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진구의 재발견 그리고 한혜진의 새얼굴②

[★리포트]

김현록 기자  |  2012.11.23 09:20
영화 \'26년\'의 진구(왼쪽)와 한혜진 영화 '26년'의 진구(왼쪽)와 한혜진


5.18 유가족들의 실존 전직 대통령 암살 작전. 12월 대선을 채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 개봉하는 영화 '26년'(감독 조근현·제작 청어람)은 그 자체로 문제적 작품이다. 2006년 강풀 작가가 이 도발적인 프로젝트를 원작 웹툰으로 발표했을 당시부터 세상이 들썩였던. 영화는 4년 전 제작 계획이 석연치 않게 무산되고, 감독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갖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세상에 나왔다.


프로젝트가 표류하는 동안 혹 방향을 잃은 게 아닐까 했던 우려는 지난 22일 시사회와 함께 사라졌다. '26년'은 지난한 제작 과정을 겪으며 더욱 단단해진 만든 이들의 뚝심을 엿볼 수 있는 결과물이자, 2시간10분 넘게 관객을 사로잡는 영화적 재미와 완성도까지 갖춘 작품으로 태어났다. 원작을 거의 고스란히 재현하면서 대사마다 묵직하게 가슴을 친다.

저마다 뼈에 사무친 한을 갖고 프로젝트에 동참한 인물로 분해 녹록치 않은 연기를 펼친 배우들의 존재감은 특히 발군이다. 걸쭉한 광주 사투리를 뽑는 행동대장 곽진배 역의 진구, 칼바람 부는 사격여신 심미진 역의 한혜진이 그 중에서도 돋보인다.


2003년 히트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을 맡아 주목받으며 데뷔한 진구가 진정 주목받은 것은 그로부터 수 년이 지나서다. 2006년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의 심복 종수 역을 맡아 뚜렷한 잔상을 남긴 것이 그 시작. 2009년 '마더'의 속을 알 수 없는 동네 건달 종수 역은 데뷔 후 크고 작은 작품을 거치며 꾸준히 벼려 온, 진구란 배우의 진검을 만나는 순간이었다.

이번 '26년'에서 진구는 5.18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까지 정신을 놓아버린 조폭 역을 맡았다. 배수빈이 맡은 김주안 역에 4년 전 캐스팅됐다 프로젝트가 요동치는 사이에도 꾸준히 신뢰 이어 온 그는 더 비중이 큰 곽진배로 분해 발군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배우를 어찌 딴 역으로 생각했나 싶을 정도다.


날랜 몸으로 스크린을 끝부터 끝까지 뛰어다니는 진구는 실질적으로 이 복수극을 이끌어가는 한편 비장함으로 똘똘 뭉친 인물들 사이에서 숨통을 틔워놓는다. 믿을만한 조연으로 입지를 쌓으며 간간이 주연작을 선보였던 진구는 온전히 한 상업 영화를 이끌 수 있을 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괴력의 액션 연기, 걸쭉한 광주 사투리는 그 다재다능한 면모도 함께 엿보게 한다.

2010년 영화 '용서는 없다'가 영화 출연작의 전부였던 한혜진은 두번째 작품으로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추가하게 됐다. 한혜진은 '26년'의 홍일점으로 다른 울분을 담아낸다. 갓난아기였던 당시 벌어진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던 아버지까지 분신으로 사망한 뒤 암살 작전에 참여하게 된 심미진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무섭게 목표물에 집중하는 국가대표 사격선수다.

한혜진 역시 강단 있는 심미진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직접 '그 사람'을 저격하겠다는 마음만으로 무모한 돌진까지 감행하는 캐릭터를 그려낸다. 토크쇼 '힐링캠프'의 톡톡 튀는 여성 MC로 한창 발랄하게 브라운관을 누비던 한혜진이 까만 단발에 표정까지 싹 지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심미진이 조금씩 마음을 열며 살아나는 한혜진의 표정 역시 TV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얼굴이다.


냉정함을 유지하다 끝내 폭발하는 브레인 김주안 역의 배수빈도 제 몫을 했고, 스크린이 이번인 처음인 2AM(조권 임슬옹 이창민 정진운)의 임슬옹 역시 역에 녹아든 모습이다.

이들 네 배우는 지난 22일 언론 시사회 당시 촬영에 임하기 전 다큐멘터리, 책, 신문 등을 찾아 읽고 보며 '26년'에 접근했다고 입을 모았다. 의미있는 작품에 참여하게 된 것이 기쁘다며. 광주를, 군사 독재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젊고 어린 배우들이지만 작품의 무게를 직감하고 진정성있게 접근한 결과가 스크린에도 반영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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