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단에서 원하는 대로 타격폼까지 전면 수정에 나섰는데, 돌아온 건 '마이너리그행'이었다. 김혜성(26·LA 다저스)의 올해 봄은 춥기만 하다.
LA 다저스는 13일(한국시간) "김혜성의 권리를 구단 산하 트리플A 팀인 오클라호마 시티 코멧츠로 이관시켰다"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했다. 앞서 전날에도 미국 매체 트루블루 LA의 다저스 전담 기자 블레이크 해리스는 "김혜성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저스는 오는 18일과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시카고 컵스와 '2025 MLB 월드 투어 도쿄 시리즈'를 통해 개막전을 치른다. 개막을 일주일도 남겨놓지 않은 가운데, 구단에서 전격 결정을 통해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김혜성은 13일 기준 시범경기 15경기에 출전, 타율 0.207(29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4볼넷 11삼진, 출루율 0.303 장타율 0.310 OPS 0.613의 성적을 거뒀다. 2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홈런포를 터트렸고, 8일 시애틀전에서는 도루도 기록했지만 그 이상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미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리라는 전망은 꾸준히 나왔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2월 말 취재진과 만나 '김혜성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며 타격 조정을 할 수도 있나'라는 질문을 받고 "김혜성에게 물음표가 있다면, 그건 타격이다. 한국과 이곳은 다르다. 그는 스윙에 변화를 주고 있다. 그것이 적응을 더 쉽게 하고 계속 이어가게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기록만 보면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게 특별한 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야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구단의 요구대로 가고 있었음에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앞서 김혜성은 스프링캠프 기간인 2월 중순 취재진과 만나 "(메이저리그 도전했을 때) 변화는 무조건 예상했다. 나는 내 문제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다저스가 워낙 좋은 시스템을 가진 팀이다 보니 내 문제점을 잘 해결해 주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팀에 타격폼을 촬영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 있다. 그것을 보고 코치님과 대화를 나눈 후에 많이 수정하고 있다. 내가 야구하면서 문제점이 많다고 느꼈던 부분이 분석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정확히 나왔다. 그러다 보니 연습에서도 수월하게 따라간 것 같다"며 "모든 걸 바꾸고 있다. 이렇게 타격과 관련해 크게 변화를 준 건 4년 만이다. 야구라는 게 확률의 스포츠다 보니 (안타) 확률을 높일 수 있는 스윙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 했다.
김혜성은 KBO 8시즌 통산 953경기 타율 0.304(3433타수 1043안타)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파워는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지만, 콘택트 능력을 선보이면서 센터 내야수로는 기대 이상의 타격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낯선 미국에 오면서 전면 수정에 나선 것이다.
구단에서 권유해 수정했다면 기회라도 많이 줘야 했다. 하지만 다저스는 김혜성에게 그러지 않았다. 결국 시범경기 단 33타석 만에 김혜성은 도쿄행 비행기 대신 쓸쓸히 트리플A로 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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