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리그 남자부 최초 트레블(KOVO컵·정규리그 1위·챔피언 결정전)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가 매너에서도 승리했다.
올해 정규리그 30경기 만에 26승 4패, 승점 76을 기록해 5라운드에서 역대 최단 기간 1위를 확정한 현대캐피탈은 30승 6패, 승점 88로 왕조 시절 대전 삼성화재가 두 차례 달성한 84를 훌쩍 넘긴 뒤 챔피언결정전에 선착했다. 그 뒤 3연승으로 2018~2019시즌 이후 6년 만이자 구단 통산 5번째 별을 달았다. 통합 우승은 2005~2006시즌 이후 무려 19년 만의 쾌거. 레오가 챔피언 결정전 MVP, 허수봉이 리그 MVP를 나눠가지면서 집안 잔치를 벌였다. 여기에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이 의미를 둔 기록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페어플레이상 수상이다. 올 시즌 V리그는 국제 배구 흐름에 발맞춰 비디오 판독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늘렸고, 불필요한 비디오 판독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그린카드 제도를 도입했다. 팀의 비디오 판독 또는 주심의 셀프 비디오 판독 요청시 주심의 시그널 전 선수가 먼저 반칙을 인정하고 손을 들 경우 주심은 해당선수에게 그린 카드를 제시한다. 2025 KOVO컵 대회에서 처음 도입됐고 정규리그에서는 남자부 53회, 여자부 44회로 총 97회의 그린카드가 나왔다.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이 12회로 가장 많았는데, 이는 남녀부 통틀어 최다였다. 한국전력과 우리카드(이상 9회), OK저축은행과 KB손해보험(이상 8회), 삼성화재 6회, 그리고 대한항공이 1회로 뒤를 이었다.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과 GS칼텍스가 8회였고,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 현대건설이 각 6회씩, 정관장과 흥국생명이 각 5회씩을 받았다. 그린카드 제도는 정규리그 공식 시상 부문인 페어플레이상을 선정할 때 30%의 비율로 반영되었다. 그리고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 여자부에서는 IBK기업은행이 페어플레이상을 거머쥐었다.
블랑 감독은 지난 14일 V리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뒤 "구단의 모든 구성원과 이 수상을 함께하고 싶다. 올 시즌 노력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앞서 우리 팀이 페어플레이상을 받았는데 이 상이 우리의 4번째 트로피가 될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밝혀 의미를 더했다.

이밖에 흥미로운 기록들이 다수 나왔다. 역대 가장 빠른 정규리그 1위 확정과 역대 6번째 남녀부 동시 통합 우승 기록이 탄생했다.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여자부 흥국생명은 V리그 역사상 최단기간에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6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흥국생명은 5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일찌감치 축포를 터뜨렸다.
챔피언 결정전으로 직행한 두 팀은 챔프전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면서 현대캐피탈은 19년, 흥국생명은 6년 만에 통합우승의 업적을 일궜다. 남녀부가 모두 통합우승을 달성한 건 2005~2006시즌 현대캐피탈과 흥국생명, 2011~2012시즌 삼성화재와 KGC인삼공사, 2012~2013시즌 삼성화재와 IBK기업은행, 2020~2021시즌 대한항공과 GS칼텍스, 2023~2024시즌 대한항공과 현대건설에 이은 역대 6번째다.
또한 V-리그 역대 가장 많은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시즌이기도 했다. 남자부에서는 현대캐피탈 블랑 감독을 시작으로 대한항공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KB손해보험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 OK저축은행 오기노 마사지 감독으로 총 5명이었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공교롭게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6팀 가운데 무려 4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봄내음을 맡았다. 대한항공과 KB손해보험은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했고, 현대캐피탈은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올랐다.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챔프전에 직행, 정관장을 시리즈 전적 3-2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팀의 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외국인 선수들 빼어난 활약이 돋보였던 올 시즌이다. GS칼텍스에서 2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지젤 실바(등록명 실바)는 32경기 124세트를 소화하면서 1008점을 쏘아올렸다. 역대 V-리그 여자부에서 2시즌 연속 1000점을 돌파한 선수는 실바가 1호다. 남자부에서는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가 2013~2014, 2014~2015시즌, KB손해보험 시절 노우모리 케이타(등록명 케이타)가 2020-2021, 2021~2022시즌에 한 바 있다.
정관장 염혜선은 세트 1만 6018개를 올리면서 은퇴한 이효희(1만 5401개)를 뛰어넘어,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레오는 올 시즌으로 V-리그 7시즌째를 뛰면서, 지난 시즌 은퇴한 박철우(6623점)를 뛰어넘는 남자부 역대 통산 득점 1위 자리에 우뚝 서면서 명실상부한 V-리그 최고 외인의 면모를 다시 한번 뽐냈다.
여러 레전드 선수들을 떠나보낸 시즌이기도 하다. 여오현을 시작으로 박철우, 하현용, 문성민 그리고 김연경까지 배구 팬들과 눈물의 작별을 고했다. 이들은 V-리그 코트를 누비면서 여러 발자취도 남겼는데, 여오현은 프로 출범 원년부터 2023~2024시즌까지 625경기를 뛰면서 수비 1만 3224개로 역대 1호 기록을 세웠다. 박철우는 레오(6661득점)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6623득점으로 오랜 기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했다.
김연경은 유종의 미를 거둔 시즌이다. 시즌 도중 은퇴를 선언한 그는 2008~2009시즌 이후 16시즌 만에 V-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관장과의 챔프전에서 1, 2차전을 승리하면서 시리즈 우위를 점했고, 3,4차전을 뺏기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5차전에서 시즌 최다 34점을 폭발하면서 방점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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