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오션' 손덕기 "안잘생겼는데 1등..정말 기적"(인터뷰)

최보란 기자  |  2011.10.18 17:15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 손덕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 손덕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을 통해 배우의 타이틀을 거머쥔 주인공 손덕기(27). 살짝 충혈 된 눈으로 18일 인터뷰 자리에 나타난 그는 "잠을 잘 못 잤어요. 너무 좋아서"라는 웃음 섞인 말로 행복한 요즘 심경을 드러냈다.


"우승 후 첫 인터뷰"라는 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눈동자에 시선이 갔다. 배우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시선장애를 가진 그였지만, 인사를 할 땐 별다른 차이는 느낄 수 없었다. 손덕기는 어릴 적 뇌종양 제거 수술로 인해 시신경에 이상이 생겨 한 곳에 시선을 집중할 수 없는 시선장애를 가지고 있어 우려를 사기도 했다.

"실제로 볼 때는 큰 차이는 안 느껴진다고 해요. 그런데 물체 한 곳을 집중해서 볼 때 조금 힘들죠. 무엇보다 카메라를 통해 볼 때 차이가 드러나거든요. 그래서 항상 셀프카메라를 찍어서 시선처리를 확인했어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그의 피나는 노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부분이다. '기적의 오디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조차도 우승자 발표 당시가 아닌 드림마스터 이범수와 10시간이 넘도록 함께 연기 수업을 했을 때라고.

"카메라도 돌지 않았는데, 이범수 선생님이 10시간 넘도록 연기를 가르쳐 주신 적이 있었어요. 그런 열정이 정말 뜨거웠어요. 잠도 잘 못자고 힘들기도 했지만, 그렇게까지 정성을 쏟아 해주신 게 너무나 감사했고 기뻤어요. 미라클스쿨을 저는 '연기 놀이동산'이라고 해요. 꿈의 구장이었죠. 24시간 연기만 생각할 수 있는 순간이 생긴 거니까요. 현실에 대한 고민 없이 어딜 가든 사람들이 연기를 하고 연기에 대해 얘기했어요. 좋아하는 연기랑 놀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이 자리까지 그를 이끌어준 이범수에 대해 그는 "언젠가 이범수 선생님과 한 작품에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아주 큰 영광일 것"이라고 존경을 표현하며 "처음부터 제 장애에 대해 보지 않고 순수하게 편견 없이 이끌어 주셨다. 선생님이 없었으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기적의 오디션' 우승을 하면서 쏟아진 스포트라이트보다도, 그는 오디션을 통해 사람들을 알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얻게 돼 기쁘다고 했다.

"오디션에 도전하기 전까지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공연 연습실에 있었어요. 뛰쳐나가고 싶을 때가 많았죠. 뮤지컬 4년, 연극 1년을 거의 연기 연습에 파묻혀 지냈어요. 거리공연, 지하철 무료공연, 청계천 서울거리아티스트로 공연을 하며 연기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어요. 제가 했던 공연들만 아마 300회 이상은 될 거예요. 그런 생활 중에 '기적의 오디션' 기사를 봤고, 드디어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죠."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 손덕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 손덕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운명처럼 '기적의 오디션'에 도전하기 전까지. 그는 매일을 지하철 예술무대를 위해 마련된 연습실에서 보냈다. 왜 좀 더 일찍 오디션을 보거나 기획사 문을 두드리지 않았을까.

"제가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것 중 하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었어요. 무대에 서 보면 부족한 것이 객관적으로 보이니까. 기량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이 컸죠. 내가 부족한 것을 아니까 섣불리 오디션을 보겠다는 생각을 못했어요. 늘 연습실에만 있었어요."

"그런 저에게 '기적의 오디션'은 하나의 도전이었어요. 저는 10번이면 9번 도망치는 사람이었죠. 1번 용기를 냈더니 기회를 얻었어요. 용기를 내고 계속 부딪히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시선장애가 있듯이, 혹 약점이 있더라도 도망치지 말라고 말하고 싶어요. 만약 연기를 잘 하고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무조건 꿈을 꾸고 도전하라고 하고 싶어요. 용기를 내라고요. "

그는 또한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자격지심이 심하다 보니 공격성이 있었어요. 방어본능이랄까. 그런데 오디션 후에 작가 분들이 '덕기 씨의 연기가 늘었다기보다는 사람이 좋아져서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또 마지막까지 열정이 변하지 않아 보기 좋았다'라고 해 주셨는데 그 말이 참 기뻤죠. 미라클스쿨이 30명인데 제가 회장으로 뽑히기도 했어요. 그때 '덕기 너 아니면 할 사람이 없다'라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그래도 사람들과 관계를 잘못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쉽지는 않은 일이었지만, 저는 사람들과 경쟁하지 않고 나와 경쟁하려고 노력했어요."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 손덕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SBS '기적의 오디션' 우승자 손덕기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앞으로 어떤 색깔의 연기를 꿈꾸는지 묻자 오디션 때 보여준 선 굵은 캐릭터와는 달리 로맨스의 주인공을 꼭 해보고 싶다고.

"어릴 때도 '타이타닉', '로미오와 줄리엣', '비포선라이즈' 보면서 정말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사랑 얘기는 누구나 꿈꾸는 거잖아요. '이프온리', '노트북', '내 이름은 칸', '블랙' 등도 재미있게 봤죠. 로맨틱코미디나 정통로맨스, 드라마 장르를 꼭 도전해 보고 싶어요."

그런가 하면 그는 마지막 무대에서 보여준 SBS 드라마 '대물' 하도야(권상우 분) 처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역할이 자신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고도 했다. 그는 "삶이 어렵지만 역경을 딛고 무언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서 달려가는 인물도 하고 싶어요. 좋은 가치를 위해서 고난을 이겨내는 그런 모습이 어찌 보면 제 삶과 닮은 것 같거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손덕기가 결코 운이 좋아서 '기적의 오디션' 우승을 차지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오디션 예선 당시 그는 영화 '다크나이트'의 조커 역을 완벽한 영어 대사로 연기해 시선을 모았다. 해외 유학파 출신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그는 "하루 10시간씩 영어를 공부했었다"라고 말해 놀라움을 선사했다.

"저는 하나에 빠지면 아주 집중해서 하는 스타일이에요. 중학교 때는 문법 공부에 시간을 투자했고, 고등학교에는 영어대사나 팝송을 외웠죠. 영화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영화대사는 다 따라하면서 외우길 반복했어요. 다르면 계속 다른 부분을 따라하면서 연습했죠. 그러면서 목소리 톤과 감정에 대해서도 공부가 됐어요."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일주일 만에 비보잉을 소화해야 하는 미션에서 무리한 연습으로 뼈를 다치고, 응급실에 실려 갔다. 아예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고, 좌절과 아픔으로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안 했어요. 두려움을 느끼는 순간이 바로 용기를 낼 수 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려움을 이겨내고, 끊임없이 연습을 통해 오디션 우승을 일궈낸 손덕기. 그러나 그는 자신의 오디션 우승을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아버지와 우승 직후 통화에서 '기적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사실 제가 그렇게 잘 생긴 것도 아니고, 키가 훤칠한 것도 아니고요. 어쩌면 배우로서 치명적일 수 있는 약점도 있죠. 그런데 저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고, 제가 고생을 했다는 것을 가족들도 알기에 기적이라며 기뻐했죠."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는 더욱 좋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 이번 오디션을 통해 깨달은 것들을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저로 인해 더 많은 기회의 장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제가 오디션 우승을 해서 조명을 받았는데, 연기자로서 그냥 흐지부지 끝난다면. 이후에 저 같은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겠죠. 그래서 좋은 연기자의 길로 걸어가고 싶어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이라도 연기를 좋아하면 도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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