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고인은 신앙을 바탕으로 꿋꿋이 투병했으나 결국 1년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불과 지난 2월24일 아침방송에 출연해 투병기를 공개하며 밝은 모습을 보인 바 있어 주위의 안타까움이 더 컸다.
당시 방송에서 고인은 "병원에서는 지금 거의 가망이 없다고 얘기한 상태다. 주위에서도 자꾸 쉬라고 한다"며 "그런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치유의 가장 빠른 길이라고 믿는다"며 생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또 "일을 하면 힘이 들다가도 기운이 난다"며 "자기가 정말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일, 자기 인생을 다 바쳐도 되는 일이 있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혀 지켜보던 이들을 숙연하게 했다.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가 로스쿨을 거쳐 캘리포니아주 LA 지역 검사를 지냈다. 2009년에는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를 시작했으며, 암투병 중 신앙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을 펴냈다.
이어령 전 장관의 딸이라는 세간의 관심에 더해 김한길과 결혼 5년 만에 파경을 맞고 갑작스럽게 아들을 먼저 하늘로 떠나보내는 등의 역경을 신앙의 힘으로 극복해간 사연이 담긴 간증집은 큰 화제를 모았으며, 10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됐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특1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7일 오전. 유족으로는 남편 제프 스펜서 부캐넌 씨와 2남1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