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이 끝까지 믿어주기로 했는데, 시즌 첫 게임부터 무너졌다. 하지만 전사민(26·NC 다이노스)에게 두 번 실패는 없었다. 하루 만에 '디펜딩 챔피언'을 잡아내며 자신의 능력치를 증명했다.
전사민은 22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5 신한 SOL Bank KBO 리그 개막전에서 팀이 2-1로 앞서던 8회말 등판했으나, ⅓이닝 2피안타 2볼넷 4실점으로 흔들렸다.
선발 로건 앨런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NC는 7회초 박건우의 2타점 적시타로 2-1 역전에 성공했다. 7회말 올라온 김태경이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면서, NC는 8회와 9회만 잘 막으면 이호준(49) 감독의 데뷔 첫 승을 안겨줄 수 있었다.
8회말, NC는 전사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시범경기 4경기(4⅓이닝)에서 무실점을 기록하며 필승조로 낙점받았던 선수다. 하지만 그는 첫 타자 최원준에게 한가운데 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가 우전안타를 허용했다. 이후 제구가 흔들리면서 박찬호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대타 홍종표를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지만, 나성범에게 3볼을 먼저 준 끝에 적시타를 맞아 2-2 동점을 내줬다.

흔들린 전사민은 영점을 잡지 못했고, 패트릭 위즈덤에게도 4구를 내줘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NC는 그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김재열을 등판시켰다. 이후 김재열이 최형우와 김선빈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전사민의 선행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한준수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며 NC는 8회말 8실점을 기록하고 2-9 역전패를 당했다.
다음날 취재진과 만난 이 감독은 "'2번 타자' 김주원과 '승리조' 전사민은 올해 끝까지 한 번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시작했기에 후회는 없다. 그래도 본인이 잘 막았다면 순탄했겠지만, 저희가 험한 길을 가게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사민이가 많이 긴장한 것 같더라. 상황이 1점 차이기도 했고, 상대도 KIA였다"고 했다.
크게 흔들렸기에 계획에 변화를 줄 수도 있었지만, 이 감독은 뚝심을 가져갔다. 23일 KIA와 다시 맞붙은 NC는 2-2로 맞서던 4회초 주장 박민우의 2타점 3루타로 리드를 잡았고, 6회 한 점씩 주고받으며 5-3으로 앞서고 있었다. 8회말 NC는 5번째 투수로 전사민을 다시 등판시켰다.

전날의 악몽이 아직도 남아있었고, 하필 타순도 4번 타자부터 시작이었다. 하지만 전사민은 첫 타자 위즈덤을 3구 삼진으로 처리했다. 이어 최형우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떨어지는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전사민은 김선빈마저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이로써 1이닝 퍼펙트를 기록한 그는 데뷔 첫 홀드를 따냈다. 팀도 5-4로 승리하며 연패를 피했다.
대신중-부산정보고 출신의 전사민은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로 NC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입문했다. 키 194cm의 훌륭한 신체조건을 가졌지만, 다듬을 부분이 많았기에 상무 야구단 전역 후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10경기 이상 등판한 게 지난해(17경기)가 전부일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래도 2023시즌 팀 동료였던 'MVP' 에릭 페디(현 세인트루이스)에게 던지는 방법을 배운 투심 패스트볼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이에 올해 스프링캠프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포수 김형준은 "이 볼에 배트가 나갔으면 아마 부러졌을 것이다"라고 했고, 이용훈 투수코치도 "마운드 위에서 본인의 공에 대해 정확히 인지가 돼있다. 경기에서 본인의 볼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 선수다"고 말하며 "올 시즌 많은 기대가 된다"는 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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