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8월29일 경기도 용인의 한 콘도미니엄.
영화 '그때 그 사람들' 제작을 위해 MK픽쳐스 심재명 대표와 임상수 감독, 한석규 등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워크숍을 갖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에 모인 이들은 TV로 생중계된 아테네 올림픽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대 덴마크전을 지켜봤다.
세계적인 강호 덴마크팀을 맞아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며 연장과 재연장 그리고 승부던지기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졸이던 국민들처럼 이들은 임오경, 오성옥 등 당시 대표팀 선수들의 투혼에 박수를 보냈다. 심재명 대표는 다음날 재방송된 경기를 다시 한 번 봤다.
"울컥했다"고 돌아본 심 대표는 "이후 관련 기사와 사진 등을 찾아보기도 했다"면서 "저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에서 졌는데 왜 감동적일까' 하는 생각이 밀려왔고 "최선을 다한 여자선수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영화적 매력을 지닌 이야기"라는 기획자로서 직감도 떠올랐다.
스포츠영화의 흥행 부진이라는 '징크스'는 휴먼드라마의 전략적 틀로서 상쇄될 것이라고 믿기도 했다.
그 직후 '우생순'의 본격적인 기획 작업이 시작됐고 2004년 말 임순례 감독이 연출키로 했다.
이후 영화 '화려한 휴가'의 나현 작가가 자료 조사 및 선수단과 체육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1년 만에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고 제작진은 스포츠영화 분석 및 10년간 핸드볼 관련 자료를 수집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여자 대표팀 선수들의 인간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는 휴먼드라마에 목표를 둔 제작진이었지만 실화를 토대로 한 영화인 만큼 실제 경기 장면을 재연하는 것도 중요했다.
심재명 대표는 "기존의 한국 스포츠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이야기상 가장 중요한 순간을 절제된 감성으로만 보여줬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휴먼드라마의 큰 틀 안에서 경기 장면이 사실적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그 정서적 감동을 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은 36억5000만원의 순제작비 가운데 6억여원의 제작비를 20분 분량 남짓되는 경기 장면 촬영에 쏟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우생순'은 개봉 일주일 만에 전국 관객 10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세를 달리고 있다.
이는 '세친구'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통해 마이너리티의 감성을 전해온 임순례 감독의 연출력과, '스포츠영화의 징크스'에 과감히 도전하며 사실적인 경기 장면 재연 등에 힘을 기울인 휴먼드라마 제작이라는 기획력이 맞물린 성과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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