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학'을 떠나보내며..어느 배급사의 한숨

[기자수첩]

전형화 기자  |  2007.05.23 12:25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이 훨훨 날아오르지도 못한 채 쓸쓸하게 날개를 접을 모양이다.

배급사 프라임엔터테인먼트는 23일 '천년학'이 전국 4개관에서 상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동안 논의되던 단관 장기 상영 계획도 물건너간 눈치다.

한 관계자는 "장기 상영을 하고 싶어도 극장들이 모두 '스파이더맨3'와 '캐리비안의 해적3-세상의 끝에서' 잡기에 혈안이 돼서 극장을 잡으려야 잡을 수가 없다"고 씁쓸해했다. 인디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예술전용극장들도 이미 상영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천년학'은 조용히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지난 4월 '천년학'의 개봉을 앞두고 숱한 말의 성찬이 쏟아졌다.

사실 '천년학은 ''거장'의 100번째 영화라는 의의에 칸 국제영화제 출품이 유력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면서 영화계 안팎의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그 때도 지금의 현실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편제'의 신화를 떠올리며 애써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애초 '천년학'은 멀티플렉스를 통한 와이드 릴리스 방식으로 유통될 영화가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천년학'이 제작 과정에서 불거진 시비도 지금의 현실에 대한 예고였을지 모른다.

'천년학'은 일주일 아니 주말 포함 단 3일 만에 흥행 여부가 결정되는 요즘의 영화 유통 시장에서는 영화가 주는 미덕을 알릴 수 없는 작품이다. 분명 '천년학'이 임권택 감독의 최고 걸작은 아닐 것이다.

흘러간 시간을 되새김질하는 방식도 빠른 편집에 익숙한 20대 관객들에게는 지겨울 지 모른다.

하지만 임권택 감독은 원래 대중의 구미에 영합하는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아니다.

그는 '서편제' 이후 '춘향뎐' '취화선' 등을 통해 자신의 길을 걸으려 했지 적당히 타협한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천년학'의 미덕은 우리도 모르는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을 소리에 실은 데 있다. 송화가 첩으로 들어가 임종을 앞둔 노인에게 창을 불려주는 매화골 장면과 만나도 안을 수 없는 누이에 대한 사랑을 창으로 표현하며 산전벽해를 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천년학'이 추구하는 바를 오롯이 드러낸다.

이 같은 매력을 극장의 대형 스크린이 아니라면 잘 느낄 수 없을 터이다.

어쩌면 '천년학'은 수많은 말들로 둘러싸인 영화였다. '국민감독'의 100번째 영화라는 타이틀에 수많은 후배들의 헌사, 평단의 예우, 스크린쿼터 축소 여파의 상징적인 작품...

그 덕에 말을 걷어내고 작품만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기회조차 상실했다.

극장을 찾지 않던 관객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보러 극장으로 몰리는 현실을 탓할 수는 없다.

단지 한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천년학'이 둥지를 틀 보금자리조차 없다는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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