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이슨 리 "'히어로즈' 한국인 자긍심 높여"

김건우 기자  |  2008.10.03 18:32
제임스 카이슨 리 ⓒ 홍봉진 기자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에는 시즌을 거듭할 수록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시ㆍ공간 이동 능력이 있는 히로(마시 오키)의 조력자인 안도다.

안도는 시즌 1에서는 감초 같은 인물이었다. 회사에서 야한 동영상을 몰래 보면서 웃음을 주고, 히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아낌없이 도와준다. 시즌 3에서는 안도도 초능력을 발휘하며 주인공 대열로 들어서게 됐다.

일본인인 안도 역은 한국계 배우 제임스 카이슨 리가 맡아 열연했다. 그는 미국으로 이민간지 13년이 됐지만 한국어 성우로 활동할 만큼 정확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거기에 한인 요리대회의 MC를 맡는 등 교민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인 배우다. 그에게 한국이란 어떤 존재일까?

'히어로즈'를 통해 할리우드에 당당히 입성한 제임스 카이슨 리를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 한국 방문은 13년 만이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 너무나 기분이 좋다. 한국은 나의 고향이다. 영화제에 참석해 한국 연예계를 엿볼 수 있어 너무나 흥미롭다.

- 드라마 '히어로즈'로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히어로즈'가 특별하게 느껴질 것 같다.

▶'히어로즈'는 독특한 드라마다. 판타지와 만화적인 요소가 있다. 특히 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캐릭터가 특징이다. 이 같은 특성에 유럽 남미 등에서 방영됐을 때도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다.

원래 안도는 히로를 도와주는 역할이었다. 시즌을 거듭할 수록 안도의 캐릭터가 발전하기 시작했다. 작가와 프로듀서가 제임스 카인스 리가 가지고 있는 내적인 힘을 믿어줬기에 가능했다. 한국에서 방영이 안됐지만 '히어로즈' 시즌 3에서는 무척 주도적인 인물로 발전했다.

-미국에서 성우로도 활동하고 있다. 한국어 발음이 어눌하지 않아 무척 놀랐다.

▶한국어를 특별히 연습하지는 않는다. 가족들과 이야기할 때를 빼고는 한국말을 쓸 기회가 없다. PIFF에 와서 한국말을 계속 듣고 말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한국어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 교민사회에서도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걸로 안다. 한국에 대한 애정이 많은 것 같다.

▶이민 1세대와 지금 세대는 괴리감이 굉장히 크다. 지금 세대들은 한국말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 갭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교민 1세대들은 할리우드를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제임스 카이슨 리 ⓒ 홍봉진 기자


-그런 점에서 새로 준비하는 영화 '댄 데어스 더 애프터라이프'(Then There's the Afterlife)는 의미가 깊을 것 같다. 그 영화는 LA 한인타운을 배경으로 미국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미국 속 한국인을 그린다고 들었다.

▶'댄 데어스 더 애프터라이프'는 한국인 이민 1세대를 그린다. 그들은 억척같이 살아 온 강하고 완고한 세대다. 이 세대가 등장했던 영화는 없는 것 같다. 한국의 관객들도 미국 사회 안의 한국인에 대해 새롭게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은 어떻게 받아 이해할까?

▶이 영화는 휴먼스토리고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독특한 케이스가 될 수 있다.

-인상 깊게 본 한국 영화가 있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생각난다. '괴물'은 예술극장이 아닌 상업극장에서 상영을 했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한국 영화가 그 극장에서 상영이 된 적이 없었다. 영화 자체가 무척 흥미로웠고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한국 사람은 끼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영화계가 급속도로 성장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 5개 국어를 한다고 들었다. 능력이 많은 것 같다.

▶(웃음을 지으며)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모국어는 영어다. 한국어는 좀 더 편하게 쓸 수 있는 언어고, 일본어는 '히어로즈' 때문에 이년 반 동안 배웠다.

비디오 게임 성우를 하기 위해 베트남어를 배운 적이 있다. 다행히 베트남을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가본 적이 있어서 소화할 수 있다. 배우로 살기 위해서는 몇 개의 외국어를 해야 할 때가 있다. 최근에는 제작진이 오토바이 학교를 가라고 해서 오토바이를 배우기도 했다.

-한국 영화에 출연할 계획이 있나?

▶상황이 되면 해보고 싶다. 한국 감독 배우와의 작업은 매우 흥미로울 것 가다. 나에게 한국은 굉장히 다른 세상이면서 배울 점이 많은 곳이다. 흥미로운 기회를 꼭 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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