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키움 히어로즈는 우승을 향한 길이 하나가 아님을 KBO리그에 또 한 번 증명했다. 그와 동시에 자신들의 지난 결정을 돌아볼 계기도 마련했다.
시즌 전 키움의 5강 입성을 예측하는 전문가는 드물었다. 그들의 평가가 틀렸다고 보긴 어려웠다. 올해도 키움에 거액 FA는 없었다. 타 팀에서 방출된 김준완(31), 강민국(30)을 영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선수 유출만 있었다. 첫 FA를 맞이한 박병호(36)가 계약기간 3년, 총액 30억 원에 KT 위즈로 떠났다.
외국인 선수 영입도 도박에 가까웠다. 메이저리그에서 악동으로 불리던 야시엘 푸이그(30)를 총액 100만 달러(약 14억 원),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했던 타일러 애플러(29)를 총액 40만 달러(약 5억 원)에 계약했다. 늘 구설에 올랐던 푸이그가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가 걱정됐고, 2021시즌 트리플A에서 평균자책점 8.00을 기록한 애플러에게 높은 기대를 걸긴 어려웠다.
4월 말 나온 박동원(30) 트레이드는 전문가들의 잿빛 전망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매년 두 자릿수 홈런을 치는 주전 포수를 내주고 프로 7시즌 통산 홈런이 8개에 불과한 김태진(27)을 현금 10억 원, 2023 신인 2라운드 지명권과 함께 받아온 것은 경쟁을 포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이후 키움이 보여준 모습은 반전의 연속이었다. 전반기를 2위, 최종 정규시즌 순위를 3위로 마쳤다. 포스트시즌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KT, 정규시즌 7경기 차로 앞섰던 LG 트윈스를 차례로 넘어서고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안우진(23), 에릭 요키시(33), 이정후(24), 김혜성(23) 등 투·타 핵심 선수들이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며 1년 내내 중심을 잡아준 것이 가장 컸다.

새로이 데려온 선수들은 강점을 극대화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여했다. 참을성이 좋은 김준완은 상대 투수에게 많은 공을 던져 지치게 했다.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타석당 투구 수 4.60개는 2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 중 리그 1위 기록이다. 또한 리그에서 9번째로 많은 볼넷(64개)을 얻어내며 차츰 테이블세터 한 자리를 차지했다. 콘택트 툴이 강점인 김태진은 리그에서 4번째로 높은 콘택트율(89.9%)과 6번째로 높은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 비율(87.5%)로 무주공산이던 주전 1루수 자리를 꿰찼다. 자신을 보낸 팀들보다 키움을 더 높은 순위에 올려놓은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구단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외인들을 향한 믿음은 후반기 성적으로 돌아왔다. 적응을 끝마친 푸이그는 후반기 홈런 공동 2위(12개), OPS 리그 2위(0.962)로 장점만을 보여줬다. 가을야구에서도 두 차례 데일리 MVP를 차지하는 등 맹활약했다. 애플러는 퇴출 1순위 후보라는 악평을 이겨내고 시즌 완주에 성공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실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5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2.63, 13탈삼진으로 마운드를 지탱했다.
주전 선수가 떠난 자리에선 그동안 빛을 보지 못한 새로운 선수들이 나타났다. 박동원의 빈자리는 이지영이 올해 정규시즌 리그 2번째로 많은 수비 이닝(994⅔)을 소화하며 훌륭히 메웠다. 김혜성이 채우지 못한 유격수 빈자리는 신준우(21), 김휘집(20)이 각각 수비와 공격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렇게 믿음의 육성과 알뜰하게 모은 자원으로 한국시리즈 준우승이라는 투자 대비 최고의 성과를 냈다.
그러나 시즌 내내 떠오르는 아쉬운 이름 하나가 있었다. 지난 연말 KT로 떠난 박병호다. 8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던 거포의 공백은 예상대로 메우기 어려웠다. 시즌 시작부터 포스트시즌까지 키움은 이정후, 푸이그와 클린업 트리오를 이룰 4번 타자를 찾지 못해 헤맸다. 이정후, 푸이그를 지나면 상대 투수들은 장타 걱정 없이 거침없이 정면승부에 나섰다.
수비에서도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박병호가 있던 시절 내야수들은 어떤 송구든 안정적으로 받아주는 1루수의 존재 덕분에 마음껏 공을 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떠난 뒤 키움은 타격에서 가장 꾸준했던 김태진이 자리 잡기 전까지 주전 1루수 찾기를 반복했다. 어렵게 찾은 키 172㎝의 주전 1루수는 최선을 다해 공을 잡아냈으나, 신체적 한계가 아쉽게 느껴지는 장면도 많았다. 홈런으로 경기를 뒤집는 SSG에 맞서 실책으로 자멸한 한국시리즈는 공·수에서 박병호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떠올리게 하는 2022시즌 키움의 흔한 경기 중 하나였다.
키움은 거액 FA를 투자하는 것만이 꼭 정상에 서는 방법이 아님을 증명했다. 한 명에게 거액을 쏟아붓는 대신 육성과 스카우트에 그만한 투자를 했고 성과를 냈다. 이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매번 스카우트와 육성이 성공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쉽게 메울 수 없는 자리는 과감하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매년 나오는 지적을 2022년의 히어로즈는 또 그렇게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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