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한상진(47) 씨는 배우자인 박정은(48) 부산 BNK 썸 감독을 두고 '낭만감독 박사부'라고 불렀다. 어린 나이에 떠난 고향에 돌아와 감독직을 맡으며 선수들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17살이던 1994년 말 부산 동주여상(현 동주여고) 졸업 후 삼성생명 농구단에 입단하며 고향을 떠났다. 2013년까지 삼성생명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박 감독은 2016년까지 팀에서 코치를 맡으며 팀을 지켰다.
이후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행정가의 길을 걷던 박 감독은 2021년 고향팀인 BNK의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무려 27년 만의 귀향이었다. 이옥자(73) 전 KDB생명 감독, 유영주(54) 전 BNK 감독에 이어 3호 여성 사령탑이었다. 코치진도 삼성생명 시절 한솥밥을 먹었던 변연하(45), 김영화(44) 코치가 맡는 등 여성 지도자로 꾸렸다.
그때부터 박 감독이 걸어온 길은 여자농구 여성 감독의 역사였다. 부임 첫 해인 2021~22시즌에는 창단 최초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이듬해에는 정규리그 2위에 오른 후 플레이오프 스윕승, 챔피언결정전 준우승이라는 결과를 냈다.

지난해 BNK는 구단 내홍 속에 13연패에 빠지면서 6승 24패로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자칫 구단이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던 상황에서 박 감독이 나섰다. 아산 우리은행의 15년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박혜진(35)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로 은퇴했지만, 고향에서 선수 생활을 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는 말로 고향팀에 돌아오게 했고, 리그 최고의 포워드 중 한 명인 김소니아(32)까지 데려올 수 있었다. 코치진에도 변화를 줘 역시 삼성생명에서 같이 뛴 이종애(50) 코치도 영입했다.
여기에 기존 안혜지(28)와 이소희(25),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까지 BNK는 탄탄한 전력을 갖췄다. 이를 증명하듯 BNK는 개막 6연승을 시작으로 10승 고지에 선착하는 등 순항했다. 다만 후반기 시작부터 이소희(발바닥 골멍)와 박혜진(발목)이 다치면서 끝내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은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박 감독은 차근차근 올라갔다. 플레이오프에서도 3위 삼성생명과 2승 후 2패를 당하는 어려운 경기를 펼친 끝에 힘겹게 챔프전에 진출했다. 이어 1위 우리은행과 2년 만의 리턴매치에서 3전 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3차전 마지막 순간은 본인이 삼고초려 끝 데려온 박혜진의 결승 3점포가 장식해 의미를 더했다.
이로써 박 감독은 여성 감독 최초로 WKBL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지도자가 됐다. 여기에 삼성생명 시절 5번의 우승에 이어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정상에 오르는 최초의 기록도 함께 세웠다.

경기 후 박 감독은 "부저가 울렸는지도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고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선수 시절 수많은 우승을 해봤지만, 그는 "그게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이번 시즌이 좀 더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뛰어서 우승하는 것보다 우리 선수들이 뛰면서 우승하는 느낌이 정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대단한 것 같다"고도 했다.
여성 지도자로서 역사를 쓰고 있는 만큼 책임감도 있었다. 박 감독은 "우리 여성 지도자들도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선수 복이 많아서 우리 선수들이 그렇게 해준 것 같다.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얘기했다.
지난 시즌까지 팀에서 빅맨 역할을 해주던 진안(하나은행)과 한엄지(우리은행), 김한별(은퇴)이 떠나면서 BNK는 스몰 라인업을 꾸렸다. 모험을 해야 했기에 우승도 장담할 수 없었다. 박 감독은 "(박)혜진이나 (김)소니아와 미팅도 했지만, '플레이오프만 하자'고 했다"며 "세 선수가 나가면서 스몰볼을 해야하는데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열심히 앞만 보고 하다 보니 1위를 하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한 건 주장 박혜진의 역할이 컸지만, 박 감독 역시 여기에 공헌했다. 특히 전 소속팀에서 다소 흥분하는 모습이 잦았던 김소니아에 대해서는 "나한테 화도 냈다가 죄송하다고 문자도 보낸다"면서 "이적하면서 코트의 리더가 되고 싶고, 이기고 싶어했는데 그러면서 욕심이 나오다가도 좀 더 이타적으로 하려고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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