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은 다소 피곤에 지친 모습이었다. 22일 칸에 도착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정우성과는 달리 그는 할리우드 영화 'G.I.조' 촬영 일정 때문에 체코에서 23일 밤 늦게 칸에 도착했다.
이병헌은 24일 오전10시(현지시간) 칸 해변가에서 가진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놈놈놈' 촬영도 힘들었지만 칸에 오는 게 더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병헌은 'G.I.조' 일정이 빡빡해 파라마운트 전용기를 타고 오느냐 마느냐로 입씨름을 벌인 끝에 겨우 루프트한자 편으로 오스트리아를 경유해 칸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이 칸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될 수 있어 무척 영광"이라며 웃었다.
-칸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는데.
▶영화 찍는 것도 힘들었지만 칸 일정을 맞추는 게 더 힘들었다.(웃음) 3개월 전부터 파라마운트에 부탁을 했는데 그쪽도 스케줄이 빡빡해 조정이 쉽지 않았다. 갈수 있다 없다를 몇 십번 반복했다. 어제도 오늘 프리미어를 보고 전용기로 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영화제를 왔으니 하루만 더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선물 주듯이 하루 더 있다가 오라고 하더라.
-칸에 오게 된 느낌은 어떤지.
▶오게 되서 좋은데 영화제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이 갔다고 하더라. 그래도 오늘 프리미어가 제일 중요하지 않나. 관객들의 반응이 더 중요하고. 어제 밤 10시쯤 도착해서 김지운 감독을 만나러 가는데 (송)강호 형이 기분좋게 취해서 걸어오더라. 외국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워하더라.
-'놈놈놈'에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악역을 맡게 됐는데.
▶그동안 막연하게 악역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번도 악역을 해본 적이 없더라. 하지만 막상 하려니 재미로만 할수는 없었다. 식상하면 어떻하지라는 걱정도 있었고.
그래서 '놈놈놈'도 처음에는 부담감 반, 재미있을 것 같은 마음이 반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돼 촬영하는 기간 동안 묘한 느낌을 가지고 살았다.
-촬영하는 동안 힘든 순간이 많았을 것 같은데.
김지운 감독과 한달 넘게 한다 안한다로 씨름하다 겨우 한다고 했는데 이튿날 다리가 부러졌다. 이 영화를 못하는 운명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오기가 생겨 깁스를 풀자마자 연습을 하자고 생각했다.
-영화에서 말랐지만 세밀한 근육이 인상적이던데.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지옥구덩이에서조차 살아남는 악역을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고민했다. 마침 상체가 드러나는 장면이 있으니 잔근육이 있으면 외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리도 다친 김에 집에서 계속 트레이너를 초빙해 운동을 했다.
-촬영장에서 송강호 정우성 등과 기싸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
▶촬영현장을 와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사막에서 진행된 현장은 그야말로 전쟁터 같았다. 모래바람이 불면 3미터 앞도 안보이고, 바람이 불어 쇠로 된 텐트 지지대가 구부러지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챙겨줄 수 밖에 없다.
-'놈놈놈'이 연기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되리라 생각하는지.
▶터닝 포인트라고 하는 것은 막상 그 속에 있는 사람은 못느끼는 것 같다. 그 시간이 지나고 난뒤 잘했다거나 후회하거나 하는 것 같다. 다만 내가 가는 행보가 의외고, 평소와 다르다고 생각된다면 더 늦기 전에 이것저것 해보고 싶다.
-'놈놈놈'에 'G.I.조'까지 합하면 상당히 오랜 한국을 떠나 있는데.
▶200일이 넘게 떠나 있는 것 같다. 가족이 몹시 그립다. 결혼했으면 큰일 났을 뻔 했다. 이러니 앞으로 결혼을 못하는 게 아닌가 싶다.(웃음)
-'G.I. 조' 촬영은 얼마나 진행됐나.
▶6월 중순까지 촬영이 진행된다. 아직도 신인의 마음으로 적응하려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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