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팀을 떠난 선수들의 공백을 메워내거나 그 이상의 결과로 이어져야 성공적인 트레이드였다는 결론으로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키움 신인 선수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올해 신인들. /사진=키움 히어로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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