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시절, 그는 천진난만한 애정결핍 하숙범이었다. 온 식구가 아웅다웅 모여사는 대가족이 부러워 이씨 집안을 떠나지 못했던 순둥이, 김범보다 '범이'라는 말이 더 친숙했던 그는 말간 얼굴과 시원한 미소가 매력적인 기대주였다. 어딘지 어설픈 모습이 더 정이 가는 막내동생처럼.
그런데 새롭게 시작한 MBC '에덴의 동쪽'에서 김범은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원수에게 아버지를 잃은 탄광촌의 소년 동철은 가족을 지키고 원수를 갚겠다는 굳은 결의로 억울하게 들어간 소년원을 탈출하고 캄캄한 물에 몸을 던진다. 김범의 낯선 눈빛은 달콤한 미소보다 더 인상적이다.
그가 변했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우린 그동안 김범을 잘못 보고 있었으니까. 처음으로 브라운관 전체가 그에게 오롯이 맡겨진 순간, 그는 벼르고 별렀던 자신 속 다른 김범을 드러내 보인 것 뿐. 천진한 미소 역시 그의 일부분일 뿐이다.
-'연기 변신'이란 말이 절로 떠오른다. '거침없이 하이킥' 때와는 모습부터 다르더라.
▶감사하다. 지금은 괜찮지만 촬영 당시엔 밥을 먹어도 잠을 못자고 스트레스를 받다보니 살이 빠지더라. 원래 예민한 편이다. 야식을 먹다가 살이 오동통하게 올랐던 '하이킥' 시절이랑은 10kg 정도 차이가 난다.
-송승헌의 아역으로 캐스팅됐을 때,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었다.
▶송승헌 선배님이 워낙 잘 하시니까 걱정되지는 않았지만, 연기적인 부담보다도 자연스러운 연결이 이뤄지지 않을까봐 신경이 곤두섰다. 누군가의 아역을 한다는 건 처음이었다. 보통 어린 친구들이 하는 거니까, 이제와 한다는 게 고민이 됐다. 역할도 쉽지 않았고.
-대단히 남성적이다. '하이킥' 이미지를 생각하던 시청자들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 정말 다른 캐릭터다. 9개월 넘게 방송을 했으니 저를 보고 '하이킥'의 이미지를 떠올리시는 건 당연하다. '하이킥'의 김범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김범도 있고, 저런 김범도 있다는 걸 봐주셨으면 한다.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에 힘입은 바 크다. 동철은 어둠의 세상을 지나며 짧은 순간에도 성장을 거듭한다.
-액션이 많아 촬영이 쉽지 않았겠다. 분장도 예사롭지 않던데.
▶마지막 촬영이 끝난 건 채 1주일이 안됐다. 첫 촬영이 2월이었으니 3회 분량을 6개월 넘게 찍은 셈이다. 정상적인 분장이 거의 없었다. 늘 상처가 있고 멍이 있었지만 그땐 그게 자연스러웠다. 쉬운 장면도 없었다. 하나하나 파란만장한 캐릭터의 삶을 느꼈고, 웬만한 신은 대역도 안썼다. 쇠사슬 끊는 장면에선 절단기 불똥이 눈에 튀었고, 액션신 합이 맞지 않아 턱을 맞고 기절한 적도 있다. 12바늘을 꿰맸다. 촬영동안 응급실만 서너번 갔다왔다. 아주 강렬하게 고생을 한 셈이다.(웃음)
-아직도 '하숙범'을 기억하는 분이 많지 않나.
▶초등학생들이나 그보다 어린 친구들이 '범이 범이' 이렇게 부른다. 아주머님들도 예뻐해 주신다. 늘 한번 안아 보자고 그러신다. 음이온 나온다고.(웃음) 감사하지만 배우로서 안주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크다. 계속 노력해서 여러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고.
- '하이킥'의 하숙범과 '에덴의 동쪽' 동철 중 가까운 쪽을 꼽자면?
▶'하이킥'의 김범은 시트콤이다보니 과장된 게 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랑 살아서 예의 같은 걸 중요하게 배웠고, 그런 게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동철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실제로 장남이고, 동생도 있다. 장남으로서 어머니를 모셔야 하는 책임감도 그대로 전해졌다.
-승부욕이 넘친다고 들었다. 그런 면이 이번 작품에서 잘 산 것 같다.
▶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 강하다. 가만히 있질 못한다. 내가 놀 때 다른 사람은 다른 일을 해서 지게 되면 참질 못하니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어찌보면 자신을 피곤하게 만드는 성격이다. 하지만 그 성격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더걸스의 소희와 영화를 찍으면서 곤혹을 치르기도 했는데. 혹시 또래들처럼 원더걸스나 소녀시대를 좋아하나?
▶소속사를 정리하면서 미니홈피를 먼저 탈퇴하고 재가입을 했는데 키스신 공개 때문에 오해를 샀다. 소희씨와 서먹하진 않지만 워낙 바빠 연락은 못한다. 가수분들을 막 좋아하거나 하는 건 없다. 배우분은 있다. 그것도 여자보다는 남자가 좋다. 동경 내지 존경에 가깝다. 특히 조인성 선배. 거듭해 성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자라가고 있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또래들과는 퍽 다른 모습이다. 성숙하다는 느낌도 들고.
▶그냥 열아홉, 스물 학교 다니는 분들과는 아무래도 차이점이 있다. 제게는 주된 게 일이고 연기니까. 내가 1년 뒤엔 어떤 역할을 맡아 연기할 수 있을까가 가장 기대된다. 내 삶이 또래들과 같지 않으리라는 건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기에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아쉬움은 없다.
-여자친구를 사귈 계획은 없나?
▶그것도 여유가 있을 때 하게 되지 않을까.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되면 누가 될지는 몰라도 그 친구에게도 피해가 될 것 같다. 저는 상관이 없지만 혹 그런 일이 생길까봐 조심스럽다. 지금은 연기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지금은 더욱 달려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