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좀더 세련될 순 없었나

[기자수첩]

김지연 기자  |  2009.12.08 11:02


크리스마스라는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를 앞세운 드라마의 등장에 많은 2~30대 여성들은 기대했다. 추운 겨울 가슴 찡~한 러브스토리를 볼 수 있을까하는 기대 때문이다.


더욱이 SBS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제작진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이경희 작가와 '발리에서 생긴 일'을 연출한 최문석 PD란 소리에 수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기대는 배가 됐다.

지난 2일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아역을 맡은 김수현과 남지현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캐릭터의 풋풋함과 당당함을 잘 살렸다.


늘 좌충우돌하는 한지완의 매력은 남지현이란 아역 배우를 통해 한층 빛을 더했으며,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강해져야만 했던 남자 차강진을 담아낸 아역 김수현은 담담한 표정 속 강인함을 잘 녹여냈다.

KBS 2TV '아이리스'가 30%가 넘는 독주를 하고 있음에도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가 한 줄기 기대를 갖게 한 이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6,70년대나 나올 법한 식상한 사건의 전개는 좌중의 눈살을 찌푸리기에 했다.


아버지를 상징하는 목걸이를 강가에 빠트린 강진을 도우려던 지완의 마음을 안 지완의 오빠가 목걸이를 찾으러 강에 들어갔다 영영 돌아오지 못한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완과 강진은 헤어지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지완은 강진을 위하다 오빠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강진을 향해 "너 같은 건 좋아한 적 없다"며 독한 말을 내뱉곤 사라진다.

이것이 제작진이 밝혀 온 10대의 끝자락 강진과 지완을 갈라놓은 서럽고 냉혹한 운명이다.

물론 드라마 속 주인공 남녀의 애절한 사랑을 연출하기 위한 극적 전개가 종종 필요한 것은 안다. 그래야 더 애틋하고 뭇 여성 시청자들의 애간장을 녹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좀 더 세련될 순 없었을까. 냉혹한 운명이란 것이 겨우 60,70년대 자주 등장하던 그런 얘기 아닌가. 지완(한예슬 분)과 강진(고수 분)의 사랑을 더 애틋하게 하기 위한 장치로 비중 없는 등장인물을 그냥 쉽게 없애 버리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아직 방송한지 단 두 회 지났지만, 드라마 전반에 흐를 가슴 아픈 사연이 좀 더 세련되지 못함에 아쉬움을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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