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고만해라, 마이 묵었다"를 유행시키며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영화 '친구'. 장동건과 유오성의 빛나는 연기에도 가려지지 않았던 여배우가 있었다.
김보경. '친구'에서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구성지게 부르는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스타 탄생을 예감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하지만 '청풍명월', '아유레디' 등 김보경은 여러 작품에서 소진됐을 뿐 더 이상 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끝일 줄 알았다.
MBC 화제의 드라마 '하얀거탑'은 김보경을 다시 한 번 뒤돌아보게 했다.
이 드라마에서 유부남 김명민의 쿨한 애인 희재 역을 맡아 현실을 망각한 정의파 송선미와 현실을 생각조차 않는 철부지 임성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았다. 그렇게 그는 돌아왔다.
오는 8월1일 개봉하는 공포영화 '기담'(감독 정가형제ㆍ제작 영화사 도로시)은 그가 지난해 '여름이 가기 전에' 이후 또 다시 스크린 주연으로 나서는 작품이다.
1930년대 경성(서울)의 한 병원에서 일어나는 괴기스러운 일을 그린 '기담'에서 김보경은 의사인 남편을 너무나 사랑하는 여인 역을 맡았다. 다만 그녀에게는 그림자가 없다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그림자가 없는 여인, 지금껏 배우로서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김보경으로서는 자신의 모습일 수도 있었다.
"'친구'와 '하얀거탑'의 인상이 너무 강해서일까? 여자답다는 느낌이 나오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거기에 '기담'은 공포영화 마니아인 나조차도 흥미로울 만큼 내용에 깊이가 있었어요."
변화에 대한 욕구가 그녀를 '기담'에 빠지게 했다는 말이다. 일정이 너무 빡빡해 스태프들은 술기운으로 버틸 만큼 힘들었던 촬영이었지만 '기담'은 김보경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
함께 출연한 김태우를 보며,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그를 보며, 역할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자신을 뒤돌아봤다.
"장동건, 유오성 등 기라성같은 선배들과 작품을 했을 때는 정말 아무 것도 몰랐어요. 이제서야 영화 현장을 알게 된 느낌이예요."
부침이 심했던 '친구' 이후 6년 동안 그는 욕심을 버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배우가 평생 업이라는 여느 배우들과 달리 김보경이 손정민과 함께 청바지 사업을 계획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배우는 직업이 아니라 신이 주신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남들이 불러주지 않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죠."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는 김보경에게 많은 것을 선물했다. 그의 표현대로 "신이 주신 선물"이 가득했다.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는 부산을 누볐다. 그리고 남들이 누릴 수 없었던 행운을 안았다.
'기담'의 제작사 도로시의 장소정 대표가 '여름이 가기 전에'를 봤고, 아직도 김보경이 연기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만들었으며, 부산에서 우연한 만남을 갖게 됐다.
'하얀거탑'의 제작진도 부산에서 그녀를 우연히 보고 출연을 요청했다. 김보경의 차기작 '은하해방전선'의 윤성호 감독과도 부산에서 인연을 맺었다.
"정말 배우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데는 운이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물론 노력하지 않으면 따라오지도 않겠지만. 하지만 내 안의 무엇인가가 풀어지면 더 이상 연기를 안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담'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것을 풀었어요. 한이 아닌, 끼도 아닌, 그 무엇인가를요."
자신 안의 응어리가 풀어지지 않아 무속인이 되는 사람들처럼, 김보경은 자신 안의 응어리를 풀기 위해 배우가 됐다.
그리고 그 길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참고로 실제 김보경은 쿨한 여인이다. '하얀거탑'의 모습이 실제와 가깝다.
"결혼이요? 나이는 있지만 꼭 해야 하나 싶어요. '하얀거탑'의 희재에 그래서 공감해요. 꼭 결혼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연기와 결혼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의 응어리가 풀릴 그날이 기다려진다. 그 작품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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