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룡, 유덕화가 발끝에도 못미친다는 마초영웅

[형석-성철의 에로&마초]

주성철   |  2008.07.28 08:00


왕년에 성냥개비 좀 씹으셨던 분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 있다. 지난 주말부터 ‘넥스트플러스 여름영화축제’라는 이름의 영화제를 통해 오우삼의 '영웅본색'(1986)이 수차례 상영되고, 8월 8일에는 정식으로 재개봉까지 하게 된다.

사실 '영웅본색'은 별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홍콩 누아르의 걸작이다. 이소룡에 이어 성룡으로 마무리되는 것 같던 국내 홍콩영화의 인기도 주윤발을 통해 다시 불붙게 됐다. 무술영화로 끝날 것 같았던 그 불꽃이 오우삼의 유려한 총격전을 통해 새 생명을 얻은 것이다.

'영웅본색' 하면 다들 주윤발과 장국영을 제일 먼저 떠올리겠지만 개인적으로는 1편과 2편에 장국영의 살짝 ‘벗겨진’ 형 ‘송자호’로 출연한 적룡이 더 기억에 남는다(사진). 최근에는 유덕화 주연 '삼국지: 용의 부활'에 관우로 출연하고, 국내 영화 '조폭마누라3'에 서기의 아버지이자 삼합회의 보스로 우정 출연할 정도로 홍콩영화계의 거물로 인정받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그가 과거 이소룡 이전에 이미 화려한 발차기와 당당한 체격으로 유명했던 미남 쿵푸스타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1946년 생, 본명이 담부영인 적룡은 홍콩 쇼 브라더스의 전설적 배우 왕우를 동경하던 열혈청춘 배우였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무술을 연습하면서 액션배우의 꿈을 키우던 그는 1960년대 말 쇼 브라더스 배우 훈련반에 등록하게 됐고, '독비도'(1967) 속편인 '독비도왕'(1968)에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장철 감독과 인연을 맺게 됐다.

그는 정말 어디에 둬도 눈에 띄는 수려한 외모의 배우였다. 짙은 눈썹에 뚜렷한 눈매, 조각처럼 탄탄한 근육의 남성적 매력은 선배인 왕우나 당시 국내에는 ‘깡따위’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영원한 콤비 강대위와 비교해도 특별했다. '삼국지: 용의 부활' 홍보차 방한한 유덕화도 관우로 출연한 적룡에 대해 “홍콩영화계에서 가장 남자답고 화려한 풍모를 지닌 배우다. 나는 그의 발끝에도 따라가지 못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적룡은 강대위와 함께 장철 감독의 무수한 히트작들에 출연했는데 '사각'(1969), '보표'(1969), '복수'(1970), '대결투'(1971), '무명영웅'(1971) 등 다소 여성적인 이미지의 강대위와 상반된 지점에서 관객들을 유혹했다. 좀체 웃지 않으며 거의 모든 영화에서 벗은 상반신을 과시했던 그는 장철마저 매혹시킨 남성미의 화신이었다.

'수호전'(1972) 등 장철이 '수호지'를 원작으로 만든 일련의 영화들에서 그가 ‘무송’을 연기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 캐릭터를 짐작할 수 있다. 아내와 부정을 저지른 극장주를 벌하러 갔다가 거의 영화 시작 10분여 만에 장렬하게 죽는 '복수', 적진에서 술에 취한 채 달아나다가 다리 위에서 무참하게 난도질당하는 '13인의 무사'(1970)는 비장미의 극치였다. 심지어 '13인의 무사'에서 그는 눈을 부릅뜬 채로 다리 위에 꼿꼿하게 선 채 죽음을 맞이한다.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결코 뒷걸음질치지 않는 사나이의 자존심이 거기 있었다.
<주성철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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