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와 같은 세월의 흐름도 의미가 퇴색된다. 배우 한재석(35)을 두고 하는 말이다. 14년이라는 긴 시간의 터널을 지나오며 성숙된 내면을, 숙성된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그다. 향이 진한 블랙커피는 지난해부터 마시기 시작했고, 얼마 전까지도 MP3 대신 CD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었던 한재석은 아날로그를 추구한다.
지난 3일 만난 한재석은 1994년 데뷔 당시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14년, 배우로 살아 온 발자국은 한재석을 때론 기쁘게 때론 고독하게 했다. 그 세월은 현재의 한재석을 낳았다.
94년 연예계에 데뷔한 한재석은 95년 SBS '째즈'를 통해 '조각미남'으로 불리며 단박에 전성시대를 열었다. 97년 '모델' 이후 출연작마다 모두 대박행진을 이어나가며 장동건과 함께 '꽃미남 배우' 시대를 열었던 주인공이다. 세월의 흐름 속에 많은 것이 변했지만 그는 여전히 멋을 더하고 있다. 30대의 한재석은 멋스럽다. 이 말에 강하게 손사레를 쳤다.
"이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나는 한 번도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 멋스럽지도 않다. 부족한 게 많고 앞으로 배워야할 게 태산이다. 더 성숙하고 더 배워야한다. 뒤보다는 앞을 보고 나가고 싶다."
자기고백이 이어졌다.
"20대는 건방졌다. 철이 없고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해야했다. 힘들면 못참았다. 나이가 점점 들어가면서 후배들을 보면서 내 모습을 생각한다. 이제 나는 신인에서 벗어나 연기자 티가 좀 나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그것을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 늘 힘들다. 연기로 말하고 싶은데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다."
그의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눈빛의 흔들림이나 먼 곳을 응시하지도 않았다. 쏟아내는 말은 거침이 없었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심이 묻어났다.
조각 같은 외모가 독이 됐을 수도 있다. SBS '째즈'를 통해 존재감을 단박에 알린 그는 당시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째즈' 가 강한 인상을 심어준 것은 맞다. 독도 많이 됐지만 약도 됐다. 당시 데뷔 1년만에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수양이 안된 상태였다. 나태해졌다. 외모가 독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끔 출연작을 보면서 부끄러워질 때가 많다. 더 지금보다 나은 모습으로 나가고 싶다. 정체돼있는 배우가 아니라 점점 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갈 길이 멀었다."
"'대망'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내가 연기한 '박시영'은 잊을 수 없는 캐릭터다. 당시도 너무 좋아했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더 잘 표현했을 수 있을텐데 라는 아쉬움도 준다."
KBS 2TV 수목미니시리즈 '태양의 여자'에 출연중인 그는 이 드라마에서 연기한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도 끝없는 자책에 빠지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자신의 성실치 못한 모습이 보인다는 설명이다.
사실 14년 배우 행보 가운데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당시 그의 잘못은 지금 그를 더욱 강하게 하는 약으로 작용했다. 끊임없이 전진하고 싶은 마음도 자책에서 얻은 열매다. 한 발자국씩 퇴보가 아닌 꾸준히 전진하는 그는 멋부리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멋이 묻어나는 아날로그 배우 인생을 살고 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하고 싶은 일도, 도전할 일도, 또 내가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하루하루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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