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무대가 좁았던 영웅들은 하나 둘 팀을 떠났다. 주장 완장에 고액 연봉자, 팀 최고 타자라는 묵직한 무게감을 떠안은 송성문(29·키움 히어로즈)의 새 시즌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혜성(26)이 시즌을 앞두고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었다. 2015년 입단 후에만 벌써 4번째 메이저리그(MLB) 진출 사례를 지켜본 송성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 무게감이 다르다.
고교 최고 타자에게 주어지는 이영민 타격상을 받고 야심차게 프로 무대에 발을 디뎠으나 길고 긴 고난의 시간을 겪었다. 데뷔 후 10년 만에 드디어 날아올랐고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시즌 후 연봉 협상에서도 모처럼 활짝 웃었다. 종전 1억 3000만원에서 130.8% 인상된 3억원에 사인을 했다.
그만큼 어깨도 더 무거워졌다. 2023시즌 종료 후 이정후(샌프란시스코)가 MLB로 떠날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혜성까지 이탈한 상황에서 타선의 무게감을 잡아야 하는 타자가 송성문을 제외하면 떠오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송성문은 김도영(KIA), 최정(SSG)에 가려졌지만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늘 아쉬움이 남았던 송성문은 지난해 데뷔 후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142경기에서 타율 0.340 19홈런 104타점 88득점 21도루, 출루율 0.409, 장타율 0.518, OPS(출루율+장타율) 0.927로 훨훨 날았다.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스탯티즈 기준) 5.83으로 야수 가운데 김도영(8.51), 멜 로하스 주니어(KT·6.34) 다음이었다.
김혜성이 떠났지만 키움은 특별한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외국인 타자를 2명을 택한 것도 부족한 타선의 힘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이미 키움에서 뛴 적이 있는 야시엘 푸이그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짧게 뛴 루벤 카디네스가 그들이다.
지난해 팀 타율 0.264로 최하위에 머물렀던 타선이다. 외국인 타자를 2명 데려왔다고는 하지만 김혜성이 빠진 만큼 커다란 전력 상승을 기대하기는 무리일 수 있다. 지난해 급반등한 송성문이 더 성장해주기를 고대하고 있는 키움이다. 그럴 경우 화끈한 중심 타선을 필두로 영건들의 성장을 기대하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장이라는 책임감 외에도 송성문에겐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시즌이다.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김도영과 라이벌 의식이다. 최정도 건재하고 지난해 다소 부침을 겪었던 2023년 홈런왕 노시환(한화), 지난해 28홈런을 날린 김영웅(삼성) 등 쟁쟁한 라이벌들이 3루에 즐비하다.

멀게만 느껴졌던 에이스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송성문이다. 홍원기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송성문에게 수비적인 과제도 안겨줬다. 바로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것. 경우에 따라 김혜성이 빠진 2루를 지킬 일도 생겨날 수 있으니 이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여러모로 더 바빠진 스프링캠프다. 키움은 지난달 24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메사 애리조나 애슬레틱 그라운드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후 오는 15일 2차 캠프지인 대만 가오슝으로 이동해 다음달 5일까지 대만프로야구팀인 중신 브라더스, 다이강 호크스, 라쿠텐 몽키스 등과 7차례 연습경기를 벌일 예정이다.
멀티포지션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타석에서도 지난해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다는 걸 스스로 확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불어 주장으로서 팀원들을 이끌어 가야 하는 역할까지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송성문에겐 매우 귀중하고도 정신없는 시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간을 귀중히 잘 활용한다면 또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24년이 송성문이라는 이름을 야구 팬들에게 널리 알리는 시간이었다면 2025년은 송성문의 커리어를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또 하나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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