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안중근 쫓는 박훈.."현빈 눈물, 부담 컸을텐데 잘 버텨"[인터뷰③]

김나연 기자  |  2024.12.26 13:08
박훈 / 사진=CJ ENM
배우 박훈이 '하얼빈'에서 현빈과 호흡을 맞춘 소감을 밝혔다.

26일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의 배우 박훈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박훈이 일본을 향한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점철된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앞서 박훈은 현빈이 '하얼빈' 촬영 마지막 날 눈물 흘리는 모습을 봤다고 밝힌바. 그는 "위인을 다루는 이야기는 당연히 어렵고, 저도 실존 인물을 연기한 경험이 있지만 심하게 부담이 된다"며 "끝나면서 한 번에 무너져 내렸을 거다. 저도 (현빈의 눈물을) 보고 많은 걸 감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버텨준 것 같다"면서 "그동안 (현) 빈 씨가 한 연기를 많이 봐왔지만, 안중근 역은 또 새로운 색깔이었다. 다음 챕터가 열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까지 극 중 현빈과 대척점에 있는 역할로 존재감을 발휘한 박훈은 '하얼빈'에서도 안중근을 쫓는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그는 "그런 관계는 이번 작품이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다. '공조2' 할 때도 감독님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못 보셨고, 우민호 감독님도 앞선 두 작품을 못 보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캐스팅에 선입견이 없으셨던 것 같은데 또 하면 보시는 분들에게도 방해가 될 것 같다. 익숙해지면 타성에 젖는다고 생각한다"면서 "촬영 전에 우리 (함께하는)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멋지게 해보자는 전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사진='하얼빈' 스틸컷
박훈은 모리 다쓰오는 보통 오락 영화의 빌런과 다른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 오락 영화에서는 빌런이 압도되는 악한 행동을 하면, 주인공이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빌런을 이겨낸다. 근데 모리 다쓰오는 초반에 잡혔다가 풀려나지 않나"라며 "안중근을 원초적으로 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안중근은 어디있나'라는 잦은 대사를 통해 안중근의 정신과 혼은 어디서 나오는지, 어디에 존재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남기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그는 "원래 '안중근은 어디 있나'가 아니었던 대사도 그걸로 바꿔 달라고 했다. 모리 다쓰오라는 캐릭터에 일본의 행동을 함축적으로 담고 싶었다. 이토 히로부미 역의 릴리 프랭키가 영화를 보고 저를 만나자마자 '안중근은 어디 있나'로 말을 건네시더라. 그 대사가 잘 전해졌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그 질문에 응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훈은 "안중근이 조선의 혼이라면 이창섭(이동욱 분)은 조선의 투쟁이고, 공부인(전여빈 분)은 조선의 한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개봉해 131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서울의 봄'에 이어 악역을 맡게 된 박훈은 "역할을 선역과 악역으로 비교해서 생각해 본 적은 없다"면서 "다만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는 곡해하지 말자는 생각이 강하다. 저는 실존 인물을 실사화한다는 느낌보다는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의 봄'이면 전두광(황정민 분)을 위해 문일평(박훈 분)이 전화로 막고 있는 이유와 의미는 무엇일지, '한산: 용의 출현' 속 이운룡(박훈 분)은 어떤 인물이길래 이순신이 선봉에 세운 것인지에 대한 의미를 대본에서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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