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잘했으니까 연봉 좀 많이 올려달라고 하고 싶다."
노시환(23·한화 이글스)은 2023년 KBO리그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다. 데뷔 후 서서히 성장세를 그리던 그는 올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한화의 홈런왕 계보를 잇는 대형스타로 떠올랐다.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한 노시환은 겨울 '시상식 시즌'에도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팀이 줄곧 하위권에 머문 바람에 시상식에서도 늘 들러리가 됐던 한화지만 올해 만큼은 누구보다 빛나는 팀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 노시환이 있다.
시상식 시즌을 마무리 지을 2023 신한은행 SOL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1일 오후 5시부터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개최된다. 수상 소감이 바닥날 정도로 많은 트로피를 손에 들었지만 황금장갑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3루수 골든글러브까지 품에 안으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겠다는 생각이다.

2019년 한화에 입단한 노시환은 두 번째 시즌부터 12개의 홈런을 날리더니 이듬해 18홈런으로 한화의 미래를 책임질 거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6홈런으로 주춤했고 절치부심하며 새 시즌을 준비했다. 스프링캠프부터 채은성과 붙어다니며 몸을 만들었고 빼어난 타격감을 뽐내더니 올 시즌 131경기 타율 0.298 31홈런 101타점, 출루율 0.388, 장타율 0.541, OPS(출루율+장타율) 0.929를 기록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며 10경기 가량을 빠졌지만 리그 유일 30홈런-100타점 이상 타자가 됐다.
한화 출신 홈런왕은 장종훈, 김태균이 전부였다. 노시환도 이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국가대표로도 아시안게임에서 맹활약해 금메달 수확을 이끌었다. 병역 문제까지 해결한 노시환은 KBO 시상식에서 2관왕으로 화려한 시상식 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앞서 KBO시상식에서부터 "올해 좋은 성적을 냈지만 내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내년엔 더 좋은 성적으로 홈런왕 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올해보다 더 나은 스텝업을 해야 한다. 더 무서운 타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를 잘 할 것이고 자신도 있다. 내년에는 더 무서운 타자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뉴트리디데이 일구상,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에서 최고 타자상을 수상한 노시환은 스포츠서울 올해의 상, 마구마구 리얼글러브 어워드에선 '올해의 선수상'까지 거머쥐었다. 동아스포츠대상에서도 야구 부문 수상자로 우뚝섰다.

지난 7일 2023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의 날에 최고 타자상을 수상한 그는 "최근 너무 많은 상을 받고 있어서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수상 소감이 고갈돼서 할 게 없더라"며 "일단 감사한 마음은 항상 전하지만 그 뒤에 멘트가 할 게 없어서 즉흥으로 하고 있다. 잘 했으니까 이렇게 바쁜 것이다. 너무 행복한 바쁨인데 너무 좋다"고 말했다.
취재진 앞에서 손혁 단장을 향해 연봉 인상을 요구하는 당당한 태도를 보여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그는 "선수들이 야구만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신 단장님께 감사드린다"며 "올해 잘했으니까 연봉 좀 많이 올려달라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 시즌 연봉 1억 3100만 원을 받은 그는 기록적인 연봉 인상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이날 오후 열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이범호 이후 끊긴 한화 출신 3루수 골든글러브에 17년 만에 도전한다.
하위권에서 맴돌던 한화에선 2013년 정근우(2루수) 이후로 좀처럼 골든글러브 주인공이 나오지 않았다. 2016년 김태균이 지명타자로 황금장갑을 꼈지만 야수 포지션에선 정근우 이후 7년 동안 감감무소식이었다. 2021년 정은원이 2루수 황금장갑의 주인공이 됐지만 지난해 주춤하더니 올 시즌엔 타율 0.222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 더 아쉬움을 키웠다.

그렇기에 올 시즌 사실상 3루수 골든글러브를 예약한 노시환의 반등은 더욱 반가웠다. 1루수(2008년 김태균)와 유격수(2011년 이대수)에서도 골든글러브가 나온지 꽤 오래됐지만 3루수는 내야 포지션 중 가장 오래됐다. 이범호가 2005년과 2006년 연속으로 주인공이 된 후 수상자가 없었다.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은 지난달 29일부터 1일까지 올 시즌 KBO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중계 담당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등 미디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 결과에 따라 가려진다. 올해의 타자상을 싹 쓸고 있는 만큼 노시환의 수상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시상식을 마치면 또 바쁘게 다음 시즌 준비에 나선다. 올 시즌 활약이 스스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이다. 노시환은 "올해 좀 잘 했기 때문에 준비했던 과정들을 기억하면서 비시즌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그 경험으로 실력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1년, 1년 성장을 계속한다면 올해보다 내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하기 때문에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연봉 인상은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내년에도 더 분발하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이자 팀에 대한 책임감이기도 하다. 노시환은 "(원하는) 액수를 공개하기 그렇다. 선수가 받고 싶은 대로 받을 수는 없기 때문에 구단과 조율을 잘 해보겠다"며 "내가 생각하는 근사치에 온다면 서로 기분 좋게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도 더 잘할 테니까 많이 신경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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