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정열을 그대에게~"
70~90년대 초반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풍미한 이덕화에게 열정은 트레이드 마크였다. CF에서 그가 통나무를 등에 지고 내뱉은 이 한 마디는 남성성의 상징이기도 했다.
정치에 잠시 한 눈을 팔다가 8년 여 동안 브라운관에서 사라진 그가 오똑이처럼 되살아 날 수 있었던 것도 이덕화가 가진 카리스마 때문이었다. 이덕화는 96년 제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연기활동을 쉰 뒤 2002년 SBS '여인천하'로 복귀했다.
그랬던 이덕화이기에 그가 제2회 충무로국제영화제 운영위원장이 된 것을 놓고 영화계에서는 가타부타 말도 많았다. 정권이 바뀌자 새로운 감투를 쓰려는 게 아니냐는 입방아부터 현재 영화계에서 활동을 하지 않는 인물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이덕화는 "영화제 운영위원장은 나처럼 허당이나 하는 것"이라며 "정치가 왠말이냐"고 손을 내저었다. 일찌감치 영화인들의 축제가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불러모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그는 요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도록 전화를 돌리고 있다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는 SBS 일일드라마 '애자 언니 민자'에 출연하고 오는 10월 방송예정인 사극 '천추태후'에 출연하느랴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9월3일부터 열리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충무로영화제를 위해 몇 개 안남은 머리가 다 빠지도록 뛰고 있다"는 이덕화를 만났다. 이덕화는 90년 ‘물위를 걷는 여자’ 91년 ‘개벽’ 93년 ‘살어리랏다’로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만큼 충무로와 인연이 깊다.
-배우들을 불러모으겠다고 공언했는데 결과에 자신이 있는지.
▶시상식 때 배우들이 안온다고 하면 오라고 떼쓰기가 민망하다. 박수치러 오라고 하는건데 들러리가 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지만 충무로영화제는 시상식이 아니잖아. 영화인의 축제인데 다들 와야지.
-최근 '무릎팍도사'까지 출연했다던데. 영화제 홍보를 위해 그렇게 발벗고 나서는 이유가 있다면.
▶1회 때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맨 땅에서 그렇게 했으면 정말 잘한 것이다. 지난해 운영위원장이었던 김홍준 감독에게 내가 그랬다. 99점을 받을만 하다고. 1% 부족했던 게 바로 홍보였다. 아침 프로그램에도 나가기 싫어하는데 '무릎팍도사'는 꿈도 못꿨다. 그래도 영화제 이야기가 5분만 나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영화계가 어렵다고 할 때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정권이 바뀐 시점이라 뒷이야기도 무성했는데.
▶어렵다고 할 때 이런 모임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야 영화계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나는 과도기에 이런 자리를 맡게 된 게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별의별 소리를 다하더라. 하지만 이런 자리는 호구라야 할 수 있다. 영화제에서 주는 돈, 드라마 2회 출연분도 못된다. 큰 경험을 하고 있지만 이 자리가 정계로 가는 발판이 되지도 않고 그런 자리도 결코 아니다.
내가 홍보하려고 배우 후배 몇 명에게 부위원장 좀 해달라고 했는데 다들 고사하더라. 나 같은 호구는 별로 없는거지, 뭐.
-영화제가 많은데 충무로국제영화제만의 의의가 있다면.
▶글쎄, 일단 많은 영화제를 인위적으로 줄이려 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8도니깐 영화제가 8개 만 있으면 될 것 같나. 아니다. 결국 좋은 영화제가 안되면 자연도태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한국영화의 산실이었던 충무로를 모태로 한 영화제가 없었다는 이상한 일이다. 예전에는 충무로에 영화사들이 죄다 있었지 않나. 이 영화에 캐스팅됐던 배우를 다른 영화에 빼가면 해장국 집 앞에서 싸우다가 거기서 술 먹고 그랬다. 그게 바로 역사다.
그런 한국영화의 역사를 상징하는 게 바로 충무로국제영화제이다. 영화제만의 색깔이나 프로그램은 조만간 정식으로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운영위원장으로서 올해 영화제에 중점을 두고 싶은게 있다면.
▶영화계의 화합이다. 예술에 진보와 보수가 어디 있나. 흐름이 있을 뿐이지. 지난 10년간 그런 흐름 속에 있다보니 소외된 사람들이 불평을 하고는 한다. 하지만 감독이 작품 속에 이야기를 담고 그 작품을 대중이 좋아하는데 그게 어떻게 진보와 보수 때문이냐.
-한국영화가 어렵다고 할 즈음 충무로영화제가 탄생한 게 인상깊은데.
▶과도기에 충무로영화제가 탄생한 건 맞다. 나도 그 즈음에 영화제 일을 하게 됐다. 2회인데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화합된 모습을 보여주고 그러다 보면 할 수 있겠구나,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지 않겠나.
유인촌 문화체육부 장관께도 이야기했다. 이왕 이런 행사에 오려면 뭔가 확실한 지원책을 가지고 와서 발표를 하라고. 그러면 영화인들이 아낌없이 박수를 치지 않겠냐고. 아직까지 답이 없는데 고민이 많은 것 같다.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와 역할 분담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아다시피 차승재 대표는 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 대표는 영화사 대표로 참여한 게 아니라 현 영화계를 읽는 사람으로 참여한 것이다. 전문가로서 차 대표와 김홍준 위원장이 아주 적절하게 운영의 묘를 발휘하고 있다.
-영화에 출연한 지 꽤 오래됐는데.
▶나도 정말 영화 하고 싶다. 한창 한국영화가 활성할 될 때 작품 활동을 못한게 아쉽다. 난 100억 영화, 50억 영화, 이런 것을 못해봤지 않나. 고생만 하고 박수도 못받을 때였으니. 정치 때문에 8년 넘게 활동을 못한게 두고두고 아쉽다.
내가 그런 줄도 모르게 지난 번 선거에 왔다갔다 했다가 이번에 위원장 하는 줄 아는 사람도 있던데, 참 어이가 없다. 강수연이 그러더라. 세계적인 영화제 운영위원장은 장관 자리와도 안바꾼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런게 아직 아니잖아.
-영화제 홍보를 위해 무척 노력하는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장동건 소속사 이전 축하파티에도 모습을 드러냈다던데.
▶머리 몇 개 안남은 거 더 빠지는 것 같다.(웃음) 손가락에 쥐가 나도록 후배들에게 전화 돌리고 있다. 잠도 못자고, 왜 내가 한다고 했지 생각도 하고. 그날도 그냥 얼굴만 비췄다. 생각이 있으면 오겠지 뭐.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한류스타다 신비주의다 그런 것도 좋지만 국적이 한국이면 한국영화를 대표할 수 있는 영화제에는 도움을 줘야 하는 게 아닌가.
- 내년에도 계속 위원장을 맡게 되나.
▶난 올해도 끝이다. 조직위원회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내 생각에는 영화제에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더 열정을 쏟아부을 사람이 필요하다.
다만 덕화가 하니 몇 가지가 남더라는 말을 듣고 싶다. 노인네고 젊은 친구고 영화계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오랜만에 웃고 갔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영화제 내용은 어떤 영화제보다 호평 받은 자신이 있다.
-정치 때문에 영화 출연한지도 오래됐고 오해도 사는데 후회는 없나.
▶내가 한 일이니 후회는 없다. 아차 생각 한 번 잘못 한 거지, 뭐. 그 때문에 지금까지 내가 모은 돈이 없다. 그 때는 요즘처럼 깨끗하게 정치했을 때가 아니지 않나. 아스팔트 위에 살다가 길바닥으로 내려앉았다.
가발 CF가 안들어왔으면 아이들 대학 공부도 못시킬 뻔 했다. 그래서 내가 CF 출연료를 올려달라는 소리를 못한다. 어려울 때 도와줬으니. 참 복이 있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는.
-드라마 출연 소식은 들리는데 영화 출연 소식은 안들리던데.
▶제발 하고 싶다고 기사 좀 써달라.(웃음) 이경규가 '복면달호'를 하자고 했는데 그 때는 드라마 촬영이 있어서 못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할 수 있겠지. 일단 영화제가 잘되는 게 우선이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