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뿔' vs '조강지처클럽', 극과 극은 통했다

김지연 기자  |  2008.09.24 09:02
KBS 2TV '엄마가 뿔났다'(위)와 SBS '조강지처클럽' <사진제공=KBS, SBS>

극과 극은 통한다?

최근 종영을 코앞에 둔 KBS 2TV '엄마가 뿔났다'(이하 '엄뿔')와 SBS '조강지처클럽'이 전혀 상반된 전개에도 불구하고 30%를 훌쩍 넘는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하나는 '불륜'이란 선정적 소재 없이, 또 다른 하나는 이 소재를 너무도 적나라하게 다룸으로써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고 있다.

먼저 '엄마가 뿔났다'의 경우 불륜이란 선정적 소재를 단골로 다루는 기존 드라마의 틀을 단박에 깨버렸다. 한 마디로 이 드라마에는 '일상성'이 녹아들었다.

엄마 김한자(김혜자 분)를 중심으로 그 가족이 생활하며 겪게 되는 크고 작은 삶의 애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자극적인 내용도 없고,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야기뿐이다.

그래서 방송 초반 '엄뿔'은 너무 싱거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드라마의 특성상 인기를 위해서는 다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뿔'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줄곧 한 가정이 겪게 되는 솔직한 사연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시나브로 파고들었다. 사별 후 아내가 전부였던 아버지 나충복(이순재 분)이 할머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는 모습, 수십 년의 주부생활이 지겨워 가출을 선언한 이 시대의 엄마 한자, 제일 잘 났다고 생각했던 변호사 큰딸의 애 딸린 이혼남과 결혼 등 어찌 보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들이다.

단조로울 것 같은 일상에서 겪게 되는 사연들이 과장 없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싱거울 것 같은 '엄뿔'이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40%의 시청률을 돌파, 인기몰이 한 이유다. '불륜 드라마'에 지쳐있을 법한 시청자들에게 오아시스 같이 다가왔다.

물론 불륜 없는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성공과 맞물려 '불륜'이란 선정적인 소재를 아주 자극적으로 다룬 덕에 성공한 '조강지처클럽'도 있다.

'조강지처클럽'의 경우 남편의 거듭되는 외도, 내연녀와 조강지처의 몸싸움 등 줄곧 자극적인 내용으로 방송 시작과 함께 선정성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혹자는 갈 때까지 간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뭇사람들의 비난을 들으며 지난 2007년 9월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조강지처클럽'이 10월5일 종영을 앞두고 최고 인기 드라마로 탈바꿈했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이는 아마 처절한 우리네 삶을 거짓되게 포장하지 않고 솔직하다 못해 화끈하게 까발렸기 때문이다.

'조강지처클럽'의 손정현 PD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이 같은 시청률이 나올 수 있었던 데는 시청자들에게 호소력 있게 다가가는 부분이 분명 있었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극화시켜 인물들의 행동이 다소 과장된 면이 있지만 속물근성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의 바보 같은 사랑을 솔직하게 그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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