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소신발언 "국내 감독도 한국 대표팀 잘 이끌 수 있다"

김명석 기자  |  2023.01.18 07:08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동행을 마친 뒤 17일 온라인을 통해 기자회견 중인 박항서 감독. /사진=화상 인터뷰 화면 캡처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동행을 마친 뒤 17일 온라인을 통해 기자회견 중인 박항서 감독. /사진=화상 인터뷰 화면 캡처
"국내 감독들도 역량이 있다는 걸 인식을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5년 4개월 만에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동행을 마친 박항서(64) 감독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과 관련해 가감없이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골자는 외국인이 아닌 국내 감독들도 충분히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고, 이를 위해서는 대한축구협회의 적절한 역할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감독으로 마지막 경기를 치른 다음날인 17일 국내 취재진과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제가 감히 어떻게 한국 대표팀에 대해 평가를 하겠느냐"면서도 "한국에도 유능한 지도자들이 많다. 국가대표팀을 할 수 있는 자질이 있는 지도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축구협회는 지난 2022 FIFA(국제축구연맹)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끈 뒤 떠난 파울루 벤투(54·포르투갈) 감독 후임을 물색 중인데, 벤투 후임으로 외국인 사령탑뿐만 아니라 한국인 지도자들도 충분히 후보군에 올라 경쟁할 수 있다는 게 박 감독의 주장이다. 차기 감독 선임과 관련한 분위기에 국내 지도자가 배제된 듯한 것에 아쉬움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국가대표팀 선임과 대표팀 육성·관리를 책임지는 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으로 한국인이 아닌 독일 출신의 미하엘 뮐러(58)가 선임된 것을 두고 박 감독이 고개를 갸웃한 것 마찬가지다. 협회가 차기 사령탑으로 한국인 지도자들의 선임을 배제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이 담겨 있다.

박항서 감독은 "직설적인 얘기지만, 아직 새 기술위원장(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을 직접 뵙지는 못했으나 의문이 생겼다. 독일 출신의 기술위원장님이 과연 한국 지도자들의 역량을 얼마나 알까, 어떤 데이터나 서류가 온다고 정확하게 평가가 가능할까 생각이 들었다"며 "기술위원장님을 선임할 때 축구협회는 '외국인 감독을 뽑기 위해 선임을 했나', 이렇게 의아하게 생각했다. 외국인이 기술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 의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을 마친 뒤 김학범 당시 한국 U-23 대표팀 감독과 인사하고 있는 박항서 당시 베트남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4강전을 마친 뒤 김학범 당시 한국 U-23 대표팀 감독과 인사하고 있는 박항서 당시 베트남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뿐만 아니라 박 감독은 그동안 국내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축구협회의 지원이나 역할이 부족했다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외국인 감독만큼의 지원이 부족했고, 여론의 비판 목소리에 맞서 협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 감독은 "해외에 나갔을 때 언어 소통 문제를 제외하면, 감독으로서의 역량은 충분히 한국 지도자들이 맡아도 우리 국가대표팀을 잘 이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국내 지도자들이 부임하면 축구협회가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외국인 감독보다 지원을 안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 부분만 해결되면 우리 지도자들이 충분히 국가대표팀을 맡을 수 있고, 그런 역량을 발휘할 능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덧붙이자면 미디어는 비난이나 조언 모두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감독이 소신 있게 할 수 있도록 축구협회가 '방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협회가 제대로 했는지를 되돌아봐야 한다. 국내 감독들이 역량이 있다는 것도 인식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박항서 감독이 공석인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을 드러낸 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전에 베트남과 한국에서는 감독을 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 한국에는 저보다 훌륭한 후배들과 동료들이 더 많다. 다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한국에서는 감독할 생각이 없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편 축구협회는 뮐러 신임 전력강화위원장을 중심으로 새 위원회를 꾸려 새 감독 선임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당초 2월을 새 감독 선임 시기로 잡았으나 뮐러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이용수) 체제에서 넘겨받은 1차 후보군과 무관하게 백지상태에서 새 감독을 선임할 계획이다. 감독 국적 등도 모든 방향으로 열어두고 새 감독을 선임한다는 게 새 위원회의 방침이다.

미하엘 뮐러 대한축구협회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미하엘 뮐러 대한축구협회 신임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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