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왼쪽)이 16일 한국전력전 도중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사진=KOVO
반환점을 향해 가는 V리그 남자부 선두 서울 우리카드의 성적이다. 시즌 시작 전까지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시나리오이기에 더욱 놀라운 결과다.
신영철 감독이 이끄는 우리카드는 16일 경기도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한국전력과 도들마 2023~2024 V리그 남자부 방문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7-25, 25-21, 22-25, 25-22)로 이겼다.
개막 5연승 후 1패, 3연승 후 2연패, 다시 3연승 후 패배를 맛 본 우리카드는 올 시즌 한국전력전 3연승을 달리며 선두 체제를 굳건히 지켰다.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시즌 초반 1승 6패로 시작했으나 7연승을 달린 뒤 1패를 기록한 한국전력이었다. 게다가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인천 대한항공에 패한 뒤 "원래 그런 얘기를 한적이 없는데 이 팀은 꼭 이기고 싶다고 했다"고 의지를 불태웠던 상대였다.
1세트 듀스 끝에 27-25로 승리한 우리카드는 기세를 몰아 2세트까지 따냈다. 3세트를 내줬으나 4세트 다시 승리를 거두고 소중한 승점 3을 획득했다.
수비벽을 뚫고 공격을 시도하는 우리카드 김지한(왼쪽). /사진=KOVO
범실에서 19-24로 우리카드가 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는데 이는 올 시즌 우리카드가 지향하는 배구의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카드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전망이 밝지만은 않았다. 지난 시즌 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나경복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의정부 KB손해보험으로 이적했고 재계약한 황승빈을 트레이드로 KB손해보험에 보내며 한성정을 친정팀으로 데려왔다. 한성정과 포지션이 겹치는 송희채는 OK금융그룹으로 보내며 송명근을 데려왔다. 외국인 선수도 리그 내 유일한 새 얼굴인 마테이 콕으로 모험을 뒀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시즌부터 우리카드에 합류해 공격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김지한은 여전한 공격력에 수비까지 보강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고 2년차 세터 한태준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주전으로 도약했다. 마테이도 빠르게 적응하며 우리카드의 공격을 이끌었다. 한성정도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신영철 감독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한다. 여전히 팀이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범실 없는 배구'를 선수들에게 강조한다.
올 시즌 우리카드 선수들의 개인 범실은 308개로 안산 OK금융그룹(276개)에 이어 최소 2위다. 최다 범실 팀 천안 현대캐피탈(403개)와는 100개 가까이 차이가 난다.
몸을 날려 공을 살려내는 한성정(가운데). /사진=KOVO
신영철 감독이 강조하는 선수들의 수행 능력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훈련한대로 점수가 나오는 건 한태준의 배분 컨트롤이 좋아지고 마테이도 영상을 보며 훈련한 대로 잘 해줬다"며 "맞춰가는 것에서 선수들의 수행 능력이 좋아졌다. 그런 게 승리 요인이다. 경기 운영 같은 건 상대 선수들이 잘하는데 훈련한 대로 해준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겸손 섞인 평가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런 고공행진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었고 훈련 때 약속한 플레이를 하기 위해선 범실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했다. 선수들이 범실 줄이기에 집중을 다해준 덕에 훈련한 플레이를 해볼 수 있는 기회도 점점 많아지는 선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신 감독은 "1,2라운드보다는 점점 기량이 더 올라올 것이다. 훈련 과정에서 수행력이 됐을 때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그 속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한태준과 (김)지한이다. 또 하나는 센터에서 (이)상현이나 같은 선수들이 보는 눈이나 기본적인 기술들이 떨어진다. 그것만 올라오면 4라운드 쯤 되면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칫 범실 없는 배구를 강조하는 건 소극적인 플레이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신영철 감독은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여전히 훈련 때 준비한 걸 풀어가고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범실을 줄이는 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범실 없는 우리의 배구'가 결코 소극적인 플레이로 해석되지 않는 이유다.
승리 후 기뻐하는 우리카드 선수들. /사진=KO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