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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낼모레 오십, 유준상의 '고산자'(인터뷰)

"시간은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낼모레 오십, 유준상의 '고산자'(인터뷰)

발행 : 2016.09.05 18:54

김현록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배우 유준상 인터뷰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배우 유준상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배우 유준상 / 사진=임성균 기자


조선 26대 왕 고종의 아버지. 세도가 안동김씨의 위협을 피해 파락호 노릇을 서슴지 않았던 집념의 야심가. 내적으론 개혁을 꾀하면서도 쇄국정책으로 조선 문호를 꼭꼭 걸어잠갔던 장본인. 흥선대원군, 석파 이하응을 오는 7일 개봉하는 '고산자, 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제작 시네마서비스)에서 만날 수 있다. 배우 유준상(47)이 그 역을 맡았다.


인터뷰에 나선 유준상은 "흥선대원군을 연기할 거라 생각지 못했다"는 말에도 "생각 좀 해 달라, 그런 역할도 잘 어울린다"며 그저 너스레를 떨었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모범 사위나 '풍문으로 들었소'의 매끈한 절대'갑'을 능청스럽게 그려냈던 유준상을 떠올린다면 물론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 '이끼'의 검사나 뮤지컬 '그날들'의 대통령 경호실장을 떠올린다면 느낌은 다를 것이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대동여지도를 만든 김정호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팩션 사극이다. 대원군과 안동김씨 일가의 대립과 천주교 박해 등 당대의 상황 속에 김정호의 사연을 녹여냈다. 차승원이 맡은 주인공 김정호가 너무 적은 사료 탓에 많은 걸 새로 만들어야 했던 인물이라면, 조연 격인 흥선대원군은 수많은 평가와 해석 속에서 중심을 잡아야 했던 인물. 유준상은 강직하고도 위엄있는 시대의 권력으로 흥선대원군을 그러냈다. 영화 속 흥선대원군은 "지도는 무릇 나라의 것이기에 백성에게 함부로 유포되면 아니 된다"면서도 김정호가 만들어낸 지도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혜안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배우 유준상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배우 유준상 / 사진=임성균 기자


"대원군이 난을 치는 장면을 위해 수묵화 대가인 소산 박대성 선생님을 만났어요. 역사를 공부하는 학자들도 덕분에 여럿 뵀는데, 하나같이 하시는 말씀이 우리가 대원군에 대해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어요. 예술적인 면들,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면들 등. 그게 우리 영화 속 흥선대원군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물론 이면이 있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애착이, 좋게 이끌려는 의지가 보였어요. 그 분이 외로웠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아들을 왕으로 만들기 위한 과정도 너무 험난했다 싶고, 난을 칠 수밖에 없는 마음도 다가오더라고요. 흥선대원군을 더 깊이 보여드릴 수 있는 다른 역이 있다면 꼭 해 보고 싶을 정도예요."


그는 두 아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있는 대동여지도를 보고, 아무도 없는 흥선대원군의 묘에 가 절을 하기도 했다. 모든 게 하나하나 흥선대원군을 준비하는 과정이고 즐거운 여행이기도 했다. 다만 다양한 자료를 섭렵하며 캐릭터를 준비하더라도 영상을 보지 않는다는 것은 그 나름의 철칙이다.


"흥선대원군의 발자취를 찾는 여행, 너무 재미있었어요. 작품이나 캐릭터를 준비할 때 영상은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프랑켄슈타인을 연기한다고 프랑켄슈타인이 나오는 영화를 보면 도움이 안 돼요. 따라하거나 비슷한 느낌을 주려 하게 마련이니까요. 실존인물은 다행히 참고할 수 있는 게 많고 갈 수 있는 곳도 많잖아요. 책을 보면서 상상하거나 그걸 쓴 분, 만든 분과 대화를 나누는 게 제가 평소 쓰는 방법이에요."


김정호 역 차승원과는 이번이 첫 만남이지만, 차승원이 중학교 1년 후배라 느낌이 남달랐다. 유준상은 "우리가 이야기하는 교복 마지막 세대가 저희다. 칼라가 빳빳이 세워진 그 구식 교복을 입었다"면서 "바로 그 다음 학년부터는 교복 자율화라 그 친구들이 정말 부러웠는데 시기 후배라 정감이 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유 없이 좋았다. 같이 작업하니 또 굉장히 좋은 분위기를 만들더라. 열심히 하는 모습이 즐거웠다"며 다만 만나는 장면이 적어 아쉬웠다고 했다.


"만나면 반가운 친구 같은 느낌이에요. (차승원이) 요리 잘하고 하니까 저도 요즘 요리에 관심이 생겨 이런저런 것들 물어보기도 하고요. 촬영하는 동안에는 아예 대화가 없었던 것 같네요. 저는 흥선대원군이잖아요. 제가 들어오면 다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까. 일단 다 바닥에 엎드려 있어요. 쉬는 시간에도요.(웃음) 촬영이 다 끝나고 요즘 만나니 재미가 있더라고요."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배우 유준상 / 사진=임성균 기자
영화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배우 유준상 / 사진=임성균 기자


유준상에게는 '이끼'(2011), '전설의 주먹'(2012)에 이은 강우석 감독과의 3번째 작업도 큰 의미였다. 유준상은 "사극에 관심이 있어 출연하고 싶었고, 강우석 감독님의 20번째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었는데 '고산자'로 그 둘을 모두 이뤘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추석 개봉작에 출연한다는 부담보다는 강우석 감독님이 이 영화로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크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을 존경하는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간 작품들은 모두 끊임없는 도전이에요. 요즘의 영화 시스템에서 20편의 상업영화를 끊임없이 만들어 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어요. '고산자'는 영화로 만들어지기 너무 어려운 이야기잖아요. 이런 풍경을 담고, 우리나라에 대해서 다시 고민해본다는 게 쉽지 않아요. 시도에서 그치지 않고 울림을 주고 감독님이 더 좋은 평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충분히그럴 자격이 있으시니까요. '사람은 늙지만 내 영화는 늙고 싶지 않다'는 감독님 말씀을 제 일기장 나무 한 그루를 그리고 적어놨어요.


3번 만났지만 세 작품에서 모두 혼신의 힘을 다하셨어요. 그런 면이 제게는 새롭게 다가와요. 특히 이번 작품은 스태프가 다 바뀌었어요. '척 하면 척'인 기존 스태프가 아닌 새 사람들과 영화를 만든다는 게 20번째 영화를 하는 감독님에게도 쉽지 않았을 거예요."


영화를 찍으면서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드라마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 연출도 하는 사람. 어찌 그리 열심히 사느냐는 질문에 곧 나이 쉰이 되는 배우는 환히 웃으며 답을 이어갔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배우를 잘 하기 위한 즐거운 과정이고 여행이라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원동력은 '즐거움'이라 했다. 스스로를 가혹하리만치 다그치다가도 관객과 만나면 그러질 잘했다 싶고, 너무 즐겁고, 긴장감이 기분 좋단다.


"시간은 거짓말을 안 하잖아요. 제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얼굴에 느는 주름살 같이 나타나는 것 같아 좋아요. 이렇게 꾸준히 살다 보면 배우로서 더 좋은 의미를 만들고 전하게 되지 않을까요. 무엇보다 그 모든 게 일단 재미있어요. 그런데 알게 모르게 주름살이 늘어요. 하루에 두 번 공연하면 작년까진 하나도 안 힘들었는데 요즘엔 안 되겠더라고요. 그렇다고 '힘드니까 설렁설렁 할게요' 못하잖아요. 일단 짱짱하게 하고 와선 '아이고 아이고' 그래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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