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출신 간부→키움팬 동기→후임은 선출이 들어왔다, 예비역의 이유 있는 '150㎞'

김동윤 기자  |  2023.11.26 06:41
조영건. /사진=키움 히어로즈 조영건. /사진=키움 히어로즈
보통 야구 선수에게 현역 입대는 기량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복무 형태로 꼽힌다. 하지만 조영건(24·키움 히어로즈)은 입대 전보다 더 좋아진 몸 상태를 자랑하며 2024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조영건은 대전신흥초-충남중-백송고를 졸업하고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4순위로 입단한 우완 투수다. 2020년 선발 기회를 받을 정도로 팀에서도 기대가 컸던 유망주지만,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고 2022년 2월 군 문제를 먼저 해결했다.

올해 8월 제대해서는 시즌 막판 깜짝 활약을 했다. 6경기 7⅔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7삼진으로 마지막 경기(10월 13일 SSG전)를 제외하고 매 경기 삼진을 솎아내면서 실점 없이 2023시즌을 마무리했다. 표본은 작지만 2년 만에 밟은 1군 무대에서 돌아온 성적이라 생각하면 긍정적. 현역으로 복무를 마친 투수들은 전과 같은 기량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서 더욱 고무적이었다.


그 6경기 중에서도 10월 10일 고척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7회초 등판해 호세 피렐라를 1루 땅볼로 잡은 시속 147㎞ 직구로 잡는 모습은 반가웠다. 스탯티즈 기준 가장 좋았을 때 평균 시속 142.4㎞, 최고 150㎞까지 던지던 투수였으나, 2021년에는 평균 직구 구속이 137.6㎞까지 떨어졌고 이는 조영건이 입대한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다행히 전역 후 조영건은 다시 최고 구속을 시속 150㎞까지 찍을 수 있었고 그 배경에는 특별했던 부대 환경에 있었다. 조영건은 강원도 인제에 위치한 3군단에서 복무를 마쳤다. 팀에서 현역으로 입대한 그에게 훈련프로그램 등 기본적인 것을 챙겨줬지만, 프로에서만큼 부대에서 훈련하긴 어려웠다. 공간이나 시설적인 부분도 있으나, 주변 전우와 부대 관계자의 이해도 필요하기 때문.


그 부분만큼은 조영건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11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마무리캠프에서 만난 조영건은 "난 의외로 군대에서의 생활이 정말 짧게 느껴졌다. 부대에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간부 중에는 과거 SK에서 뛰셨던 전빈수 상사(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6번)님이 계셨고, 후임 중에는 야구 선수 출신이 있어 함께 운동하는 등 도움을 받았다"고 웃었다.

이어 "동기 중엔 키움 팬도 많아 생활관에서 다 같이 키움 경기를 봤다. 보면서 '나도 빨리 시합에 뛰고 싶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 개인 시간을 활용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엄청 열심히 했고 그 결과 살도 많이 빠지고 근육량을 늘린 채 건강하게 제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영건이 지난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조영건은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던져 잘 준비된 몸 상태를 알렸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조영건이 지난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이 경기에서 조영건은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던져 잘 준비된 몸 상태를 알렸다. /사진=키움 히어로즈


하지만 가장 큰 소득은 야구에만 매몰됐던 삶에서 조금 떨어져 시야와 사고를 넓힌 것이었다. "난 진짜 군대를 잘 간 것 같다"고 자신한 조영건의 군 생활 2년을 요약하면 '내려놓음'이었다. 그는 "군대에 가기 전에는 1군에 자리 잡고 싶고 팀에 잘 보여야 할 것 같아서 무조건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그래서 실수도 많이 하고 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그렇게 입대한) 부대에서 야구 외적인 사람들을 거의 처음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고 그들의 생각을 듣다 보니 야구가 아닌 다른 방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면서 또 오히려 야구가 더 하고 싶어지고 그리워졌다. 그 뒤부터 야구가 더욱 절실하게 느껴져서 열심히 했고, 친했던 1999년생 친구들이 1군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키움은 약 한 달간의 마무리 캠프를 마친다. 조영건을 이번 캠프에서 실전을 뛰지 못해 부족했던 퀵모션, 세트 포지션, 슬라이드 스텝 등 기본기를 다지고 제3 구종인 커브를 연마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커브의 숙련도가 올라가면 장점인 직구와 슬라이더를 더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다. 조영건의 훈련을 지켜본 이승호 투수 코치는 "힘을 쓰는 부분도 그렇고 앞으로 더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현재로선 장점만 보이고 또 보려 한다"고 칭찬했다.

돌아온 예비역 조영건의 성장은 키움 입장에서도 중요하다. 올해 12월 에이스 안우진(24)이 사회복무요원, 좌완 선발 유망주 이승호(24)가 현역, 우완 필승조 김성진(26)이 현역으로 입대하는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키움 마운드는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사실상 초토화 상태다.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조영건은 김준형(21)과 함께 마운드 재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선수로 꼽히고 있다. 원주에서 조영건의 피칭을 지켜본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막판 팀에 합류해 우리 마운드에 크게 힘이 됐고, 그 모습을 통해 조영건이 내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제 잘할 일만 남은 예비역 역시 각오가 남다르다. 조영건은 "어느 포지션이든 1군에 계속 오래 있는 것이 목표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 꿈은 TV에 나오는 1군 선수였다. 그 꿈을 위해 한시즌 내내 2군에 내려가지 않고 1군에서 시즌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내년 시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키움 조영건이 11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2023 마무리 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키움 조영건이 11월 강원도 원주에서 열린 2023 마무리 캠프에서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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