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희 "브라이언 맥나잇, 좌절감마저 들게했다"

[임정희의 뉴욕스토리]④브라이언 맥나잇 공연을 보다

정리=김원겸 기자,   |  2007.05.23 16:17
조가 공연도중 객석에 내려와 내 옆을 지나갔다. 오른쪽 아래가 나.

'Back at one' 'One last cry' 등등 팝음악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곡. 가수들의 교과서 같은 이 사람의 앨범. 특히 한국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가수. 바로 브라이언 맥나잇(Brian Mcknight)의 공연을 기대 가득, 완전 '업'된 마음으로 보러 갔다. 새 앨범 'TEN' 발매를 기념해 유명 음악채널 VH1과 함께 하는 전국순회공연으로 뉴욕에서 조금 떨어진 코네티컷 주에서 공연이 있었다.

본 공연에 앞서 예전부터 좋아했던 조(Joe)의 오프닝 공연이 있었다. 이 가수 또한 'I wanna know'등 여러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유명가수다. 그의 걸쭉하고 솔풀한 목소리에 취해 정신 못 차리고 있자니 이번엔 조가 무대 밑으로 내려와 내 앞에 멈춰서는 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었다. 코 앞에서 듣는 그의 목소리는…. 으흐~ 살짝 기념사진까지 찍어주고…. 크흐~헉!

잠시 뒤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브라이언 맥나잇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직접 들어 보니 '더 이상 어떻게 잘할 수 있을까?'싶을 만큼 같은 가수로서 좌절감까지 느껴지게 하는 목소리였다. 연륜에서 쌓인 여유와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자신감 덕분일까?

감정을 듬뿍 담아 내, 말할 때도 노래하는 것 같고 노래할 때도 말하는 것 같았다. 스토리텔러가 되어 이야기하는 중간중간 어울리는 노래를 즉석에서 무반주로 노래하기도 하고, 연기를 하기도 하고, 단순히 무대 위의 가수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숨김없이 이야기하는 진솔한 아티스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진한 사랑 얘기로 한껏 무드를 잡고 관객을 무대 위로 올려 꽃을 주며 귓가에 노래를 불러주던 섹시 가이 브라이언 맥나잇이 이젠 약간을 진부해질 수 있는 가족 이야기를 꺼내며 두 아들을 무대 위로 올려 아들들과의 완벽한 하모니를 들려주었다.

아버지는 잠시 무대 뒤에서 쉬는 게 낫겠다는 두 아들의 말에 못이긴 척 무대 밖으로 나가는 아버지 브라이언 맥나잇. 그의 뒷 모습에서 이제 유능한 후배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는 것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겸손한 브라이언 맥나잇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래와 감동에 흠뻑 빠진 하루였다. 먹기조차 아까운 예쁜 음식을 배불리 먹고 나온 기분이다.

브라이언 맥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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