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창단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4번째 시즌을 맞이한 2024~2025시즌 많은 것을 이뤄냈다.
2라운드 종료 시점에선 포스트시즌 진출 마지노선인 3위와 승점 10점 차에 불과했고 전반기 6승 12패(승점 19점)로 7개 팀 중 5위로 마쳤다. 3시즌 연속 꼴찌에 한 시즌 최다승과 최다승점이 각각 5승·17점에 불과했던 지난 3시즌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었다.
비록 뒷심 부족으로 최종 11승 25패(승점 35점)를 기록, 또 한 번 V리그 여자부 꼴찌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창단 최초로 이뤄낸 기록이 많았다. 창단 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수와 승점 30점을 돌파했고, 3연승도 해봤다. 또한 지난 3월 11일 6라운드 경기에서는 흥국생명마저 세트 점수 3-2로 꺾어 창단 최초 단일 시즌 전 구단 상대 승리도 달성했다.
그 중심이 된 선수로 리베로 한다혜(30)를 꼽는 배구계 관계자들이 많다. 한다혜는 원곡고 졸업 후 2013~2014 V리그 신인드래프트 여자부 3라운드 5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했다. 바로 직전 시즌까지 GS칼텍스 한 팀에만 머물며 국가대표 리베로까지 성장했고 두 번째 FA를 맞이해 3년 총액 8억 7000만 원을 받고 광주로 향했다.
그리고 페퍼저축은행의 선택은 지난 시즌 FA 최고의 선택으로 돌아왔다. 저조한 팀 성적으로 인해 많이 조명받지 못했으나, 그 누구보다 팀을 위해 뛰었던 '언성 히어로'로 기억했다. 한 배구계 관계자는 스타뉴스에 "올 시즌 최고의 영입을 꼽으라면 한다혜가 아닐까 싶다. 한다혜가 들어가면서 페퍼도 안정적인 경기 운영이 가능했다"고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한다혜는 36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리시브 효율 39.23%(리그 4위), 디그 세트당 평균 4.585개(5위)를 여전한 기량을 뽐냈다. 6라운드에서는 V리그 18번째로 개인 역대 통산 수비 5000개도 달성했다.


최근 스타뉴스와 유선상으로 만난 한다혜는 "다른 팀에서는 처음 뛰어보는데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잘 마무리한 것 같다. 우리 팀이 전 구단 상대 승리도 했고, 처음으로 10승을 한 것도 마음에 든다. 특히 내가 와서 처음 10승을 했다는 말이 뿌듯했다. 개인적으로도 수비 5000개는 선수 한다혜의 첫 기록이라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부상 없이 잘 끝낸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이적 후 첫 시즌을 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지난 1월 12일 4라운드 수원 현대건설전 3-1 승리를 꼽았다. 한다혜 개인에게나 페퍼저축은행에나 특별한 승리였다. 한다혜와 페퍼저축은행 모두 현대건설 원정 승리와 오랫동안 인연이 없었다. 한다혜가 수원에서 경험한 마지막 승리는 GS칼텍스 시절 2019년 11월 28일(3-1)이 마지막이었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이때의 승리를 통해 2021년 창단 후 첫 수원전 승리와 현대건설 상대 승점 3점을 챙겼다. 각각 6년, 4년 만에 이겨봤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V리그 막내 팀으로서 이룬 것이 더 많건만, 쉽게 만족이 안됐다. 페퍼저축은행이 시즌 초반 기세를 끝까지 이어가지 못하고 하위권에서 맴돌다 결국 꼴찌 탈출에 실패한 것이 끝내 마음에 걸린 한다혜다.
한다혜는 "잘한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조금 더 잘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개인적으로 시즌 리시브 효율 40%를 넘기지 못했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게 제일 아쉬웠다"며 "팀 전체로 봤을 때는 우리 모두가 성장해야 될 필요성을 느꼈다. 뭐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리시브, 서브, 2단 연결 등 많은 부분에서 더 발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최초의 봄배구도 도전할 수 있다. 일단 중위권까지 올라가고 싶은 것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이제 막 자리잡은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을 바로 알아보는 광주 시민들은 많이 없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의 평균 홈관중은 첫시즌 1313명에서 올시즌 2180명으로 조금씩 늘어나 차츰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 페퍼저축은행 경기를 본 사람들은 항상 코트 이곳저곳을 밝게 누비며 "고마워"를 외치는 한다혜의 모습을 기억한다. 장소연 감독이 한다혜에게 바랐던 모습이기도 하다.
한다혜는 "감독님께서 '네가 코트에서 조금 더 분위기를 띄우고 애들을 끌고 가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점수가 나면 코트를 막 뛰어다녔다. 애들이 범실을 하거나 공격이 잘 안 풀릴 때도 '괜찮으니까 자신 있게 때려봐'라고 했다. 그러면 점수가 더 나기도 했다"고 웃으면서 "뭐든 고마워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커버해주면 고맙다고 하고, 반대로 블로킹에 막혔을 때 내가 커버하면 고맙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특별한 뜻은 없다"고 전했다.
그리고 한다혜 역시 경기장에서 자신을 응원해주는 페퍼저축은행 팬들을 기억하고 있다. 한다혜는 "올 시즌 팬들이 내게 페퍼에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엄청 많이 해주셨다. 팡팡 플레이어를 올해 한 번도 못 받아 아쉽다는 말을 들었다"고 웃으면서 "오히려 내가 더 팬분들께 응원해 주셔서 더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체력 걱정하시는 분도 계신데 아직 쌩쌩하다. 올해 아쉬웠지만, 다음 시즌에는 정말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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