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뿔났다', 세탁소 비하 '논란'

김관명 기자  |  2008.04.13 13:53


김수현 드라마 KBS '엄마가 뿔났다'가 이번엔 세탁소 관련 발언으로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엄마가 뿔났다'는 지난 12일 방송분에서 극중 아버지 백일섭과 큰아들 김정현이 운영하는 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손님(장동직)의 어처구니없는 몰상식 발언을 내보냈다. 세탁소 주인 김정현의 주장에 따르면 "손님은 분명 6개의 옷을 맡겼는데", 그 손님은 추가 1벌의 존재를 거론하며 "그 비싼 옷을 왜 빼돌렸냐"며 변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진위야 드라마가 더 진행돼봐야 알겠지만, 일단 그 양복 입고 "넥타이 맨"(며느리 김나운 발언) 손님의 태도는 상식적으로 어이없다. 김정현에게 "못배워서 세탁소나 하는 주제에" 식으로 안하무인 격으로 막말을 내뱉은 것. '무식하다'는 소리까지 했다. 오죽했으면 그 다혈질의 김정현은 말할 것도 없고, 점잖은 백일섭마저 얼굴을 붉혔으며, 그 발랄하고 꿋꿋한 며느리 김나운마저 스팀 다리미를 휘둘렀을까.

일단 이 장면은 드라마 전체 문맥상 대한민국에 여전한 직업에 대한 그 몹쓸 차별의식을, 손님 장동직을 통해 까발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상적이고 상식적이며 시청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아온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서가 아니라, 한 낯선 남자의 경솔하면서도 천박한 입을 통해 문제의 대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또한 김정현 김나운의 삶이란 게 얼마나 피곤하며, 그럼에도 이런 시련을 통해 그들은 또 얼마나 서로를 더 아끼게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일면도 엿보인다.

하지만 대한민국 도처에 자리잡은 세탁소 주인들 입장에서 이 장면을 봤다면 이러한 '속 깊은 의도'란 게 보일 리가 없다. 어른들이야 그러려니 하고 작가의 속내를 헤아린다지만, 세탁소를 하며 열심히 사는 엄마 아빠를 최고로 여겨온 어린 자녀들까지 이런 너그러운 마음으로 드라마를 볼까. 일단은 뿔부터 나고 볼 일이다.

네티즌들도 크게 2분되고 있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부르짓지만 우리나라의 잘난 양반들한테는 직업에 귀천이 있다. 그것을 꼬집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있고, "직업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막말을 하는 장면은 모욕을 느꼈다.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는 근로자를 무시하면 되냐?"는 의견이 있다.

"특정 직업을 비하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그 손님을 더 꼬집는 듯한 느낌이었다"는 의견도, "우리 아버지가 세탁소를 운영하고 계십니다. 아빠가 좀전에 오셔서 욕을 엄청 하십니다"는 의견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지난 2월 재벌집 사모님 장미희의 '길음동 운운'에 이어 '엄마가 뿔났다'가 이래저래 여러 사람들 흥분케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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