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자현 "또 벗었다는 문구, 두렵지 않다"(인터뷰)

전형화 기자  |  2008.10.28 10:12
ⓒ이명근 qwe123@


추자현은 욕심이 많은 배우다. 자신에, 자신의 연기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욕심을 부린다. 한 때 중성적인 이미지로 안방극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TV에서 사라진 것도 욕심 때문이다. 추자현은 늘 똑같은 역이 주어져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던 삶이 갑갑해 우리에서 뛰쳐나왔다.

추자현이 선택한 '사생결단'은 그녀에게 영광이자 시련이었다.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캐릭터를 잘 소화해 재발견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노출에 대한 편견도 함께 안았다. 파격적인 베드신에 마약을 흡입하는 장면을 워낙 잘 소화해냈기에 얻은 훈장이었다.

'사생결단' 이후 추자현은 2년의 공백기를 가졌다. TV로 복귀할 생각은 없었으며, 출연하기로 했던 영화들은 충무로 위기 속에 제작이 어려워졌다. 그리고 '미인도'로 다시 관객과 만나게 됐다. 추자현은 '미인도'에 김홍도에 마음을 준 기녀 설화를 맡았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는 '임' 때문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는 기생 역이다. 대본에도 없는 파격적인 베드신도 선보였다.

그래도 추자현은 "또 벗었다는 문구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사뭇 다른 것 같던데.

▶내 역은 시나리오대로 안나왔다. 튀고 싶다기보다 좀 더 다른 것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다.

-왜 설화 역을 맡았나.

▶나도 예쁜 역 좀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정말이다. 언제까지 남자도 아닌 것이, 여자도 아닌 것으로 살 수는 없잖나. 감독님도 왜 신윤복이 아니라 설화를 하고 싶냐고 하시더라. 똑같이 이야기했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벗고 싶었나.

▶사람들이 추자현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 나도 싫다. 또 영화 전체를 끌고 나갈 힘이 지금 내게 있다면 욕심이다. 이번에는 기생이라는 점에 목표를 뒀다. 기생이라면 어떻게 살았을까에 중점을 둔 것이다.

-신윤복 역의 김민선과 키스신을 찍었는데.

▶시나리오에는 여배우끼리 입을 대는 정도였다. 하지만 난 설화가 신윤복이라는 여자를 알아보기 위해 더 직접적인 표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센세이션하게 혀를 넣자고 제의했다. 기생이라면 싫어하는 남자와도 동침을 해야 했기에 여자끼리의 키스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김민선도 잘 받아줬다. 뭐, 남자와는 달리 여자는 부드럽더라. 나머지는 상상에 맡긴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베드신이 없다. 그런데 김홍도 역의 김영호와 베드신을 찍었다던데.

▶그렇다. 원래 시나리오에는 없었다. 안한다고 하면 안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에도 꼭 필요했기 때문에 했다. 김홍도가 신윤복의 정사를 보고 질투를 참을 수 없어 내게 오는 장면이었다. 기녀 임에도 모욕감을 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떠올리며 하는 섹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찍을 때는 야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편집본을 본 사람들은 야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일수도 있고. 단지 난 기녀이기 때문에 남자에게 보여줄 수 있는 색기를 다 보여주고 싶었다. 베드신을 통해.

-'사생결단'으로 영화로 건너온 뒤 노출, 파격, 이런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없나.

▶일단 '사생결단'을 하기 위해 난 이미 사생결단을 했다. 방송을 접고 영화를 하자고. 마침 영화를 하고 싶습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럴 때 '사생결단'을 하게 돼 정말 힘든 줄 몰랐다.

여자로서 노출이라면 잘못하면 이도저도 아닐 수 있다. 나도 미치지 않았다면 할 수 없었던 무엇인가가 내 안에 있었다. 그런데 그 작품을 보고 내 미친 짓을 예술로 평가해주더라. 그래서 아, 이 분들 앞에서는 벗어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생결단'을 하면서 뭘 배웠나.

▶나보다 한살 어린 류승범씨를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 그를 보면 내가 한심하고 낯 뜨겁더라. 겸손을 배웠고, 그래서 지금 역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미인도'까지 2년 동안 공백이 있었는데.

▶내가 뭘 하려고만 하면 어려워지더라. 상황이.(웃음) 한국영화 산업이 어려워지지 않았나. 준비하던 영화들이 엎어지더라. 그래서 중국에 가서 드라마를 찍었다. 먹고는 살아야 하니.(웃음) 그러다 문성근 선배님과 함께 하는 '실종'이 들어와 그 작품을 먼저 찍었다.

ⓒ이명근 qwe123@

-추자현에게 '노출'이란 뭔가.

▶노출은 연기다. 너무 당연한 것이다. 남자배우가 몸으로 액션을 하듯, 여자배우가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바라는 게 있다면 노출이 꼭 필요했다는 소리를 관객에게 듣고 싶다는 것뿐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그렇게 느끼겠지만 본 사람보다 안 본 사람이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추자현은 영화에서 벗는다라는 편견이 생길 수도 있는데. 여배우들이 흔히 한 작품에서 벗으면 다음 작품에서 안벗는 이유도 그렇지 않나.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다. 그런 부분에서는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또 벗었다는 문구는 두렵지 않다. 내 연기를 보는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처음이 어렵지 한 번 노출하면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다고 생각한다. 저 배우는 연기를 위해 많은 것을 한다는 인식을 주기 때문이다.

또 이제는 나와 김민선의 벗은 몸을 보기 위해 관객이 찾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을 찾지.

-2년간의 공백 두렵지 않았나.

▶힘들었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연기를 하고 싶은데 할 수 없는 게 너무 힘들었다. 아무 촬영장이라도 가서 연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었으니깐. 잘 할 수 있다기보다 연기를 좋아하니깐.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TV에서 왜 떠났나.

▶누군가의 충고가 결정적이었다. 너는 그런 연기밖에 못하잖아라고 하더라. 다른 역으로 써보지도 않고서 그런 캐릭터만 주고서, 그 안에서 최선을 다했더니 돌아오는 것은 그런 소리더라.

-주인공에 대한 욕심은 없나.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가고 싶다. 몸부림쳐가며 연기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게 이제 내 삶의 목표다. 배우로서 최고의 칭찬은 재발견이라는 소리다. 매번 재발견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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