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에 스포츠토토 수익금 2억여원이 지원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최문순 민주당 의원 측이 대한체육회 등 국정감사 피감기관에 대해 제출한 질의서에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논란이 됐다.
지난 20일 공개된 이 질의서에는 40여명으로 구성된 올림픽 연예인 응원단이 하루 숙박비에 1160만원을 지출하는 등 호화 응원전을 펼쳤다는 내용 등이 지적돼 있다.
# 사건의 개요
사건의 발단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1달전인 지난 7월 야구선수 출신 방송인 강병규가 문화체육관광부 국제체육과에 제안을 하면서 비롯됐다. 비유엔터테인먼트(BU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맡고 있는 강병규는 "국민들의 응원열기를 고취시킴으로써 한국 선수단의 사기 진작과 우수 성적 달성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강병규가 제출한 계획서에는 연예인응원단 30명의 베이징올림픽 참가 및 응원활동 지원(항공료 체재비 기타 경비 격려금) 등이 포함돼 있다.
문화부는 검토 후 이 제안을 받아들여 계획을 수립하고 국고보조 예산을 편성했다. 7월 25일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유인촌 문화부 장관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 수익금 가운데 2억1189만3000원을 비유엔터테인먼트로 입금했다.
지원금이 입금된 날인 7월25일 연예인 원정 응원단은 결단식을 갖고, 8월9일부터 19일까지 응원 활동을 펼쳤다.
# 문제의 핵심
1. 스포츠토토 기금을 연예인 응원단에 사용?
국민체육진흥법 제29조에 따르면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10%(체육진흥투표권 사업 적립금)를 재량껏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수익금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연예인 응원단에게 지원됐다는 점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국민체육진흥법시행령 제 42조의 14 등을 살펴보면 스포츠토토의 수익금은 월드컵축구경기장 건립비(50%) 국민체육진흥기금(30%), 발행대상 경기주최단체(10%), 문화부 장관이 정하는 문화·체육사업의 지원(10%) 등에 각각 배분된다.
다만 이 지원금은 여가체육활동의 육성과 지원을 통해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하는 든든한 기반이 되는데 쓰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이번 연예인 응원단은 올림픽이 열리기 1달 전 급조된 계획인데다, 치밀한 사전 계획 없이 진행돼 사업목적에서 벗어난 측면이 많다.
우선 미리 경기 관람권을 제대로 구입하지 못해 양궁, 핸드볼 등 일부 종목에만 연예인 응원단이 활동할 수 있었다. 유도 왕기춘 선수와 수영 박태환 선수의 금메달전 경기는 표를 구하지 못해 베이징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TV를 보며 응원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야구 경기(22명)와 농구 경기(10명)는 거금의 웃돈을 주고 경기 관람권을 산 탓에 애초 예산에 잡혀있지 않았던 810만 원을 지출하는 문제점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응원단장을 맡아 계획을 추진했던 강병규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어 응원단에 참가했던 연예인들에게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며 싸늘한 눈초리를 보냈다.
강병규가 출연하는 KBS '비타민' 게시판에는 '강병규 하차'를 주장하는 네티즌의 목소리도 높았다. 강병규는 현재 외부와 연락을 끊고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호화 연예인 응원단에 대해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사건이 너무 연예인들에게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론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유인촌 장관을 등에 업고 얄팍하게 장사를 하려 했던 것은 문제고, 또 제대로 장사를 못한 것은 비판 받아야하지만 그렇게 만든 행정당국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연예인 응원단에 참가했던 한 연예인의 매니저는 "비를 맞으면서도 열심히 응원했는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빡빡한 일정을 쪼개 출연료도 없이 참가했다. 응원을 하러가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좋은 마음으로 기꺼이 간 것이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처음에 강병규가 친한 연예인들 몇 명을 개인적으로 추천해 올림픽 선수를 응원하자는 좋은 취지에서 모이게 된 것이다. 놀러가자는 개념으로 일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원정 응원이지만 해외여행이니까 기념사진 안 찍을 수 없는 것 아니냐. 다른 연예인들도 다 해외로 놀러가는데,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격려하러 가서 사진 한장 찍은 것으로 질타를 받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3. 문화부 책임회피? "환수조치 할 수도"
문화부도 비판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2억여원의 지원금을 전달한 후 구체적인 일정을 세심하게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부는 24일 국정감사에서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미루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사업계획을 담당하는 국제체육과의 주무관은 이번 문제로 강병규가 네티즌의 집중질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강병규뿐만 아니라 문화부나 유인촌 장관에게도 현재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며 공동책임이라고 말했다.
이 주무관은 "비유엔터테인먼트의 일정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저희 쪽에서는 '비인기종목이더라도 최대한 많은 경기에 참석해 응원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권고' 수준으로 사실상 지원금을 전달한 이후 체계적인 관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원래 응원일정을 빡빡하게 계획했었다"며 "관람권 수급만 제대로 됐더라도 이런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권을 비즈니스 클래스로 예약한 것이나, 숙소 선정 등에 대해서는 일일이 간섭하지 않았다. 그저 연예인 특성상 일반 공무원들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것이라는 생각으로 예산을 지원한 것"이라고도 했다. 예산심의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과도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지원했다는 말이다.
이 주무관은 또 논란이 확산되자 "조사 결과 이번 사건의 예산지원이 부당하다고 밝혀지면 비유엔터테인먼트 측에 환수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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