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에 슬픔 속 치러진 농구영신, 양 팀 감독 입 모아 "올해 무탈하길" 소원 빌었다

울산=양정웅 기자  |  2025.01.01 07:01
2024 KBL 농구영신 경기에 나선 현대모비스와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24 KBL 농구영신 경기에 나선 현대모비스와 한국가스공사 선수들이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프로농구의 축제 중 하나인 '농구영신'. 그러나 가슴 아픈 참사 속에 모두가 애도하는 마음으로 2024년의 마지막을 보냈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KCC 프로농구 3라운드 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와 홈경기에서 88-81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KBL 농구영신'으로 진행됐다. 매년 12월 31일에 한 경기를 지정, 해가 넘어갈 때 선수들과 팬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특별한 이벤트다.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된 농구영신은 올스타전과 함께 KBL 최대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두 팀이 2년간 홈과 원정을 번갈아가며 치르는 농구영신에서 2023년과 2024년은 현대모비스와 한국가스공사의 매치로 진행됐다. 조동현(49) 현대모비스 감독과 강혁(49) 한국가스공사 감독의 '용띠 맞대결'로도 주목받은 2023년 대구 경기에서는 현대모비스가 90-83으로 승리, 한국가스공사전 9연승을 달렸다.

이에 다양한 이벤트가 준비돼있었다. KBL에서는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농구영신 경기를 함께 관람하는 '농구영신 뷰잉파티'가 열릴 예정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윤수빈 아나운서와 배우 권율, 전 농구선수 하승진 등이 참가할 계획이었다. 또한 원정팀 한국가스공사도 울산에 원정 응원단을 파견하고, 더현대 대구에서 대구 시민들과 응원전을 펼칠 예정이었다.


근조리본. /사진=KBL 제공 근조리본. /사진=KBL 제공
하지만 농구영신 개최를 이틀 남겨두고 크나큰 슬픔이 닥쳤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경, 무안국제공항에서는 탑승객 181명을 태운 제주항공 7C2216편이 추락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당초 이 여객기는 이날 오전 1시 30분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오전 8시 30분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1차 착륙에 실패하고 복행(Go Around)해 다시 착륙을 시도했으나, 활주로 끝단에 이르기까지 속도를 줄이지 못해 구조물과 충돌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총 탑승인원 181명 중 생존자 2명을 제외한 179명이 사망한 것으로 최종 집계했다. 한국에서 일어난 항공 사고 중에서는 지난 2002년 경남 김해에서 일어난 중국국제항공 여객기 추락사고(122명 사망) 이후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였다.

세밑에 전해진 충격적이고 안타까운 소식에 많은 시민들이 비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정부도 사고가 일어난 날 저녁 8시에 열린 중앙재난대책회의에서 30일부터 1월 4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


이에 겨울스포츠인 프로농구와 프로배구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KBL은 각 구단에 희생자 추모, 선수단 전원 검은 리본 패용, 치어리더 공연 중단, 응원 주도 자제 등의 권고사항을 내렸다. 농구영신 역시 대부분의 이벤트가 취소됐다. KBL 관계자는 "국가 애도기간임을 감안, 경기 및 타종행사를 제외하고는 일정이 대폭 축소됐다"고 전했다.

2024 KBL 농구영신 경기가 열린 울산 동천체육관 전광판에 "경기 중 이벤트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안내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24 KBL 농구영신 경기가 열린 울산 동천체육관 전광판에 "경기 중 이벤트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안내문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KBL 제공
안타까운 사고에 양 팀 사령탑도 어두운 표정이었다. 조동현 감독은 "좋은 축제가 됐으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운 일이 있어서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강혁 감독 역시 "웃는 것도 예민한 부분도 있다"고 진중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시작 후 응원가나 음악은 스피커에 나오지 않았지만, 팬들은 육성으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이날 경기가 열린 동천체육관에는 4702석이 모두 팔려나갔고, 사석 및 입석을 포함해 총 4806명이 입장해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경기는 현대모비스가 88-81로 이겼지만, 선수들은 차분하게 승리 세리머니를 한 후 타종식을 지켜봤다.

두 감독은 새해 소원으로도 이번 참사를 언급했다. 강 감독은 "시국도 그렇고, 별 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소식에 저도 우울해졌다"고 고백한 조 감독은 "주위 모든 분들이 무탈했으면,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24 KBL 농구영신 경기 종료 후 2025년을 맞이하는 타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2024 KBL 농구영신 경기 종료 후 2025년을 맞이하는 타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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