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 소년은 자신의 형이 들려준 록그룹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듣고 가슴이 뛰었다. 노래의 감동에 빠진 소년은 가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중학교 때에는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대학생 청년이 된 후 습작을 데모로 만들어 자신의 가슴에 ‘음악의 신(神)’으로 품었던 ‘그것만이 내 세상’의 작곡가 최성원을 찾아갔다. 청년의 데모를 들어본 최성원은 몇 곡 더 써볼 것을 주문했다. 청년은 몇 곡을 더 만들어 다시 찾아갔다. ‘계약하자. 도장 갖고 와라’는 말에 너무 행복한 청년은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나의 신이 나를 키운대.” 청년은 김진표와 패닉이라는 팀을 이뤄 앨범을 냈고, 순식간에 스타가 됐다.
오는 19일 발표되는 이적 3집은 이적이 음악을 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는 ‘노래’로 시작한다. 데뷔 12년, 통산 10번째 앨범을 내면서 이적은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는 음악과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마음먹고 일찌감치 ‘노래’를 첫 곡에, 무대가 끝난 후 허전함을 담은 ‘무대’를 마지막에 배치하고, 이적의 사운드로 앨범의 속을 채워나갔다.
앨범 제목 ‘나무로 만든 앨범’처럼 앨범은 나무로 채워졌다. 나무는 기타의 나무, 피아노와 드럼의 나무 등 어쿠스틱 악기를 상징한다. 기교가 없는 자연스러운 음악임을 강조한다.
이번 앨범에 사용된 악기는 2005년 벌였던 소극장 공연 ‘적군의 방’에서 선보였던 악기편성 그대로다. 당시 소극장에서 청중에게 이야기하고 노래하듯 이번 앨범도 그렇게 만들었다. 그간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해보고 장중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도 담아봤지만, 자신의 음악은 투박하고 아무 장식 없는 음악이 제일 좋다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이적은 혼자서 기타를 치고, 피아노를 치며 ‘이적의 사운드’를 만들어갔다.
“예전에는 컴퓨터 음악이나 오케스트라를 쓰지 않는 것에 콤플렉스도 느꼈었죠. 그러나 결국은 내가 가진 것,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게 제일 좋다는 걸 느꼈어요. 10장 째 앨범인데,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만들었습니다.”
타이틀곡은 ‘다행이다’로, 자신의 여자친구를 위한 일종의 세레나데다.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문득 악상이 떠올라 곡을 썼고, 가사도 붙여졌다고. 이적은 자신의 말을 잘 이해하고 다독거려줘 위안이 되는 여자친구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 곡으로 인해 2~3년 내 결혼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지만 “그렇게 시한을 딱 정해둔 것이 아니다”며 웃음을 보였다. 애초 1분30초 가량의 짧은 소품곡이었지만, 녹음실에 들른 김동률의 추천으로 후렴을 만들고 결국 타이틀곡이 됐다.
‘비밀’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닌 나를 믿어주는 사람에게 느끼는 일종의 죄책감과 반성할 때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자전거 바퀴만큼 큰 귀를 지닌’은 상호간에 소통이 잘 되지 않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10여 년 전에 써뒀던 메모를 꺼내 가사로 만들었다. ‘소년’은 미국여행중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으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창밖으로 펼쳐진 농촌을 지나며 쓴 글로, ‘나는 소년인줄 알았는데, 인생은 짧더라’는 내용이다.
2005년 말 7년 만에 패닉 앨범을 발표해 팬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이적은 카니발로 함께 활동했던 김동률을 소속사 식구로 맞았다. 그러나 카니발 재결성에 대해선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디지털 싱글이나 공연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이적은 작가로도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소설 ‘지문사냥꾼’을 발표해 13만부라는 기록하며 인기작가 반열에 올랐던 이적은 내후년에는 뮤지컬 극본을 쓰고 음악감독도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마흔이 되기 전에 뮤지컬 한두 편 올려놓고, 마흔 이후에는 그 작품들을 수정보완해가면서 명품 공연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이적은 큰 공연장에서도 관객과 만날테지만 ‘적군의 방’과 같은 소극장 공연을 장기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방송활동도 하면서 연말까지 여러 종류의 공연을 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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