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을 들다' 신인 5인방, 한국영화 미래를 들다(인터뷰)

김건우 기자  |  2009.06.29 08:00
이윤회 전보미 이슬비 최문경 김민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임성균 기자 이윤회 전보미 이슬비 최문경 김민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임성균 기자


영화 '킹콩을 들다'는 시골 소녀들이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혹은 공부를 위해 역도선수로 분하는 이야기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를 처음에는 스포츠판 '선생 김봉두'라 여겼다.


시골의 정서가 주는 코믹이 스포츠와 버무려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완성된 영화의 진짜 재미는 단순히 역도를 통한 진정한 사제애보다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다섯 명의 신인 배우들을 만나는데 있다.

뚱뚱한 체격에 빵순이라 불리는 현정(전보미 분), 불편한 엄마를 위해 팔 힘을 기르는 여순(최문경 분), 하버드 로스쿨에 입학하기 위해 역도를 배우는 수옥(이슬비 분), 힘이라면 남에게 뒤쳐지지 않는 보영(김민영 분), 역도복이 예쁘다는 4차원의 민희(이윤회 분)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 이들이 연기한 캐릭터는 신인들이 쉽게 소화하기 힘들다. 살을 찌워야 하고, 실제 역도 선수라 할 만큼 구르고 달려야 했다. 여기에 감동을 주기 위한 감정적 변화라는 숙제도 있었다. 이범수와 조안의 연기에 부족하지 않았던 연기가 역도 5인방의 가능성을 무궁무진하게 만든다. 미완성이기에 자기 것을 찾아가는 진짜 즐거움을 주는 5인방을 만났다.

전보미 "역도 선수 되려고 16kg 찌웠어요"


전보미를 보면 배우 설경구가 떠오른다. 설경구가 역도산으로 분하기 위해 살을 찌운 것처럼 전보미도 2달 만에 16kg을 찌웠다. 농담으로 "저희 제작비의 1%가 제가 먹 는데 들어갔다"고 말한다. 한 끼에 밥도 두 그릇씩 먹고, 식사 후에는 손에 초코바 다섯 개가 쥐어졌다.

전보미는 "현정이를 통해 먹거리 CF가 들어왔으면 좋겠다. 살을 찌워야 한다는데 큰 부담은 없었다. 예쁜 역할을 하지 않았을 때 장점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이 같은 노력은 영화에서 빛이 난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가 되듯, 테니스 부의 왕따 빵순이는 역도부의 주장으로 우뚝 섰다.


전보미는 '찬란한 유산'의 한효주처럼 캔디 형 캐릭터를 꿈꾼다. "현정이는 저와 반 정도 닮았다. 발랄하고 쑥스러워하면서 얼굴이 잘 빨개지는 게 닮은 것 같다. 다음 작품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영화 현장의 최선생, 최문경 "엄마역할이었죠"

신인 4인방은 최문경이 영화 촬영 현장에서 엄마 같은 존재였다고 입을 모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얘들아 일어났니"라며 아침 식사를 권한다고.

영화 '킹콩을 들다' 현장의 강 선생 같이 아이들을 챙기면서도 막상 촬영이 들어가면 180도 달라졌다.

최문경은 "감독님이 여순 이미지와 많이 다른 것 같다며 생활을 튜닝 해야 한다고 했다. 머리도 잘랐다. 여배우들이 망가진다고 표현하지만 연기는 꼭 예뻐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자 않나"라며 당차게 대답한다.

최문경은 다른 친구들이 살을 찌운 것과 달리 운동선수 체격을 만들기 위해 4-5kg을 감량했다. 친구들이 마음껏 먹을 때 닭가슴살과 양배추를 먹으며 견뎌냈다. 또 극중 매 맞는 장면에서 실제로 맞으며 촬영에 임했다.

"엉덩이에 얇은 스펀지를 대고 맞았는데 정말 아팠다. 피가 터져 멍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가짜로 때릴 때와 진짜로 때릴 때 표정 차이가 너무 나 직접 맞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최문경은 '더 리더 : 책읽어주는 남자'의 케이트 윈슬렛처럼 눈빛으로 풍부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이번 작품에서 폭발하는 감정이 많아 보여주지 못한 끼를 보여줄 기회를 꿈꾼다.

이윤회 전보미 이슬비 최문경 김민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임성균 기자 이윤회 전보미 이슬비 최문경 김민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임성균 기자


4차원 소녀, 현장의 웃음 제조기 이슬비

이슬비는 역도 소녀 5인방 중 가장 나이가 어린 19살이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다. 이슬비는 극중 역도에 인생을 건 게 아니라 취미반으로 배우는 역할로 가장 고생을 안 했다.

언니들이 옆에서 타이어를 매고 땀을 흘리며 뛸 때도, 맞으면서 힘들어 할 때도 함께 고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언니들이 힘들 때 웃음으로 피로를 풀게 해준 사람이 이슬비다.

전보미는 "슬비의 매력은 엉뚱함이다. 함께 있으면 너무나 재미있다. 영화 현장의 애교쟁이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슬비는 무엇보다 동경하던 이범수와 함께 연기한 꿈을 이뤘다. '고사 : 피의 중간고사' '오! 브라더스'를 통해 어렸을 때부터 이범수의 팬이였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악착 같이 연기했다고.

그녀의 노력이 엿보이는 장면은 극중 창을 부르는 장면이다. 사람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창을 부르는 당당함. 이게 이슬비의 실제 모습이다.

실제 교탁도 번쩍! 힘이 장사! 김민영

김민영의 극중 첫 등장신은 역도부 오디션에서 힘은 자신 있다며 교탁을 번쩍 드는 장면이다. 이때 이 교탁은 진짜였다. 신인의 자세로 번쩍 들어보라는 주문에 말 그대로 죽을 힘을 다해 들었다.

그녀는 극중 든든한 대들보와 같은 존재다. 각자 사연이 있어 힘들어 하는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진심으로 아파한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점을 발견할 수 없지만 정작 한 꺼풀 들어가면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김민영의 캐스팅은 극적으로 이뤄졌다 "우연히 학교에서 이범수 선배가 주연을 하는 역도 영화 오디션 소식을 들었다. 오디션을 보는 힘이 중요하다며 실제 역도를 들어보기도 했다"며 "당시 양 갈래로 머리를 땋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시골 소녀에게 어울린다며 유일하게 머리를 안 잘랐다."

그녀는 우연히 다가온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자신의 외모가 특출 나게 예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이를 잘 살리는 캐릭터를 꿈꾼다. "개성을 살리는 시대가 되지 않았나. 현실적인 캐릭터로 드라마의 활기를 불어넣는 연기를 하고 싶다."

진짜 S라인 소녀! 이윤회

이윤회는 영화 캐릭터 성격와 꼭 닮았다. 자신의 미모를 겸손함보다는 당당함으로 승부할 줄 아는 24살 연기자다. 이윤회는 자신의 장점을 살려 캐릭터에 변화를 줬다.

"원래 시나리오 민희는 사투리가 없고 고전적으로 내려오는 미인상이었다. 너무 뻔한 캐릭터라 4차원을 부각시켜 망가지는 S라인을 내세웠다."

특히 캐릭터에 몰입해 평소 밥을 먹을 때도 새침때기처럼 돌아나며 오해를 산 적도 있다. 그만큼 민희 캐릭터를 사랑했다는 증거다. 그녀는 독특한 매력의 민희처럼 튀는 역할을 맡고 싶다.

"예쁜 척만 할 줄 안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극중 맞아서 우는 장면은 실제로 맞아서 운 신이다. 연기를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열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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