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ESPN 중계' 유희관의 자부심 "내 느린 공, 보여주고 싶었다" [★인터뷰]

잠실=심혜진 기자  |  2020.05.28 05:25
27일 승리투수가 된 두산 유희관./사진=심혜진 기자 27일 승리투수가 된 두산 유희관./사진=심혜진 기자
ESPN이 반한 남자 두산 베어스 유희관(32)이 한국 야구, 그리고 자신의 느린 공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유희관은 2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4피안타 4볼넷 5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해 팀의 4-2 승리를 견인했다. 투구 수는 110개. 올 시즌 최다 이닝과 최다 투구수다.

지난 15일 KIA전에서 시즌 첫 승을 거둔 후 21일 NC전에서 6이닝 2실점하고도 승패 없이 물러났던 유희관은 이날 개막 후 최고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경기 중 방송 인터뷰에서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희관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는데, 말 그대로 됐다.

유희관의 위기는 3회 뿐이었다. 2사 후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노수광의 안타와 최지훈의 2루타로 2사 2, 3루. 최정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를 내준 데 이어 로맥마저도 스트레이트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했다. 1-1 동점이 된 순간이다. 첫 실점을 한 유희관은 정진기를 초구에 2루 땅볼로 처리하며 어렵게 이닝을 막아냈다.

이후 다시 안정을 찾았다. 4회 삼자범퇴를 만든 유희관은 5회 2사에서 최지훈에게 3루타, 최정에게 볼넷을 허용했으나 로맥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고 실점하지 않았다. 6회 다시 삼자범퇴. 유희관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그의 투구수는 100개를 넘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마운드를 계속해서 지켰다. 이홍구를 공 1개로 3루수 땅볼로 돌려세웠고, 김성현도 공 2개로 유격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그리고 노수광은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해냈다.

유희관./사진=뉴스1 유희관./사진=뉴스1


이날 경기는 미국 ESPN이 생중계했다. 공교롭게도 유희관은 15일 KIA전부터 3연속 ESPN 전파를 탔다. 특히 미국 현지 팬들은 지난 21일 NC전에서 나온 유희관의 초슬로우커브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시속 77km가 나온 것에 ESPN은 폭발적인 반응을 내보인 바 있다.

경기 후 만난 유희관은 "어떻게 이렇게 (중계할 때) 걸리는지 모르겠다. 중계 때문에 잘 던진 것은 아니다"고 웃은 뒤 "딱 하나 보여주고 싶은 건 있었다. 나처럼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자신의 제구에 자부심을 내보였다.

KBO리그에 대한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유희관은 "ESPN에서 하는 말이나 빠던(배트플립)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한국 야구도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재미있다. 무엇보다 열정적인 팬들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올 시즌 유희관은 대기록 달성을 앞두고 있다. 8년 연속 10승이다. 그는 "항상 목표를 가지고 달려간다. 대기록을 달성한다면 개인적으로 영광일 것이다. 개인 통산 100승도 11승 남았다"고 말한 뒤 "하다 보면 언젠가 기록도 따라올 것이다. 공이 느리듯이 하나하나, 차곡차곡 나아갈 뿐이다"고 굳은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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