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두산에 연패를 당한 뒤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삼성 선수들. /사진=OSEN
연패 후 홈 팬들에게 고개 숙이고 있는 삼성 선수들. /사진=OSEN
2000년대 이후로는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가장 강한 팀이었다. 통산 8차례 우승 중 2000년대 이후로 7번이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특히 2011년부터는 4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한국시리즈에서 좌절을 겪은 뒤부터 긴 하락세가 시작됐다. 9위만 2차례, 8위도 두 번 경험했다. 올해는 또 심각하다.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감했다. 9위 키움과 승차도 5경기로 벌어져 있다. 창단 후 최초로 꼴찌 수모를 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커진다. 일부 삼성 팬들은 단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트럭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80경기에서 31승 49패, 승률은 0.388에 불과하다. 팀 득점은 325점, 실점은 402점으로 득실차가 -77점에 달한다. 팀 타율(0.252) 9위, 출루율(0.322) 최하위 등으로 타선은 물론이고 투수진도 평균자책점(4.56), 피홈런(65개), 실점 등에서 모두 최하위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을 떠나 KT로 이적한 김상수. /사진=OSEN
올 시즌 초 트레이드로 키움 유니폼을 입은 이원석. /사진=OSEN
얇아진 선수층, 리빌딩도 난항
사실 삼성의 부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6년 제일기획이 운영 주체가 된 이후 자생을 목표로 내걸었고 과거의 '돈성(돈을 많이 쓴다는 의미의 별칭)'과는 전혀 다른 라이온즈가 됐다. 결국 이같은 변화가 성적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그렇다고는 해도 2021년 시즌 막판까지 선두 경쟁을 벌였고 3위로 마감했던 팀이 한 순간에 몰락하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많은 전문가들은 얇아진 선수층에서 해답을 찾는다. 지난 겨울 내부 FA 김상수(KT)와 오선진(한화)을 붙잡지 않으며 내야진의 경험과 무게감이 떨어졌다. 시즌 초반 불펜 강화를 위해 이원석(키움)을 트레이드 카드로 쓰기까지 했다. 결국 내야진 불안을 체감했고 이달 초 포수 김태군(KIA)을 내주면서까지 다시 트레이드를 통해 류지혁을 영입했다.
리빌딩이 부진의 명분이 될 수도 없다. 젊은 선수들 중 김현준, 김지찬 정도가 활약해주고 있는데 이들은 올 시즌 갑자기 튀어나온 선수들이 아니다. 투수진에서도 올 시즌 새로운 발견이라 할 만한 선수가 없다.
그런 가운데 외국인 선수 트리오가 잘 버텨주고 있지만 데이비드 뷰캐넌을 제외하면 앨버트 수아레즈와 호세 피렐라는 작년만큼의 활약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블론세이브 3개와 3패, 평균자책점 4.80으로 부진하며 2군에도 다녀온 오승환을 중심으로 한 불펜 난조가 심각하다.
홈런을 허용한 오승환. /사진=OSEN
부진을 거듭하던 오재일(왼쪽)이 햄스트링 부상까지 생기자 괴로워하고 있다. /사진=OSEN
"오재일 부활, 구자욱이 타선 지켜줘야"
더 암울한 건 후반기에도 뚜렷한 반전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는 오재일(타율 0.183)과 예비 FA 강한울(0.211)을 비롯한 젊은 선수들이 제몫을 해주길 바라야 하는 상황이다. 마운드에서도 각성하는 투수들이 나와줘야 탈출구를 기대해볼 수 있다.삼성 레전드로 '양신'으로 불렸던 양준혁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삼성의 후반기 전망에 대해 "단순히 부진은 언제라도 있을 수 있지만 선수 구성이 완전치 않아 이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김상수와 같이 꼭 잡아야 할 선수를 놓친 게 아쉽다. 뎁스가 약점인데 쓸 선수가 부족하다. 1군뿐 아니라 퓨처스에도 장타를 치고 시속 150㎞ 공을 뿌릴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어 "성적이 나지 않는 건 감독보다는 구단 운영 쪽의 책임이 더 커보인다. 물이 흐려져 있는데 자꾸 고기만 바꾸려고 해서는 변화가 안 된다"며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답이 없는 상황이다. 리빌딩 문제도 억지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식으로 해서 성공한 사례가 없다"고 꼬집었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시즌 초부터 삼성을 최하위로 예상했다. 지속적으로 투자가 부족했다. 지난해 외국인 선수들도 모두 너무 잘해줘 올해 그보다 잘하긴 힘든 상황이었다"며 "가장 간단하게 팀의 전력을 볼 수 있는 지표가 득실차인데 삼성은 -77점으로 압도적 꼴찌다. 충분히 예견됐던 위치"라고 말했다.
다만 민 위원은 "선수들이 잘 따라와 준다는 가정 하에 불펜 주요 보직, 좌우 셋업맨과 마무리 등을 정하고 가야 한다고 본다"며 "선발진은 경쟁력이 있는데 타선이 불안정하다 보니 타이트한 경기에서 불펜이 버티지 못한다. 오재일이 부활하고 구자욱이 꾸준히 라인업을 지켜줘야 한다. 젊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으니 강민호 등 베테랑이 잘 이끌고 불펜이 분전하면 어느 정도 경쟁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찾았다.
삼성 베테랑 포수 강민호. /사진=OSEN
경기를 지켜보는 박진만(왼쪽) 감독과 이병규 수석코치. /사진=뉴시스
<2023 KBO리그 후반기 빅이슈 4> 목차
① LG, 29년 만에 우승 숙원 풀까② 삼성, 창단 첫 꼴찌 수모 당할까
③ 엘롯기, 사상 첫 동반 가을야구 가능할까
④ 안우진, 2년 연속 200탈삼진 달성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