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 장난?" 결혼 변주 프로그램 봇물

전예진 기자  |  2008.10.08 09:32
↑ 케이블채널 tvN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

결혼, 결혼, 결혼. 드라마 영화 예능프로그램 너나할 것 없이 '결혼' 물결이다.

대작 드라마에 밀려 시청률은 저조하지만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KBS 2TV 드라마 '연애결혼'. 오는 23일 개봉하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 이어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우리 결혼했어요'도 빼놓을 수 없다.

'결혼'이라는 이름이 들어가지 않아도 결혼생활의 에피소드를 다룬 각종 토크쇼와 상황극도 넘쳐난다. 실제 부부들이 출연해 재치있는 입담으로 결혼이야기를 풀어내는 리얼 토크쇼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세바퀴', KBS 2TV '신동엽 신봉선의 샴페인-샴페인 토크'도 인기다.

◇ '결혼'을 주제로 한 거듭된 진화

↑ 케이블채널 코미디 TV의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

이같은 현상은 사회의 어두운 부분으로 숨기려했던 동거문화가 밝게 조명되면서 시작됐다. 2003년 동거생활을 아기자기하게 그려낸 MBC '옥탑방고양이'는 동거문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꿔놓았다.

이후 케이블채널 코미디TV는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3개월 간 동거생활을 담은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을 내놓았고, 케이블채널 ETN도 '리얼시트콤 계약동거'를 제작했다. 이들은 후속편이 만들어질 만큼 꾸준히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MBC '우리 결혼했어요'의 성공은 가상커플 프로그램의 진화를 가속화시켰다. 새로운 가상커플을 만들기보다 아예 기존의 부부를 교체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 케이블채널 ETN의 '리얼 시트콤 계약동거'

케이블채널 tvN은 '발칙한 상상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연예계인 부부 조갑경-홍서범과 이세창-김지연 부부를 서로 맞바꾸는 가상 역할극을 시도했다. 서로의 가정과 가족구성원을 바꿔 생활하는 것이다. tvN 측은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고, 내가 가진 가정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급조'된 결혼, 부부가 양산되자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고정관념을 깨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출간 당시 40만부 이상을 판매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 이 소설은 '폴리아모리(Polyamory·비독점적 다자연애)'의 가치관을 지닌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손예진 김주혁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결혼'이라는 형태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무엇인지 유쾌하게 반문한다.

이처럼 '결혼'을 화두로 '동거''부부교환''다자연애' 등 다양한 변주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정이 들어가는 모습을 그려낸다는 기존 틀은 유사한 점이 많다.

◇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가상 웨딩프로그램의 인기 비결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을 실제 상황처럼 그려내 더욱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다. 시청자들은 가상 커플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다른 커플의 데이트를 훔쳐보면서 함께 울고 웃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결혼'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너무 가볍게 다루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시청자는 "결혼은 버라이어티에서 다룰 만큼 만만한 소재는 아니다. '결혼'을 소꿉장난처럼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오랜 시간동안 함께 추억을 만들고 관계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생략한 채, 두 남녀를 갑자기 부부로 규정하고 서로의 배우자를 맞바꾼다는 설정이 억지스럽다는 지적이다.

또 '현대인의 연애와 결혼을 리얼하게 풀어낸다'는 제작진의 의도가 빛을 잃고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한 네티즌은 "시청자들은 버라이어티를 통해 의미를 읽어내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결국은 감정적 교류가 제공하는 설렘을 파는 오락프로그램으로 전락할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커플들에게 만들어진 콘셉트를 주입하고, 각본에 따라 억지로 갈등을 유발하는 것이 그릇된 결혼관을 형성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한동안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도 결혼과 연애를 화두로 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지속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2003년 가상커플의 연애모습을 다룬 TBS TV '코이스루 하니카미'가 몇 년째 인기를 누리며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두 가정의 아내를 맞바꿔 생활하는 '와이프 스와프(Wife swap)'도 2004년 영국 채널4에서 방영되자 매주 700만명이 넘는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불러모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폭발적인 인기는 미국으로 이어져 미국 ABC TV는 '와이프 스와프'에 이은 후속 프로그램 '허즈번드 스와프(Husband Swapㆍ남편 교환)' '보스 스와프(Boss Swapㆍ직장상사 교환)'를 기획했다. 미국 폭스TV도 동일 형식의 '배우자 교환(Spouses Swap)' 이란 프로그램을 방송해 널리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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