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치기도 걱정없다... 여유 찾은 국대 새신랑 "KKK 잡아야죠" [투손 인터뷰]

투손(미국 애리조나주)=김동윤 기자  |  2023.02.21 17:26
고우석./사진=김동윤 기자 고우석./사진=김동윤 기자
"가끔 보면 승부치기 때 더 잘 막는 투수들도 있잖아요."


국가대표 마무리 고우석(24·LG)이 투수로서 까다로울 승부치기 상황에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비 훈련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 중 하나가 승부치기다. 이번 WBC에서 승부치기는 연장 10회부터 무사 2루에서 시작된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훈련이 진행 중인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서 "선공보단 후공이 유리하고 승부치기에서 점수를 내지 못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일단 선수에게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번트를 기본적으로 생각해보라고 했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어느 상황에서건 가장 마지막으로 마운드에 오를 투수는 고우석이 유력하다. 고우석은 지난해 61경기 4승 2패 42세이브, 평균자책점 1.48, 60⅔이닝 80탈삼진으로 구원왕을 차지한 현시점 최고의 마무리 투수다.

21일(한국시간) 대표팀 훈련을 마치고 만난 고우석은 "승부치기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면서 "경험상 그런 위기 상황에서는 위기라고 생각 안하고 던져야 자기 투구에 집중할 수 있다. 내가 만든 상황이 아니라 생각하고 똑같이 내 공을 던지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답했다.

그 말을 하는 고우석의 태도에는 한층 여유가 보였다. 지난달 결혼으로 안정을 찾은 탓도 있겠으나, 2020 도쿄올림픽에서의 악몽이 오히려 약이 됐다. 일본과 준결승 1경기 당시 고우석은 2-2로 맞선 8회말 마운드에 올라 1사 1루에서 땅볼 타구를 병살로 유도했다. 하지만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간 고우석의 발이 베이스가 아닌 땅을 헛짚으면서 2사 1루가 됐다. 이후 폭투, 자동 고의4구,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놓였고 야마다 테츠토(야쿠르트)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아 패전 투수가 됐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 고우석./사진=뉴스1 2020 도쿄올림픽 당시 고우석./사진=뉴스1


이에 고우석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그렇다고 트라우마가 되진 않았다. 그땐 내가 실력이 부족했다. '긴장해서 그랬다'는 말은 너무 오만한 생각인 것 같다. 긴장한다는 것도 다 실력의 한 부분"이라고 담담하게 답했다.

오히려 그 기억을 머리에 새기고 성장했다. 루틴도 조금 더 세밀하고 섬세해지면서 여유를 찾는 데도 도움이 됐다. 고우석은 "긴박한 상황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공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대회를 계기로 좀 더 노력했고 발전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는 어떻게 될까 나도 궁금하다. 이번에는 자신감 있게 싸워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신혼의 달콤함을 뒤로 하고 캠프에 합류한 새신랑은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는 중이다. 지난 17일 NC와 연습경기에서는 대표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8-2 승리를 지켰다. KBO 관계자에 따르면 벌써 시속 150㎞가 넘는 공을 던지는 고우석에 경기장을 찾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꽤 놀랐다.

한층 성숙해진 마음가짐과 기량에 승부치기에 대한 좋은 기억도 있어 걱정이 없다. 고우석은 "고등학교 때 승부치기를 경험해 봤는데 그때 성적이 꽤 괜찮았다. 물론 WBC는 그때와 (상대 타자 수준이)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상황을 지우고 눈앞의 타자에만 집중해야 하는 것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승부치기 상황에서 최고의 이벤트는 3연속 삼진(KKK)이다. 9이닝당 탈삼진이 11개가 넘는 고우석은 물론 그럴 능력이 충분하다. "3연속 삼진을 기대해봐도 괜찮겠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우석은 "프로 선수들 상대긴 하지만, KKK 잡아야죠. 그럴 각오로 하겠습니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고우석./사진=뉴스1 고우석./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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